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레슬러'에는 유해진과 함께 어우러지는 다양한 인물들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촉망받는 레슬링 유망주 성웅 역의 김민재, 윗집 이웃이자 성웅의 소꿉친구 가영 역을 맡은 이성경, 귀보에게 엉뚱한 고백을 쏟아내는 소개팅으로 만난 의사 도나 역의 황우슬혜, 자나깨나 자식 걱정뿐인 엄마로 등장하는 나문희까지, 유해진과 만들어낸 각각의 조화들이 흥미롭게 와 닿는다.
영화 속에서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마성의 남자'로 등장한다는 말에 유해진은 쑥스러운 웃음과 함께 "마성은 아니에요, 그렇게 그려질 뿐이죠"라며 손을 내저었다.
극 속의 러브라인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봤을 때는 짝사랑에 대한 마음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저희가 진짜 어렸을 때 한번쯤 선생님을 좋아하고 동네 교회오빠를 좋아하고, 그런 짝사랑이 있잖아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도 크게 보면 그런 짝사랑 같은 느낌이었어요. 영화에서 나문희 선생님이 제게 잔소리를 하는 것도, 제가 (김)민재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도, 또 (이)성경 씨가 보여주는 마음 같은 것도요. 그래서 진짜, '이렇게 아들의 성장뿐만이 아니라 부모의 성장도 같이 다뤄지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었죠."
레슬링 장면들을 소화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했던 김민재의 모습은 특히 마음속에 더 남아있다.
"민재는 정말 착하고, 성실해요. 제가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얘기거든요. 진짜 듬직해요. 딱 보면 느껴지지 않나요.(웃음) 저는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사실 민재에 대해 잘 몰랐고, 만났을 때도 '우리가 부자인가'라는 것이 외모적으로도 그렇고 믿어질 얘기인가 싶었었는데, 촬영을 하면서 정말 정이 많이 쌓이는 것 같았어요. 민재도 또 잘 따라줬고요.(웃음)"
레슬링 연습을 하는 김민재를 보며 "이번 작품만 하고 끝날 것 아니니까 몸 좀 사려가면서 해라"고 계속해서 당부할 정도였다.
"민재는 레슬링을 흉내 내는 게 아니고, 직접 다 했어야 하거든요. 저도 민재처럼 어렸을 때는 그런 의욕이 있어서 정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서 했지만, 그러다 정말 잘못하면 다칠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제 경험을 떠올리면서도 많이 얘기를 해줬었죠. 사실 만약 민재가 몸을 사리거나 그랬으면 또 좀 보기 싫었을 것 같은데,(웃음)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서로 시너지가 있었던 것 같고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2007) 이후 다시 만난 나문희에게서는 '여전히 대단하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해진은 "선생님은 예전에도, 지금도 항상 '해진씨, 우리 세 번만 맞춰 봐요' 하시면서 끊임없이 연습하시거든요.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존경스럽죠"라고 감탄했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나문희의 푸근함에 마음을 의지하고 기댔던 부분도 있었다.
이성경과 황우슬혜를 떠올리면서도 "밝은 친구들"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성경 씨는 통통 튀는 활력을 가지고 있어요. 힘이 빠져있다가도 그 친구의 활력으로 힘을 많이 냈죠"라고 말을 이은 유해진은 "황우슬혜 씨는 평소에도 엉뚱한 편이거든요. 촬영도 재미있게 했어요. 에피소드가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도 들어요"라고 덧붙였다.
마음 맞는 많은 이들과 함께 했던 '레슬러'의 여정은 유해진에게도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촬영하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부모로 한 단계 한 단계 여물어 가는 것이구나'라고요. 성장이라는 것이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부모 역시 그렇게 클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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