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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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 홈런은 이제 그만.

기사입력 2005.06.16 05:06 / 기사수정 2005.06.16 05:06

손병하 기자

‘빅 초이’ 최희섭의 계속되는 홈런 쇼가 한국은 물론 미 전역을 흔들고 있다.


4경기 7홈런, 메이져리그 역대 2위의 대기록

지난 11일 올 시즌 다저스의 첫 번째 끝내기 홈런을 포함해 2방을 터트렸던 최희섭은 12일엔 140M 초대형 홈런을 때려내더니, 13일에는 생애 처음으로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15일에도 1회 선제 솔로포를 터트리며 4경기에서 무려 7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메이저리그를 흥분케 하고 있다.

이미 3경기 6홈런(역대 2위), 4경기 7홈런(역대 2위) 등의 기록에 7안타 7홈런(역대 3위)의 기록까지 이름을 올려놓은 최희섭은 모든 홈런 기록이 아직 진행 중에 있어, 그저 놀랍기만 할 뿐이다.

특히 이런 최희섭의 홈런 쇼가 플래툰 시스템이란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나왔다는 점, 그리고 5월 중순 이후부터 시작되었던 지독한 슬럼프를 끊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더욱더 고무적이고 반가운 일이다. 또 투수들의 구장으로 유명한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기록한 홈런이기에 그의 진가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6월 홈런 쇼’가 시작되기 전인 두 달 동안, 2할 5푼 대의 저조한 타율과 불과 6개(?)의 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쳤던 최희섭의 무서운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YES'이다. 최근 최희섭은 배트 중심에 공을 정확히 맞추면서 홈런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이는 히팅 포인트를 완전히 찾은 것은 물론이고, 빠른 공의 구속에 맥없이 밀렸었던 배트 스피드도 되찾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그 동안 경기 감각을 익히기에 급급했던 플래툰 시스템의 족쇄 속에서 만들어낸 값진 기록이기에 앞으로 경기 감각 유지에 결정적인 역활을 하게 될, 출장 기회의 보장은 물론이고 자기 스윙에 대한 자신감마저 찾았기 때문이다.


상승세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단타가 필요하다.

단, 최대한 빠른 타석에서 홈런이 아닌 단타나 2루타 등의 필드 안타가 나와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충족시켜야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나갈 수 있다.

연속 경기 홈런이란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는 최희섭은 지금까지 7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동안 단 1개의 필드 안타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1회 선제 홈런을 기록했던 15일 경기에서 2-3으로 뒤지고 있던 9회 말 2사 2루의 찬스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것을 비롯해, 4경기에서 세 차례나 스코어링 포지션에 나가있는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했다. 봇물 터지듯 터지고 있는 홈런에 비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11일 두 방의 홈런, 특히 끝내기 결승 홈런 이후 최희섭의 방망이의 궤적은 장타를 의식한 듯 백스윙부터 크게 돌아 나오고 있다. 이런 스윙의 궤적은 맞으면 장타가 되지만, 변화구에 대처하지 못해 공을 맞추는 것 자체가 힘들어 질 수 있다.

최희섭이 기록한 7개의 홈런이 모두 직구(패스트볼)를 공략해서 나온 것이어서 큰 스윙에도 타이밍과 배트 스피드의 힘으로 홈런을 만들 수 있었지만, 자칫 홈런의 단꿈에 젖어 있다간 변화구 위주로 승부해올 다음 상대들에게 농락당하기 쉽다. 이제 최희섭에게 섣불리 직구로 승부해 올 투수들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희섭이 기록한 홈런 중 6개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었기 때문에, 장타를 노리고 들어가 큰 스윙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당당한 메이저리그의 클린업 트리오가 되기 위해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보여줄 필요는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홈런만 치는 타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빨리 단타를 만들어내 약점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변화구에 약점이 없지 않아 있는 최희섭이 변화구를 승부구로 삼을 앞으로의 대결에서 계속 홈런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게 되면, 슬럼프는 의외로 더 빨리 찾아와 더 길어질 수 있다. 최희섭의 단타가 급한 이유다.

다음 경기에서 2, 3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것도 너무나 값진 일이지만, 메이져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찾아온 이 좋은 분위기를 더 길게 더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는 스윙을 변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직 최희섭은 트레이시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지 않았다. 에브리데이 플레이어(주전)가 되기 위해서는 감독의 머릿속에 ‘한 방’이 필요할 때 생각나는 선수가 아닌, ‘팀의 승리’가 필요할 때 떠오르는 선수로 한 단계 더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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