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04 20:42 / 기사수정 2009.03.04 20:42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2006년 3월. 대한민국은 야구 열기로 달아 올랐다.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은 일본, 미국, 멕시코 등 야구 강국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4강 토너먼트에 오르는 기염을 발해 국민들에게 야구의 참맛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5일 일본 도쿄에서 개막하는 제2회 WBC 대회때는 3년전의 감동을 재현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WBC 국내 중계권을 갖고 있는 IB스포츠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와의 중계권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기 때문이다.
WBC에 300만 달러를 지급하고 한국 내 중계권을 획득한 IB스포츠는 지상파 3사 협상 대표인 KBS와 중계권 재판매 금액을 두고 수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IB스포츠는 250만 달러 이상을 제안한 반면 KBS측은 130만 달러를 제시해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컸다.
IB스포츠는 케이블TV 엑스포츠에 중계권을 팔았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는 3시간 지연 중계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따라서, 한국팀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관전할 방법은 중계권을 구입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돈을 내고 보는 것 뿐이다. 다른 나라 경기는 생중계가 되는데 정작 한국 팀의 경기는 TV 전파를 제때 타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눈앞에 닥쳤다.
IB스포츠와 지상파 3사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입장에 몰려 있어 '극적인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IB스포츠가 2005~2006 시즌 프로농구 중계권을 독점 계약하며 보편적 접근권을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후 두 협상주체는 수차례 대립각을 세워 왔다. 이번 WBC 중계권과 관련해서도 양측의 입장 변화는 난망한 실정이다.
한국팀 경기 생중계가 어려워짐에 따라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역시 야구계다.
2006년 1회 대회 때 선풍적인 인기몰이가 가능했던 것은 미디어의 힘이 컸다. 방송사들은 주요경기를 생중계한 것은 물론, 야구관련 각종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했고 9시 정규 뉴스의 절반 이상을 야구 기사로 채우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중계 무산으로 WBC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시들해진다면 미디어의 지원 사격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500만 관중 돌파와 베이징 올림픽 우승으로 겹경사를 맞은 한국 야구는 WBC를 기점으로 다시한번 도약하려 했지만 뜻밖의 역풍을 맞은 꼴이 됐다. 골수 야구팬들은 따로 돈을 내고서라도 인터넷 동영상 중계를 보겠지만 일반 국민들의 WBC에 대한 관심은 크게 떨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중계권 장사'에 실패한 IB스포츠도 손해를 보기는 마찬가지. 지상파 3사에 중계권을 재판매할 계산으로 45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회수율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게 됐다. 이로 인해 향후 다른 주요 스포츠 이벤트의 중계권을 선뜻 사들이기에도 큰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IB스포츠는 4일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지상파 3사와의 의견 차이는 여전히 현격하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