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첫 도전은 설렘을 동반한다. SG워너비 이석훈에게 뮤지컬 ‘킹키부츠’는 새로운 경험이 됐다.
이석훈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중인 ‘킹키부츠’에서 찰리로 열연 중이다. 2008년 SG워너비 5집 앨범 'My Friend'로 데뷔한 뒤 가수로 활발히 활동하던 그는 ‘킹키부츠’를 통해 뮤지컬이란 장르에 발을 들이게 됐다. 가수로 설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전에 제안이 오긴 했는데 그때는 준비가 안 됐다고 스스로 판단했어요. 성격 자체가 멀티플레이가 안 되거든요. 곡을 온전히 써야 하는 시간, 공연을 해야 하는 시간, 공연 외적인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을 구분하며 사는 사람이라 집중을 못 할거로 생각했죠. 그런데 이 작품은 하고 싶었어요. 마침 멀티를 안 해도 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도전하게 됐어요. 주위에서도 ‘이건 꼭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줬고요.”
‘킹키부츠’에 출연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찰리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아버지가 죽고 파산 위기에 놓인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와 아름다운 여장 남자 롤라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은 작품인데, 찰리의 성장기가 큰 줄기다.
“우선 정통 뮤지컬이 아니라서 괜찮았어요. 또 워낙 유명한 작품이었고요. 무엇보다 주인공인 찰리가 저와 굉장히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안을 받고 동영상을 많이 찾아봤어요. 처음에는 이 친구에게 보이는 느낌이 많지는 않았어요. 선두에 나서려는 모습이 아니더라고요. 저 역시 선두에 서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드러내고 피력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주목받으면 불안하고 검색어 1위도 불안해해요. (웃음)
연예인이라는 카테고리로 보면 저는 그다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연예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게 생각한 적이 별로 없어요. 난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인데 직업이 이렇다 보니 본의 아니게 주목을 받아요. 그런 성격이 찰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역할에 자신감이 들었어요.”
찰리는 얼떨결에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신발 공장을 운영하며 여장 남자인 롤라를 만나고 그에게서 세상과 맞서는 법을 배운다. 찰리에 감정이입 한 그는 무대에서 솔로곡 ‘소울 오브 어 맨(Soul of a man)’, ‘스텝 원(Step one)’ 을 소화하며 극에 녹아든다.
“찰리는 자기 주관이 없고 남의 말에 휩쓸리는 친구예요. 뚜렷한 꿈이 없죠. 수수하고 순한 친구죠. 하지만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게 생기면 달려가요. 무모할 수 있지만 순수해서 그럴 수 있다고 봐요. 평소의 톤보다 높여 순진한 느낌을 많이 표현하려고 하죠. 2막부터는 주관을 뚜렷하게 나타내요. 남의 말을 안 듣고 자기 생각을 밀어붙이는 찰리를 표현하려고 목소리를 낮추고 있어요.”
찰리로 지낸지 한 달가량 지났다. 그는 “온전히 찰리라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고개를 끄떡였다.
“처음에는 무대에서 ‘집중해야 해’라는 생각이 났는데 어느 순간 끝나있고 지금은 기억조차 안 날 때가 많아지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공연하는 시간만큼은 찰리가 됐어요. 첫 뮤지컬이어서 부담이 있긴 했는데,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면 자신감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분이 기대하는 만큼 저 또한 열심히 연습했어요. 처음에는 많이 부담스러웠지만 그 부담감을 이겨내고 싶었죠.”
새롭게 합류한 것에서 오는 걱정도 없었다고 한다. 동료 배우들 덕분에 더 잘 할 수 있었단다.
“이미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저만 잘하면 돼요. 도리어 배우들이 많이 도와줘서 도움이 됐어요. 서로 도와주는 모습을 본 제리 미첼 감독이 뉴욕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고 하더라고요. 함께 찰리 역을 맡은 (김)호영이 형도 많이 도와줬어요. 찰리가 돼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얘기를 많이 해줬죠. 작품 내용과 굉장히 비슷한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롤라를 비롯한 모든 팀 덕분에 구두 공장을 이뤄낸 것처럼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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