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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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거둔 아스날, 안심하기는 이르다

기사입력 2009.02.25 18:03 / 기사수정 2009.02.25 18:03

김병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병호 기자] 벵거의 아이들이 오랜만에 제 기량을 펼쳐보였다. 아스날은 25일 새벽(한국 시각)에 벌어진 2008/09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에서 로빈 반 페르시의 PK 결승골에 힘입어 이탈리아의 강호 AS로마에 1대0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아스날이 가지는 의의는 승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경기 전 선발진을 소개하는 장면을 보면 아스날의 포메이션은 4-4-2로 표시되어 있었으나 경기중 벤트너가 사이드에서 지속적으로 플레이를 펼쳤다. 반면 나스리는 중앙에서 플레이메이킹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을 볼 때, 벵거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자주 사용하는 변형 4-5-1에 가까워 보였다.

포메이션이 어떻든 간에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아스날은 '벵거볼'로 불리는 자신들의 경기 스타일을 바탕으로 로마를 압도하였다. 비록 스코어는 한 골 차이였지만 자세히 내용을 살펴보면 3~4골 차가 났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경기였다. 로마의 감독 스팔레티는 스타팅 라인업으로 유추하여 보면 원정 경기에 대하여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아스날을 상대하는 여타 EPL 팀들이 애용하는 10백의 전략과는 달리 올라오는, 그들 고유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섞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 아스날의 미드필드 진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로마는 강력한 미드필더들을 통해 중원 장악을 노렸던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대부분은 데닐손이 주축이 되는 아스날의 허리 진영과 데 로시가 주축이 되는 로마의 허리를 볼 때 로마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이러한 스팔레티의 전략은 아스날을 상대하는 다른 팀들에게 그들(아스날)에게 공간을 허용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한다는 교훈을 남겨 주었을 뿐이었다.

반 페르시는 원톱의 가까운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였는데 연계 플레이를 위해서 많이 움직인 결과 페널티 킥을 얻어내 성공시켰다.  나스리는 경기 내내 활발하게 뛰어다니면서 활기 넘치는 드리블과 적절한 패스로 로마를 흔들었다. 그리고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시즌 내내 비판을 받던 데닐손과 디아비 역시 적절한 커트와 공격 가담, 그리고 패스 플레이를 통해 팀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특히, 최근 들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데닐손의 수비력과 패스는 아스날이 로마의 미드필더들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리고 공중볼에 약한 수비진은 로마가 딱히 공중볼을 활용하는 팀이 아닌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견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렇듯 아스날은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경기 운영과 결과를 보여주었으나 이 한 경기로 향후 일정에 대한 예상을 긍정적으로 하기엔 무리로 보인다.

아스날은 2부리그 팀인 카디프 시티와의 FA컵 재경기를 제외하면 지난 1월말에 벌어진 웨스트햄전부터 토트넘, 선더랜드, 이번 로마전까지 필드골이 전혀 없다. 이는 경기의 주도권은 어느 정도 쥐고 있으나 마지막에 결정짓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로마와의 경기에서도 선발로 아데바요르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하여 선발로 나왔던 벤트너는 안 좋은 트래핑과 슛으로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고, 에보우에는 로리아의 헤딩 실수로 나온 결정적인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앞으로 험난한 4위 싸움을 해야 하는 아스날에게 있어서 이기며 승점 3점을 챙겨야 할 경기에서 무승부로 1점밖에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잠재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스날을 상대하는 EPL의 팀들은 로마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아스날에게 덤비기보다는 흔히 10백이라 말하는, 수비라인을 모두 내린 채 미드필드와 수비와의 간격을 없애며 결과적으로 공격팀에게 경기장의 3/4은 내주지만 실점에 가장 위험한 1/4에 수비를 밀집시키며 최후의 공간을 주지 않는 전략을 사용하여 어떻게든 승점 1점을 쌓으려고 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데 이에 대하여 아스날은 올 시즌 파해 법을 찾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승점을 쌓지 못하였다. 지난 시즌에는 '패스 & 무브'라는 자신들의 고유 스타일로 제압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시즌은 주축 미드필더들의 이탈과 부상, 그리고 이를 메우는 미드필더들이 그들과 같지 못하다. 따라서 그들 특유의 플레이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스날은 로마와 같이 강팀을 상대로도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쳐 보일 수 있음을 보였다. 이제는 이것을 챔피언스리그만이 아닌, 자국 리그에서도 펼쳐보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두려워하는 '시즌 5위'라는 성적이 현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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