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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째 굴러들어온 복덩이', KIA 김상현

기사입력 2009.05.11 08:29 / 기사수정 2009.05.11 08:29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KIA 타이거즈에 복덩어리가 넝쿨째로 굴러들어왔다. 그간 빛을 보지 못했던 KIA의 김상현이 친정팀에서 연일 맹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LG 트윈스에서의 김상현은 항상 유망주일 뿐이었다. 2군에서는 '배리 본즈'를 뺨칠 만한 활약으로 리그를 정복했지만, 1군에서는 늘 그러지 못했다. 그의 나이 벌써 29세이다. 포텐셜을 터뜨리지 못하는 만년 유망주로서 LG에서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했다.

시즌 전엔 항상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팀의 중심타선에서 혹은 하위타선의 뇌관으로서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원했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어 뚜껑을 열어보면 늘 실망시키기 마련이었다. 타고난 배팅 파워와 손목힘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했지만, 컨택 능력이 늘 떨어졌다.

배팅 연습을 할 때에는 외야로 쭉쭉 뻗어나가는 공을 양산해냈지만 실전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투수들이 던지는 변화구, 특히 떨어지는 볼에 약점을 드러내며 자신만의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2009시즌을 앞두고 김상현은 다시 한번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여건은 좋지 않았다. FA로 정성훈이 LG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면서 그의 입지는 더 좁아져만 갔다. 출장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그러는 찰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강철민과 김상현, 박기남의 1:2 트레이드가 성사되면서 약 7년여 만에 그의 친정팀인 KIA 타이거즈로 회귀하게 된 것이다.

KIA로 새롭게 둥지를 튼 김상현은 정말 거짓말처럼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KIA 타선의 뇌관으로서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만루의 사나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미 3개의 만루 홈런을 때려내며 자신의 클러치 능력을 마음껏 뽐냈다.

김상현은 4월 26일 대구에서의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3회 초 자신에게 찾아온 만루찬스를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았다. 안지만의 공을 통타하여 만루 홈런으로 연결 시키며 팀의 10-2 대승을 이끌었다. 4월 30일 롯데와의 홈 경기에서도 역시 그의 진면모를 보여줬다. 4-2로 뒤지던 4회 말에 김상현은 다시 한번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광주 팬들을 열광하게 하였다. 김상현의 만루 홈런에 힘입어 4회 말에만 대거 8점을 뽑아내는 저력을 과시하며 역시 11-5 대승을 거두는데 일조했다.

5월 7일 목동에서의 히어로즈 전에서 다시 한번 그의 앞에 주자들이 가득 채워졌다. 5회 1사 만루상황에서 등장한 김상현은 조용훈의 공을 그대로 걷어올려 시즌 3호 만루 홈런으로 연결 시켰다. 다시 한번 10-3의 대승을 거두는데 공헌한 순간이었다.

팀은 아쉽게 5-4로 패했지만 5월 9일 롯데와의 광주 홈경기에서 1회 1사 만루에서 등장한 김상현은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다시 한번 자신이 '만루의 사나이'임을 증명했다.

하루가 지난 5월 10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김상현은 자신이 큰 타구만을 날리는 거포만은 아님을 광주 팬들에게 상기시켰다. 1-1로 팽팽하게 대립양상을 띤 7회 말 KIA의 공격. 선두 타자 홍세완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고 후속 타자 장성호가 상대의 실책성 플레이에 편승하여 출루하였다. 무사 1,2루의 황금찬스, 뒤이어 등장한 선수는 바로 김상현이었다.

한점 싸움이었고 무사 1,2루 상황이었기에 무리한 공격보다는 착실한 번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경기 막바지이기도 하고 1점만 뽑아낸다면 뒤에는 마무리 윤석민이 버티고 있었기에 승리를 확신하기 위해 희생번트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롯데의 내야수비는 단 한점도 헌납하지 않기 위해 전진수비를 펼쳤다.

번트에 익숙하지 않은 김상현은 초구를 번트 헛스윙으로 보냈고 두 번째 공은 볼을 골라내며 볼 카운트 1-1에 이르게 되었다. 그 다음 순간 김상현의 빛나는 재치를 엿볼 수 있는 플레이가 나왔다. 상대 수비가 지나친 전진 수비를 펼치고 있었기에 시도해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상현은 3구째 공을 번트를 대는 척하다가 순간 타격자세로 돌변하여 공을 때려냈다. 타구는 2루수 왼쪽을 꿰뚫었고 홍세완을 대신해 나왔던 2루 주자 최용규는 그대로 홈으로 쇄도하며 득점을 올렸다.

김상현의 멋진 기지가 발휘된 순간이었다. 1타점 적시타를 친 김상현은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결국, KIA는 김상현의 결승타에 힘입어 2-1 짜릿한 한점 차 승리를 거두었다. 김상현의 활약으로 이날 승리를 거둔 KIA는 4위 삼성에 반게임 차로 추격하며 상위권 입성의 발판을 마련했다.

친정팀에 오게 되어 마음이 홀가분해 진 탓일까? LG에서는 좀처럼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던 김상현이 KIA로 팀을 옮기면서 연일 맹타로 KIA의 타선을 이끌고 있다. 김상현의 부활은 KIA에 천군만마와 같다. 강타자로 군림하는 데 성공한 최희섭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누리면서 상태 투수를 압박하고 있다.

김상현은 상대 투수가 최희섭을 거르고 자신과의 승부를 택했을 때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했다. 잠재되어 있던 승부욕마저 되살아난 느낌이다. 김상현은 지금의 활약이 단순히 거품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고자 한다. 과연, 김상현은 쾌조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지금 모습을 그대로 시즌 끝까지 선보일 수 있을까? 상위권 입성을 위한 KIA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적재적소에서 터트려 주는 김상현의 한방이다.

[사진=(C) 결승타를 친 후 만세를 부르고 있는 김상현 (KIA 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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