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16 02:06 / 기사수정 2009.03.16 02:06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약 4개월 반의 여정을 숨가쁘게 달려온 2008-20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가 어느덧 마지막 한 주만을 남겨놓고 있다. 오는 22일까지 일주일간 총 14경기만을 치르면 올 정규 시즌이 모두 종료된다.
단 한 주만을 남겨놓고 있음에도 아직 6강 플레이오프의 행방은 모두 가려지지 않았다. 현재 1위부터 4위까지의 네 팀은 사실상 진출이 확정적이지만, 5위와 6위 두 자리를 놓고 아직도 세 팀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동률을 기록해 상대 전적에 따라 순위를 가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규 시즌 우승의 주인공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1위 원주 동부와 2위 울산 모비스의 승차는 단 1경기. 만일 동부가 이대로 1위 자리를 지키더라도 남은 3경기에서 전승하지 못한다면 역대 우승팀 최저 승률(.669, 36승 18패)도 갱신될 처지다.
시즌 막판까지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경쟁 구도와 함께 관중 동원 기록도 연일 경신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SK가 사상 최초로 정규 시즌 16만 관중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14일에는 역대 최소인 250경기(종전 2007-2008시즌 255경기)만에 KBL 정규 시즌 100만 관중 돌파라는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다. 정규 시즌 100만 관중 돌파는 지난 2004-2005시즌 이후 네 번째.
마지막까지 각 팀이 벌이는 치열한 순위 다툼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 프로농구, 지난 한 주를 되돌아본다.
▲끝까지 알 수 없다…선두와 6강 사투
동부와 모비스가 벌이는 선두 다툼은 막판 들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줄곧 2~3게임 차를 유지하며 정규 시즌 우승이 무난할 것으로 보였던 동부는 이번 주도 1승 2패, 최근 5경기에서 1승 4패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면서 1게임 차까지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반면 모비스는 이번 주 3전 전승의 상승세로 마지막까지 우승을 향한 희망을 불태우고 있다.
6강 막차를 노리는 세 팀의 구도는 더욱 처절하다. 27승 24패로 공동 5위인 인천 전자랜드, 창원 LG와 27승 25패로 7위인 안양 KT&G는 두 장 남은 6강 티켓을 두고 매 경기 사투를 벌어야 할 판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연패에 빠지면서 가장 6강행 가능성이 낮아 보였던 LG는 이번 주 2전 전승을 달렸다. 여기에 두 경쟁자의 기세가 주춤하면서 공동 5위로 도약, 상황을 반전시켰다. 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LG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들쭉날쭉한 경기력이다. 막판 들어 LG는 4연패-4연승-3연패-2연승으로 이어지는 '롤러코스터 행보'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세가 좋던 전자랜드와 KT&G는 나란히 1승 2패, 3전 전패의 부진에 빠졌다. 전자랜드는 경쟁자인 KT&G를 꺾으면서 기세가 올랐지만, 이후 2연패로 아쉬운 모습. KT&G는 마퀸 챈들러의 부상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에 주희정의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로 애를 먹으며 3연패, 세 팀 중 가장 불리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남은 일정을 살펴보면 전자랜드가 가장 유리하다. 전자랜드는 다음주 3경기 중 6강 탈락이 확정된 부산 KTF와 SK와의 경기가 잡혀있다. LG와 KT&G는 다음주에 나란히 선두 동부와 4위 서울 삼성과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남은 1경기에서 KTF를 상대하는 LG에 비해 2경기만 남은 KT&G는 일정 면에서 가장 불리하다.
▲진출-탈락 확정적, '유종의 미'를 위해
사실상 6강 진출이 확정적인 KCC와 삼성은 비교적 여유롭다. 만에 하나 남은 경기에서 전패한다면 탈락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게다가 두 팀은 이번 주에도 각각 3전 전승과 2승 1패로 좋은 페이스를 유지했다.
삼성은 다음주 6강 진출에 사활을 건 LG, KT&G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KCC는 모비스와 3경기 차를 유지하고 있어 실낱같은 4강 직행의 희망을 남겨두고 있지만, 그들의 6강 탈락 가능성만큼이나 현실성은 크지 않다.
6강 탈락이 확정된 세 팀 역시 다른 의미에서 비교적 여유롭지만, 부진을 딛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더욱 분발해야 하는 상황.
SK와 대구 오리온스는 이번 주 1승 2패, KTF는 2전 전패로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SK와 오리온스의 경우에는 각각 동부와 삼성을 잡아내며 '고춧가루 부대'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다음주에도 선두 혹은 6강 경쟁 중인 팀과의 경기가 예정된 이들이 다시 한 번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기량 미달 대체 용병, 애타는 속마음
막판 주축 외국인 선수의 부상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영입한 대체 선수들의 부진이 코칭 스태프의 애를 태우고 있다. 동부의 앤써니 윌킨스와 KT&G의 토마스 패얼리, SK로 옮긴 저스틴 보웬, SK에서 뛰다 이미 퇴출당한 코리 미니필드가 바로 그들이다.
이미 기량 미달로 저스틴 알렌을 퇴출시켰던 동부로서는 윌킨스마저 부진해 고민에 빠졌다. 윌킨스는 지난 13일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15점을 올린 것을 제외하면 한 번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체적인 경기력마저 연일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주던 웬델 화이트의 부상 공백이 더욱 아쉬워질 만하다.
웬만한 벤치 멤버 수준의 모습도 보이지 못했던 미니필드는 말할 것도 없지만, 영입 초기에 비교적 괜찮은 활약을 펼쳤던 패얼리와 보웬 역시 최근에는 '용병답지 못한' 경기력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는 KT&G의 입장에서는 패얼리의 갑작스런 부진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대체 선수들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모비스는 지난 시즌 삼성에서 뛰었던 빅터 토마스를 영입, 선두 탈환과 플레이오프를 대비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시즌 평균 20득점에 육박하는 활발한 공격력을 보이며 삼성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던 토마스의 가세로 모비스는 한층 더 전력 상승을 이루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위클리 MVP : 테렌스 레더(서울 삼성) 3경기 평균 38.3득점, 11리바운드, 3.3어시스트, 2스틸, 2점슛 48/59(81.4%)
'삼성 레더스'라는 비아냥도 무위로 돌렸다. 삼성의 테렌스 레더는 엄청난 공격력을 이어가며 '레더의 맹활약=삼성의 승리'라는 공식을 더욱 확고히 정립했다. 이번 주 삼성이 승리를 거둔 2경기에서 레더는 각각 42점, 52점을 올리며 상대 수비진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레더가 21득점으로 비교적 부진했던 오리온스전에서는 삼성도 아쉽게 패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엄청난 2점슛 성공률이다. 수많은 공격 시도와 집요한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레더는 정교함을 잃지 않으며 영양가 높은 공격력을 보여줬다. 12일 KTF와의 경기에서는 18개의 2점슛을 던져 모두 성공시키기도 했다. 시즌 전체의 활약으로 봐도 레더의 득점-리바운드 부문 1위는 이미 확정적인 상태다.
KCC의 마이카 브랜드도 주간 평균 28득점, 10.7리바운드에 4개의 어시스트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시즌 평균 20.3득점, 7.6리바운드를 기록 중인 브랜드로서는 중요한 시즌 막판 평소 이상의 활약으로 소속팀에 배 이상의 활약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덩달아 KCC 역시 4연승의 상승세를 내달리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거의 확정지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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