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12 02:09 / 기사수정 2009.05.12 02:09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문성민(23, 프리드리히스하펜)이 대학 휴학생 신분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할 무렵, 전문가들은 문성민의 성공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월드리그를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문성민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유럽과 북미, 그리고 남미의 선수들에 비해 높이와 스피드에서 떨어지는 국내 공격수들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금쪽같은 포인트를 올려주는 공격수는 문성민이었다. 경쾌하고 한 박자 빠른 스윙을 구사하는 문성민은 국내 공격수들 중, 가장 빠른 스피드를 지녔다. 상대 블로커들을 따돌리는 문성민의 움직임은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했다. 또한, 볼을 때리는 각도도 다양했으며 상대 블로킹을 이용하는 센스도 갖췄다.
그러나 시즌 중반, 프리드리히스하펜의 주전세터인 루카스 티아책(27, 체코)과의 호흡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내 배구보다 몇 템포 빠르게 움직이는 유럽식의 배구에 녹아들지 못한 문성민은 부진에 빠졌다. 주전 선수로 뛰는 것보다 벤치 멤버로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았던 문성민은 모처럼 출전한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는 수모도 당했다.
공격의 갈피를 못잡은 문성민은 방황했다. 하지만, 결코 주저앉지는 않았다. 이러한 근성은 시즌 막판, 불꽃 같은 투혼으로 이어졌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나타난 문성민의 활약은 팀 우승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유럽무대에서 시련을 겪고 있던 문성민은 아픈 만큼 성장해 있었다.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서브리시브가 한결 나아졌고 수비 참여도도 좋아졌다. 여기에 팀원들과의 협력 플레이까지 발전한 문성민은 시즌 막판에 들어서 팀플레이에 융화돼 있었다.
시즌 내내 라이트와 레프트를 오가며 활약한 문성민은 레프트로 자리 잡으면서 안정된 기량을 펼쳤다. 한층 발전한 리시브와 수비는 문성민에게 자신감을 찾는데 청신호로 작용했다. 문화적인 차이로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느낀 문성민은 정신적인 문제도 다스려야 했다. 자신이 부진할 때마다 한국 언론에서 거듭 보도되는 '복귀설'이 시즌 내내 문성민의 청각을 자극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성민은 흔들렸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 어렵게 진출한 유럽무대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를 굳힌 문성민은 결국, 우승팀의 멤버가 됐다. 프리드리히스하펜은 분데스리가 5연패를 이루었고 우승 트로피를 드는 날, 문성민은 팀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프리드리히스하펜의 우승이 결정되는 날, 문성민은 16득점을 올렸다. 경기 막판에 나타난 문성민의 높은 공격성공률은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08~2009프로배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자신을 1라운드 1순위로 지명한 한국전력 KEPCO45의 복귀설에 흔들리지 않은 문성민은 비로소 국제무대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시켰다.
그 결과로 문성민은 프리드리히스하펜으로부터 1년 재계약을 통보받은 상태다. 또한, 프로배구 최고의 무대인 이탈리아 리그를 비롯해 그리스, 터키 리그에서도 러브콜이 들어왔다.
문성민은 1년 전보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해졌다. 국내에 머물며 당분간 대표팀에 전념하게 될 문성민은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킬 좋은 학습의 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기대 1학년 시절부터 꾸준하게 참가해온 월드리그는 문성민이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높이와 파워, 그리고 스피드를 앞세운 배구 강호들과의 시합은 문성민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많은 국제대회를 경험하면서 '빨라야 산다'라는 것을 깨달은 문성민은 빠른 발과 스윙을 이용해 경쟁해왔다.
여기에 전 국가대표 감독은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죽었다 깨어나도 리시브 훈련에 매진해야 된다는 점"이 지독한 채찍질이 됐다.
문성민은 아직도 수비력에서 문제점이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디그와 리시브가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주변의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유럽무대에 전념한 정신력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독일 분데스리가 챔피언에 오른 문성민은 12일 오전 11시 40분에 귀국한다. 문성민의 앞날은 쉽게 점칠 수 없다. 그러나 유럽무대에서 자신감을 찾고 돌아온 문성민을 생각할 때, 국내 복귀 쪽의 무게는 가볍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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