기사입력 2009.05.12 04:32 / 기사수정 2009.05.12 04:32
[엑스포츠뉴스=이종은 기자] 잠실에서 신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LG 트윈스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야구판을 뒤흔들고 있다. 그 중심에는 LG의 4번 타자 로베르트 페타지니가 있다. 페타지니는 지난해 5월 LG가 외국인 투수 제이미 브라운을 내보내는 대신 영입한 베네수엘라 출신의 좌타자다.
페타지니는 익히 알려져 있듯 지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6년간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야쿠르트 스왈로즈(1999~2002)와 요미우리 자이언츠(2003~2004)에서 활약했으며 지난 1999년과 2001년 2번의 홈런왕, 2001년 1번의 타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정도로 이미 일본 내에서는 강타자로 유명세를 떨쳤다. 일본 통산 기록은 0.317의 타율에 223개의 홈런, 594타점. 많은 나이(현재 한국 나이로 39세) 탓에 요미우리 4번 타자 자릴 내줄 수밖에 없었지만 지난해 서울에 새 집을 얻은 페타지니는 올해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페타지니가 리그를 휩쓸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한국 프로야구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용병이 등장했다. 지금도 야구팬들, 특히 롯데 팬들의 뇌리 속에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는 그 이름. 바로 펠릭스 호세였다. 도미니카 출신으로 ‘검은 갈매기’로 더욱 유명했던 호세는 1999년 한국 프로야구에 혜성같이 등장해 적응 따윈 필요 없다는 듯 입단 첫해에 리그를 휩쓸어 버린다.
사실 두 선수의 메이저리그 시절은 다소 차이가 있다.
호세는 1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1991년 세인트루이스 시절에는 0.305의 타율을 기록, AL(아메리칸리그)올스타에 뽑히기도 할 정도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100경기 이상 출장한 시즌이 5시즌이며 1994년에는 99경기에 출장해 0.303의 타율과 11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반면 페타지니는 7년 동안 100경기 이상 출장한 시즌이 한 차례도 없고 100타석 이상 들어선 시즌도 샌디에이고 시절인 1995년등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마이너리그 기록은 수준급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유망주에 불과했다.
이후 1999년, 동시에 태평양을 건넌 두 사람은 아시아 야구의 두 '맹주'인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페타지니는 섬나라에서 홈런왕을 차지하고 호세는 구도(球島)를 한국시리즈로 이끈다. 1999년 두 사람의 기록은 이상할 정도로 닮아있다. 홈런을 8개 더 많이 친 페타지니가 장타율에서 0.41 앞서지만 타율은 호세가 0.02 앞선다. 안타와 타점에서도 호세가 근소하게 앞서 있다.
그러나 OPS는 0.1 가량 차이가 벌어진다. 1999년 페타지니의 출루율은 0.469였고, 호세의 그것은 0.425였기 때문이다. 페타지니는 이미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좋은 선구안을 바탕으로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던 1995년 샌디에이고 시절 그의 타율은 0.234에 불과했지만 출루율은 무려 0.367에 달했다. 반면 호세가 0.305의 타율로 AL올스타에 선정되었던 1991년 그의 출루율은 0.360이다. 선구안만큼은 페타지니가 앞섰다는 말이다. 1999년 기록에서 볼넷과 삼진이 비교적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페타지니의 일본 시절 통산 출루율은 0.446에 달한다.
한 해를 뉴욕(양키스)에서 보낸 호세는 2001년 한국으로 복귀한다. 그리고 2년 전보다 더 괴물 같은 시즌을 보낸다.
무려 1.198에 달하는 OPS는 원년 4할타자 백인천의 1.237을 제외하면 프로야구 단일시즌 역사상 가장 높은 OPS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999년에 비해 1.5배가 넘는 볼넷을 얻어낸 호세는 0.503이라는 말도 안 되는 출루율을 기록한다. 볼넷, 출루율 모두 프로야구 단일시즌 역사상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다시 돌아온 호세에 두려움을 느낀 투수들이 그만큼 승부를 피했던 까닭이다. 호세는 두려움을 주는 타자였다.
2001년 호세의 기록을 2009년 페타지니가 쫓고 있다.
그러나 페타지니의 상승세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해볼만 하다. 페타지니는 4월 동안 19경기에 출장 0.394의 타율과 0.524의 출루율, 1.266의 OPS를 기록했다. 그리고 5월 현재까지 9경기에 나서 5할의 타율과 0.625의 출루율, 1.446의 OPS를 기록 중이다. 더욱이 경기당 볼넷 개수가 늘어나고 있다. 4월 경기당 볼넷 개수가 0.79개였던 반면 5월은 1개다. 그만큼 타팀 투수들이 페타지니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동시에 태평양을 지나 아시아 야구판에 뛰어든 두 이방인은 닮은 듯 다른 활약을 보였고, 보이고 있다. 한 명은 떠났고, 한 명은 진행형이지만 분명한 것은 호세, 페타지니 모두 투수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무시무시한 타자들이라는 점이다. 2001년 호세가 남긴 기록을 2009년의 페타지니가 쫓아가고 있다.
* 이 글은 [위클리엑츠] 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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