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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엘렉트라' 서이숙X장영남, 무대 꽉 채운 카리스마 열전

기사입력 2018.04.18 18:24 / 기사수정 2018.04.18 18:24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배우 서이숙과 장영남이 카리스마 열전을 펼쳤다.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의 3대 비극으로 꼽히는 연극 ‘엘렉트라’가 26일 개막을 앞뒀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와 어머니의 정부를 살해하는 엘렉트라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동아연극상 희곡상 수상자 고연옥 작가가 각색했다. 그리스 시대가 아닌 동시대의 총을 든 게릴라 여전사로 묘사한다. 정부군에 대항하는 게릴라들의 리더로,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어머니를 클리탐네스트라를 인질로 잡아 벙커에 가둔다. ‘오이디푸스'(2011), '안티고네'(2013)를 선보인 한태숙 연출의 '소포클레스 3부작'의 완결판이다. 과연 복수는 정당한지, 개인의 정의가 전체의 정의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연극 ‘엘렉트라’ 측은 18일 서울 중구 남산창작센터 제1연습실에서 배우들의 연습 장면을 공개했다.

한태숙 연출은 여성성이 배제된 여성 캐릭타를 두고 "센 여자 조합으로 강렬한 드라마를 만들려고 했다기 보다는 현대의 엘렉트라와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현실감 있게 그려낼까 생각하고 고민했다. 작가가 현대 시점에서 생각해보자고 했다. 여성이 약자가 되는 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로 내도록 그리려 했다"고 밝혔다. 

한 연출은 "원작이 가진 단단함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했다. 고전을 현대로 바꿨을 때 현재를 반추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리스를 떠올렸고 부패, 경제적 상황, 반란군과 정부군의 싸움 등이 극에 다 녹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베테랑 배우들의 카리스마가 눈에 띄었다. 장영남은 2011년 ‘산불’ 이후 7년 만에 연극에 복귀했다. 서이숙은 올해 초부터 영화와 드라마 출연 러브콜을 모두 고사하고 '엘렉트라' 공연 준비에 몰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시연에서 강렬한 신경전을 벌이며 몰입했다. 극중 장영남은 "내 아버지를 죽이고 나를 망가뜨린 죄를 빌어라"고 외치며 총을 겨눴다. 이에 클리탐네스트라 서이숙은 "네가 말하는 정의는 다른 사람에게 죄악일 뿐"이라며 저주를 퍼붓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더했다.

장영남은 "연극을 한지 벌써 7년이 됐더라. 많이 떨리고 긴장된다. 한편으로 설레기도 하다. 연습 시간이 참 좋다. 이렇게 긴 시간을 어떻게 이겨낼까 싶었는데 너무 좋다. 총도 잡고 전사여서 남자처럼 행동하는 게 있는데 쉽지 않다. 배우들이 많이 도와줘 재밌게 잘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참 어려운 역할이다. 각색해서 새롭게 게릴라 여전사로 태어났다. 크게는 정의 실현이라고 하는데 엘렉트라에게는 사적인 복수다. 엄마가 아버지를 죽인 것도 있지만 아이기스토스가 나와 여동생을 어릴 때부터 추행하고 유린했다. 학대를 당하면서도 그를 남자로 느끼는 순간이 있는 아이였다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명이 충분히 된 건지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학대와 결핍 때문에 많이 비틀어진 인간이다. 어떻게 이 비틀어진 인간을 표현할까, 마음 속 물결을 어떻게 요동칠까 고민했다. 하면서도 어렵다. 지금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공연 때까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지만 큰 과제"라고 털어놓았다.

서이숙은 "희랍극이 두번째인데 하기 싫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운명인가 보다. 아무리 거부해도 나밖에 없다고 한다. 특화되는 일은 배우로서 두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무대가 주는 기쁨이 있긴 하다. 또 그럼에도 거부하고 싶은데 희랍극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며 출연 소감을 말했다.

작품에 대해서는 "배우, 작가가 다 여성이지만 여성성을 강조한 장면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서이숙은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정의는 무엇인지, 누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는가다. 다 피해자다. 서로 심판을 하는데 그게 정말 옳은 것인지 처절하게 이야기한다. 그럼 누가 과연 심판할 것인가를 얘기한다. 여성성을 강조한 게 아니라 서로 외쳐대는 정의가 과연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까 하는 내용이다. 모녀의 잔잔하고 사소한 이야기는 배제한 편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해를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조금 더 큰 부분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완규가 클리탐네스트라의 남편 아이기스토스를, 백성철이 남동생 오레스테스를 연기한다. 박수진은 여동생 크리소테미스로 분했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 어머니 역할을 했던 예수정은 엘렉트라를 돕는 게릴라 중 한 명으로 출연한다. 배우 이남희, 박종태, 민경은, 박수진, 류용수, 김원종이 게릴라로 함께 한다.

고연옥 작가는 포커스를 맞춘 부분에 대해 "동시대성을 부각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한태숙 연출의 방식이 있다. 고전의 무게와 클래식한 가치를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기조에서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공감을 줄 수 있는지 봤다. 현대인이 예전보다 모호해진 측면이 있는데 정답을 강요하기 보다는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또 "엘렉트라 속에 있는 여성성을 탐구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게 목표가 됐다. 여성성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나온다.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만 아니라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지, 개인의 정의가 모두의 정의가 될 수 있는지 담는다. 여기에 여성성이 어떻게 개입하는지 염두에 두고 썼다"며 의도를 전했다.

이어 "예전에도 지금도 여성이란 존재를 가두려고 한다. 많은 여성이 벗어나려고 투쟁하고 이용하고 대결하는데 극의 인물들도 그런 측면에서 존재한다. 복수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정의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정의가 모두의 정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질문하고 싶었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정의가 전체의 정의로 나아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개인의 정의를 말하는 게 이기적이라고 하지만 부조리한 일이나 비극을 당했을 때 나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면 우리 사회가 달라질 수 있을 거다. 개인의 정의가 모두의 정의가 되는 건 어렵지만 내가 얼마나 간절하냐에 따라 개인의 정의를 다시 볼 수 있지 않나 한다"고 짚었다.

26일부터 5월 5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엘렉트라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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