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4.17 13:51 / 기사수정 2009.04.17 13:51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63시티 2층에서는 이번 시즌을 결산하는 2008-2009프로배구 V-리그 시상식이 개최됐습니다. 오후 3시를 넘어서자 정장을 빼입은 선수들이 속속히 시상식장에 나타났습니다.
시상식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삼삼오오 모여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선수들은 흥국생명이었습니다. 감독의 얼굴이 세 번이나 바뀌는 상황 속에서도 흥국생명 선수들은 막판 집중력을 발휘해 챔피언에 등극했습니다. 비록 정규리그는 3위로 마감했지만 2위 팀인 KT&G와 우승팀인 GS 칼텍스를 연파한 흥국생명은 프로배구 출범 이후, 남자부의 삼성화재와 함께 'V3'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우승의 주역인 '주포' 김연경(21, 레프트)를 비롯해 외국인 선수인 카리나(24, 레프트, 라이트)와 한송이(25, 레프트) 등의 선수들이 시상식장 홀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이들 선수들의 활약 때문에 흥국생명이 우승을 이룰 수 있었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선수가 존재했습니다.
바로 입단 첫해부터 흥국생명의 오른쪽 날개를 책임져온 황연주(23, 라이트)입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양쪽 무릎을 모두 수술을 받아야 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황연주는 꾸준한 재활을 통해 재기할 수 있었습니다. 올 시즌 카리나가 영입되기 전, 흥국생명은 황연주를 백업해줄 라이트 자원이 부족했습니다. 시즌 내내 팀의 라이트를 책임진 황연주는 국가대표팀 주전 라이트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황연주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한 황연주는 자신의 자리를 카리나에게 내주고 벤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흥국생명이 2연패를 달성할 때, 오른쪽 날개에는 언제나 황연주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기습적인 후위공격과 강한 서브로 상대방 코트를 흔들어 놓았던 황연주는 김연경과 더불어 항상 팀의 승리에 일등 공신으로 군림했었습니다.
시상식을 맞아 화사하게 꾸미고 나온 황연주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에 대한 소감에 대해 털어놓았습니다. 지난 시즌 우승을 놓쳤지만 다시 우승하게 된 부분은 더할 수 없이 기뻤다고 황연주는 환한 미소와 함께 답변했습니다. 이러한 '기쁨' 속에는 환희와 더불어 아쉬움도 섞여져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황연주는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같은 중요한 시합을 벤치에서 지켜본다는 사실이 많이 아쉬웠다. 팀이 우승을 해 더없이 기뻤지만 벤치가 아닌 코트에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밝혔습니다.
흥국생명이 2005-2006시즌과 2006-2007시즌에서 2연패를 달성할 때, 황연주는 코트에서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코트에서 우승을 맞이한 느낌과 벤치에서 우승을 맛본 차이점에 대해 황연주는 "팀이 우승을 했으니 모두 기쁜 건 사실이지만 벤치에 있었을 때는 기쁨과 함께 아쉬움도 다가왔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내거나 마지막 우승 득점을 올릴 때의 마음은 영원히 잊히지 않는다. 그런 쾌감을 느낄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황연주는 자신을 대신해 라이트 공격수로 활약한 카리나를 굳게 믿었습니다. 또한, 마음속으로도 강하게 응원했다고 황연주는 대답했습니다. 김연경이 레프트 포지션에서 빠른 시간차 공격과 C퀵 공격으로 위력을 발휘할 때, 라이트에서의 공격 성공률이 살아나면 중앙의 속공도 자연스럽게 살아납니다. 국내 여자 구단들 중, 가장 다양한 패턴의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는 흥국생명은 황연주가 담당하고 있는 라이트 포지션이 매우 중요한 자리입니다.
손가락 골절 부상으로 벤치에 있어야만 하는 황연주의 자리를 카리나가 훌륭하게 대체해줬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황연주는 "우리 팀이 우승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카리나가 잘해주길 기원했었고 좋은 결과가 나타나자 무척 고마웠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개인적으로 팀과 동료에게 매우 미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결과로 이어져 모두에게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이번 챔피언결정전에 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황연주의 아쉬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18일과 19일, 광주염주체육관에서 벌어진 2009 한일 탑 매치에서도 황연주는 부상으로 인해 벤치에 머물렀습니다. 황연주는 프로 입단 이후, 국가대표 주전 라이트 공격수로서 꾸준하게 활약을 펼쳤습니다. GS 칼텍스의 배유나와 함께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라이트 공격수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최근,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일본대표팀에게 11연패를 당하고 있습니다. 비록, 지난해 가을, 태국에서 벌어진 제1회 AVC컵 준결승전에서 연패의 사슬을 끊었지만 주전 선수가 대부분 참가하지 않은 2.5군을 상대로 거둔 승리였습니다. 일본에게 당하고 있는 연패의 늪에서 탈출하려면 주전 멤버들을 상대로 통쾌한 설욕을 해야겠지요. 한일 탑 매치에 뛰고 싶은 황연주의 열의는 그 누구보다 뜨거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황연주는 "일본과 경기를 할 때,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겠지만 이기고 싶은 열의는 매우 강하다. 그러나 일본 여자배구는 일본에서 인기 종목인데다가 실업팀도 많고 고교 팀의 수도 엄청나다. 이러한 저변에서 오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동안 일본을 쉽게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일본을 이기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강하다"라고 밝혔습니다.
황연주의 손가락 부상은 현재 많이 회복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재활을 통해 하루속히 완쾌하겠다는 뜻을 밝힌 황연주는 한국여자배구팀의 앞날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세대교체가 진행된 이후, 지난 몇 년 동안 손발을 맞춰 왔는데 쉽게 장담할 수 없지만 서로 손발을 맞춰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대답하며 국가대표로서의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국내무대에서도 가장 뛰어난 라이트 공격수로 평가받는 황연주는 국제무대에 서면 더욱 힘을 발휘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비록 177cm의 단신이지만 빠른 움직임과 탁월한 배구 센스를 지닌 황연주는 전위에 있을 때는 다양한 기교로 공격득점을 올립니다. 또한, 탄탄한 수비력까지 갖춘 황연주는 국내 여자 배구 선수들 중, 가장 까다로운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로 유명합니다.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뛰지 못한 아쉬움을 국제대회의 선전에서 만회하려는 것이 황연주의 각오입니다. 기존의 국가대표선수들과는 틈틈이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지만 이번에야 말로 한층 빼어난 조직력을 완성해 한국 여자배구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황연주를 비롯한 여자배구 선수들의 목표입니다.
늘 한국 여자배구의 라이트 주전 공격수로 꾸준하게 활약해온 황연주는 부상의 악몽을 털고 새로운 비상을 위해 화려한 날개를 펼치고 있습니다.
[글|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사진 = 황연주, 흥국생명 (C) 엑스포츠뉴스DB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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