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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 세계선수권 특집 총결산] 피겨가 정직하다면 김연아를 선택할 것이다

기사입력 2009.03.27 02:47 / 기사수정 2009.03.27 02:4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세계선수권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은 스웨덴의 조용한 도시 예테보리에서 열렸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미국의 대도시인 LA에서 치러지고 있지요. 세계 스포츠 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 이 대회가 열리는 점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대도시인 LA에는 많은 피겨 팬들이 몰리고 있고 미셀 콴과 크리스티 야마구치, 그리고 스캇 해밀턴 같은 피겨의 전설적인 선수들도 대회를 직접 관전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장소에서 김연아(19, 고려대)가 선전을 펼친다면 김연아의 진가는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현지에 나가 있는 본지 특파원의 보고에 따르면 아직도 그곳에서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를 박빙의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골수 피겨 팬들의 움직임은 조금 다릅니다. 올 시즌, 미국 워싱턴 주 에버렛에서 벌어진 'Skate America' 이후, 북미에서 보는 김연아에 대한 시선은 매우 격상되었습니다. 김연아의 진가는 TV 중계에서도 나타나지만 눈앞에서 직접 보는 생생함에 있습니다. 여자 선수로는 믿기지 않는 엄청난 스피드와 활주 능력, 여기에 파도 물결 같은 점프의 비거리를 직접 본 피겨 팬들은 모두 김연아의 특별함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김연아와 함께 오랫동안 국제대회에 참가해온 김풍렬 전 대한 빙상연맹 부회장은 "연아의 경기를 직접 본 외국의 피겨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전율을 느꼈다고 말하면서 찬사를 보낸다. 그만큼, 현장에서 직접 연아의 연기를 직접 보면 얼마나 뛰어난 스케이터인지를 한눈에 알게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대중들에게 알려졌지만 김연아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이번 대회에 임하고 있으며 준비도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대비했습니다.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하루 앞두고 있는 현재, 김연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컨디션 유지와 정신적인 마음가짐입니다.

세계선수권 특집 기사를 준비하면서 피겨 스케이팅과 김연아와 관련된 많은 분을 만나봤습니다. 아이스링크의 생생한 현장에서 들려온 그들의 목소리는 매우 진솔했고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죠.

어린 김연아를 지도했고 특히, 트리플 5종 점프를 마스터하던 시절의 스승인 신혜숙 코치는 실전과 연습에서 강한 선수를 이렇게 구분 지었습니다. "연습 때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실전에 들어가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신적인 문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선수가 지닌 기본기가 얼마나 탄탄 하느냐에 따라서 기복이 없는 경기력을 펼칠 수 있다. 연아가 대단한 점은 견고한 기본기에 있고 그 다음은 최고의 기술을 유지해온 점에 있다. 어릴 때부터 지상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고 체계적인 과정을 밟아온 점이 연아를 실전에서 강한 선수로 만들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신코치는 김연아의 재능에 대해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연아가 타고난 재능도 무시할 수 없다. 머리도 똑똑한데다가 지기 싫어하는 지독한 승부근성을 지닌 부분은 가르쳐서 얻을 수 없는 점이다. 그리고 최고의 정점에 있다가 쉽게 하향곡선을 그리는 선수들도 있는데 연아는 놀랍게도 뛰어난 기량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연아가 늘 꾸준하게 반복해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해오던 것을 더욱 완벽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이죠. 이 말은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피하는 답변이 아니었습니다. 익힌 기술을 더욱 갈고 다듬어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명품 기술'로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말이었습니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이지만 최고의 위치에 올라간 선수들이 한순간 사라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바로 자신의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태도 때문이지요. 또한, 지나친 열정에 무모한 도전을 일삼다가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김연아는 정상에 있는 선수들이 자칫 잘못하면 빠지기 쉬운 함정들을 잘 피해갔습니다.

김연아는 한국 시각으로 25일에는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26일에는 다시 연습에 돌입했지요. 훈련과 휴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서인지 김연아는 25번의 점프 연습을 모두 성공시켰습니다.

김연아가 대회 현지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꾸준하게 지켜본 이가 있습니다. SBS 피겨 해설가인 방상아 위원은 "경기를 앞두고 자국의 선수가 대회를 잡는다는 말은 작년만 해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에 있었던 4대륙 대회 연습을 보고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연아의 상승세가 워낙 뛰어났고 다른 선수들과의 기량 차이가 확연하게 보였기 때문에 그때부터 김연아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라고 확신하게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방 위원은 피겨와 관련된 모든 요소를 고르게 잘하는 점이 김연아의 최대 장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동안 라이벌로 언급되어온 특정 선수와의 기량 비교는 이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김연아와 경쟁하는 각국의 선수들은 자신만의 장점을 지녔고 세계적인 선수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김연아만큼 실전에서 강하고 꾸준하게 베스트 점수를 유지해온 선수는 드물죠. 기본기가 탄탄하고 견고한 정신력까지 김연아는 실전에서 강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한번 익힌 기술을 내버려두지 않고 꾸준하게 연마시켜온 점이 오늘날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피겨와 관련된 취재를 위해 아이스링크를 찾던 어느 날, 링크 한쪽 구석에서 스케이트 날을 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예리하게 깎아지는 스케이트의 날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죠. '빙판을 스쳐가는 스케이트의 날이 더욱 예리해 지려면 날을 갈고 닦는 시간이 중요하다'라고요.

모든 종목이 마찬가지이지만 피겨 스케이팅은 매우 정직한 스포츠입니다. 단 한 번의 실전 경기로 승패가 가려지지만 그 '한 번'의 실전에는 선수가 흘린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의 본질은 매우 정직하고 투명하지만 다른 요소들로 인해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납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가 정직하다면 '큰 실수를 하지 않은' 김연아에게 손을 들어줄 것입니다. 이미 김연아는 이번 시즌을 거쳐 오면서 자신의 장점을 더욱 발전시켰고 단점을 갈고 닦아 예리한 스케이트 날로 완성했습니다.

김연아가 큰 대회를 앞두고 "반드시 1등을 하기 위해 피겨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여유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피겨에 대한 신념이 가득 찼고 진정으로 즐기면서 타는 참맛을 알기 때문에 이러한 대답이 나올 수 있었지요. 김연아가 국내 팬들은 물론, 세계 각국의 피겨 팬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스케이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실력 때문만이 아닙니다. 바로 가장 '정직하게 스케이트를 타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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