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미지 기자] 은호의 음악은 심오한 포크 발라드의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가득 담고 있다. 기타의 스트링 소리와 소리를 꽉 채워주는 드럼 소리 그리고 그 위에 나지막히 내려앉는 은호의 보컬까지 완벽하게 만나 곡을 완성해냈다.
지난 14일 두 번째 디지털 싱글 '상자'를 발매한 은호는 모두에게 하나씩 있을 법한, 꽁꽁 숨기고 있는 기억과 추억들을 담은 상자를 표현했다고 전했다.
"모두가 아픈 기억들이 있잖아요. 그걸 아프다고 묻어두고 외면하고 있는데, 그 아픈 것을 꺼내보는 순간까지 소중하다고 말하는 노래예요. 저 뿐 아니라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아프지만 소중하기도 한 그런 기억과 추억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상자'에 앞서 '무궁화 꽃이', '우유 한 모금' 등의 곡을 먼저 발표했던 은호는 이미 SNS상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무궁화 꽃이'는 많은 이들의 감성을 건드렸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사랑에 대해서 매우 답답한 상태였어요. 모든 것을 모르겠고, 답답하고 힘든 시기였던 것 같아요. 처절하게 고독하고 외로운 시기를 보냈는데 가사는 그렇지 않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을 별과 돌멩이에 비유하고, 사라져버릴까봐 새끼손가락에 걸어둘거야 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너무 힘들었던 때 썼던 곡인데 지금까지 발표한 곡들 중 가장 신나는 노래더라고요. 무조건 슬픈 걸 강요하는 음악이 아니어서 더 좋았어요. 또 가사가 좋다는 피드백도 있어서 너무 감사했죠."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일까. 은호는 '인디여신'이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다.
"너무 쑥쓰럽네요.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음악적인 퀄리티와 감성으로 승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죠. 조금 부담감이 생기긴 하는 것 같아요. 거기에서만 끝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죠."
아날로그적인 것을 선호해 미디도 만지지 못한다는 은호는 작업마저 옛 방식을 따랐다. 심지어 '필사'까지 한다고.
"작업할 때는 공간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소음에도 예민해서 제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카페나 작업실에 가서 내 자리에 앉아야 해요. 필사도 많이 하는 편인데, 거기에서 파생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단어나 기억들이 하나의 버튼이 눌려지면서 나의 것들과 연결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렇게 정리하다보면 가사가 되고, 집에서 기타를 잡고 멜로디를 붙여보고. 똑같은 가사에 많은 멜로디를 붙인 적도 있어요. 그래서 헷갈리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렇게 탄생한 가사 중 가장 좋아하는 가사를 묻자 은호는 '우유 한 모금'의 '새파란 나의 옆 자리'를 택했다.
"우유 한 모금이 '너'라는 그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그 사람이 없는 나의 자리를 '새파란 나의 옆 자리'로 표현한 거예요. 그리고 시간이 빠르게가 아니라 바쁘게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는데, 빨리 자나가서 아픈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으로 썼던 가사예요."
곡을 하나씩 발표할 때마다 피드백도 쌓여갈 터.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을 묻자 '여자 혁오'라는 댓글을 꼽는다.
"어떻게 보면 누구를 닮았다는 말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데, 저는 '여자 혁오'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굉장히 좋아하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내가 감히?'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글을 써주신 분은 어떤 의도로 쓰신 건 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 좋았어요. 혁오의 음악적인 사운드, 스타일 그리고 가사가 시적인 것까지 너무 사랑하거든요. 1집이 '위잉위잉'이랑 비슷한 분위기라는 말도 들었어요. 일렉 기타를 메인으로 치기 때문에 좋아하는 스타일이 묻어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중에 제가 성공하게 되면, 꼭 저를 아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엑's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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