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3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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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연습 방해, 그냥 넘길 수 없다

기사입력 2009.03.15 04:45 / 기사수정 2009.03.15 04:4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8~2009 ISU(국제빙상연맹)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이 한참인 작년 12월 초, 본 기자는 대회 장소인 고양시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에서 여자 싱글 선수들의 최종 연습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그때, 일본 선수들은 분명히 뭉쳐있었습니다. 물론, 목표는 하나였겠지요.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를 누르고 자신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집념이 서려있었습니다. 김연아는 대회 당시 걸렸던 가벼운 감기로 인해 자신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었습니다. 되도록 크게 무리하지 않는 분위기가 나타났지만 어딘지 모르게 일본 선수들에게 견제를 받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가 시합을 앞둔 최종 연습에서 나타났습니다. 특히,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습니다. 바로 김연아가 최종 연습 도중, 다른 선수들과 부딪힐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죠. 당시에는 설마 하는 느낌도 들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녹화 화면을 보면서 일본 선수들의 고의적인 방해가 있었음이 여실히 나타났습니다.

김연아가 국제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의 견제를 받은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닙니다. 예전부터 이러한 움직임은 충분히 나타났었고 국내 피겨 팬들은 각종 게시판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선수들이 한꺼번에 들어가 최종 연습을 하는 시간은 매우 중요합니다. 실전을 앞두고 자신의 기량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이기 때문이죠. 실전 경기를 앞두고 현장 적응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김연아는 2008~2009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용기 있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의 연습 방해가 꾸준하게 이어진 점을 스스로 밝혔습니다. 특히, 최근 있었던 그랑프리 파이널과 4대륙 대회에서 이런 경향이 극도로 심했다는 점까지 털어놓았습니다.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과 4대륙 선수권 여자 싱글 최종 연습을 보면 안무에 열중하고 있던 김연아에게 특정 선수가 지나칠 만큼 접근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두 선수가 연습에 몰두하던 나머지 우연하게 밀착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안무 연습을 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 자리를 피해 활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특정 선수는 김연아가 자리 잡고 있었던 공간을 침범했습니다. 안무에 집중하고 있던 김연아는 리듬이 깨졌고 안무 연습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실전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연습은 역시 '점프'입니다. 좋은 점프 감각을 실전 경기까지 유지시키려면 점프 연습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합니다. 점프 연습을 하려는 선수가 활주를 하고 위치를 잡으면 기본적으로 다른 선수들이 그 영역을 피해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그러나 일본 선수들은 이러한 페어플레이를 상실해 있었습니다. 김연아가 자신의 전매특허인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비롯한 트리플 러츠 등의 점프를 시도할 때, 일본 선수들은 김연아의 연습 영역을 또다시 침범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행동을 우연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김연아는 최종 연습 시간 초반에는 안무와 비거리 활주가 비교적 짧은 점프, 그리고 스핀 등을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연습 막판에 가서야 링크를 크게 쓰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점검했죠.

최종 연습 시, 김연아는 충분히 다른 선수들의 연습을 고려해주면서 링크를 쓰고 있습니다. 연습 내내 링크를 점령하지 않고 자신의 몫에만 충실한 선수가 바로 김연아입니다. 만약 김연아가 연습 내내 링크를 광범위하게 휘젓고 다녔다면 다른 선수들과 충돌할 상황이 생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연아의 연습 공간에 침범했던 선수들은 모두 정면으로 돌진하고 있었습니다. 방향을 뒤로 돌리고 점프를 시도하거나 활주를 잘못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피해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상하리만큼 김연아에게 정면으로 스쳐 지나갔습니다.

일본 선수들의 페어플레이가 실종된 행위에 많은 피겨 팬들은 분개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김연아가 스스로 밝힘으로써 이 문제는 공론화되었습니다. 김연아의 연습을 방해한 특정 선수들을 비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일본은 어떠한 형태로든 뭉쳐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점프 특훈' 같은 기술적인 보강으로 대회를 준비한 점도 있었지만 같은 여러 선수가 함께 출전하는 장점도 십분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김연아는 그동안 홀로 외롭게 국제무대에서 고군분투했습니다. 같은 국적을 가진 선수들이 함께한다는 점은 많은 이득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4대륙 대회에서는 김나영(19, 인하대)과 김현정(17, 군포수리고) 등이 김연아와 함께했습니다. 그러나 이 선수들은 아직 김연아와 함께 최종 연습을 할 수 있는 상위 그룹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그동안 세계선수권 대회의 성적과 일본 언론의 영향력 때문에 세계 여자 피겨의 구도는 아사다 마오(19, 일본)와 김연아의 경쟁관계로 비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틀도 차츰 깨지고 있는 게 현재의 추세입니다. 김연아의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본 이들은 하나같이 김연아의 연기에 감탄사를 내뱉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달에 벌어진 4대륙 대회를 통해 더욱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난 4대륙 대회에서도 증명됐지만 김연아는 현존하는 최고의 스케이터입니다. 그러나 홀로 싸워야 할 대상이 너무 많다는 점이 문제겠지요. 김연아 자신이 특정선수들의 연습 방해에 대해 언급을 한 점은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레드카드'를 꺼낸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진정한 경쟁은 페어플레이가 펼쳐진다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집니다. 진정으로 떳떳한 승부를 펼치고 싶다면 연습 방해 같은 행위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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