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을 둘러싼 성폭행 의혹이 MBC 'PD수첩'을 통해 보도됐다. 지난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의 여배우 폭행 혐의로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성폭행 폭로까지 전해졌지만, 여전히 침묵하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6일 방송된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김기덕과 '악어'(1996), '야생동물 보호구역'(1997), '나쁜 남자'(2012), '뫼비우스'(2013) 등에 함께 출연하며 그의 페르소나로 불렸던 조재현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다룬 내용을 함께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과거 김기덕과 함께 작업했었던 세 명의 여배우가 전한 증언으로 충격을 전했다.
여배우 C는 "나도 그냥 성추행이라고 말할까 고민했다. 내가 성폭행 당했다는 것 자체가 부들부들 떨리고 공황장애가 심했다"고 전했다. 또 김기덕 뿐만이 아닌, 조재현에게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얘기하며 "피해자가 많은데 드러나지 않더라. 알고 보니 이 사람들의 힘을 두려워한다. 돈도 많고 지위도 있다. 여자 배우들을 오히려 우습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다"고 폭로했다.
앞서 김기덕은 지난 1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여배우 A를 상대로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에 대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바 있다. 해당 여배우는 이날 'PD수첩'에서 김기덕 감독이 자신에게 성관계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작품에서 하차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김기덕을 둘러싼 폭행 논란은 있었지만, 성폭력은 또 다른 문제였다. 김기덕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에게 "극단적인 생각만 들고 너무 힘들다. 충격적인 내용을 기다리고 또 사실 확인 없이 공개되어 진실이 가려지기 전에 사회적 매장을 당하고 그 후에는 평생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내용은 자세히 모르지만 세 가지 기준으로 해석해 달라"고 입장을 전했다.
김기덕이 전한 문자 메시지에는 "첫째, 영화 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항상 그 점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다. 둘째,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다.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동을 한 적은 없다. 셋째,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 육체적인 교감을 나눈 적은 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방송 이후 김기덕을 향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김기덕 측은 이에 대한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논란이 확대되면서 김기덕의 향후 국내외 활동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기덕은 지난 2월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으로 파노라마 스페셜 부문에 공식 초청받아 독일을 방문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에 부응한다는 뜻으로 이에 연루된 배우와 감독, 영화의 초청을 불허한다고 전했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그의 영화를 넘어선 성폭력 문제에 대한 논쟁을 피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고 말하며 김기덕 감독의 신작을 초청한 이유를 밝혔다.
이에 김기덕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제 영화가 폭력적이라고 해도, 제 삶은 그렇지 않다. 영화와 비교해 내 인격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배우와 해석이 달라 일어난 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말했다.
외신에서도 김기덕과 관련한 현재의 상황을 관심 있게 보도하는 중이다. 영화의 국내 개봉에 빨간 불이 켜진 것도 물론이다. 확대되는 성폭력 논란 등 계속된 구설수에도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하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김기덕의 행보가 씁쓸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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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