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2.18 16:53 / 기사수정 2009.02.18 16:53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80년대와 90년대의 야구 영웅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기량의 노쇠화로 은퇴식을 치르거나 스테로이드 복용의 오명을 쓰고 쓸쓸하게 그라운드를 떠나갔습니다. 배리 본즈(44, 전 샌프란시스코)와 더불어 90년대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던 켄 그리피 주니어(40, 전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제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그리피 주니어는 자신의 고향인 플로리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일터를 두게 됐습니다.
1989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한 켄 그리피 주니어는 행크 아론이 기록한 통산 755개의 홈런 고지를 넘어설 1순위 후보로 꼽혔습니다. 그리피의 20대 시절 홈런 페이스는 아론의 신기록을 위협할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그리피의 전성기는 90년대 중반과 후반이었습니다. 그리피는 97년엔 홈런과 타점왕에 오르면서 아메리칸리그 MVP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98년과 99년 두 시즌에서도 50홈런을 초과하면서 연속 홈런왕에 등극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 시즌, 시애틀 매리너스를 떠나고 신시내티 레즈로 팀을 이적하면서 그리피의 앞날엔 먹구름이 몰려왔습니다. 그리피는 잦은 부상과 팀 적응 문제 실패로 인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연이어 터진 부상 때문에 경기에 출장한 경기보다 엔트리에서 제외된 경기가 더 많았다는 지역 언론의 비아냥거림도 들어야 했습니다.
그리피가 부상 방지를 위해 트레이닝 훈련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현역 선수들 중, 가장 빠르고 우아한 스윙 폼을 가졌다고 평가를 받은 그리피는 부상 방지 훈련의 부족 때문에 자신의 전성기를 이끌어가지 못했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이제 40대에 들어선 그리피는 예전과 같은 파워와 정교함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선수생활의 말년을 후회 없이 보내고 싶다는 의지는 지속적인 선수 생활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애틀랜타와의 계약을 눈앞에 둔 그리피는 아직도 많은 팬들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그리피가 약물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는 90년대 초반부터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테로이드 복용이 쟁점이 된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그리피의 홈런 수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급증하지 않았습니다. 늘 꾸준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해주는 그리피는 ‘스테로이드 시대’에 가장 깨끗한 이미지를 준 대표적인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약물 복용 선수에 대한 최종적인 증거자료와 수사목록이 나오기 전까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미 여러 선수들이 도마에 올랐듯이 스테로이드 복용은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공공연히 사용되었습니다. 아직까지 그리피 주니어가 약물을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야구팬들이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그리피 주니어입니다. 언론과 관계가 안 좋았고 오만했던 배리 본즈에 비해 그리피 주니어는 늘 정직한 태도로 기자들은 물론, 팬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었습니다.
만약 그리피 주니어까지 약물 복용 협의가 드러난다면 MLB 전체에 큰 타격을 줄 것이 틀림없습니다. 스테로이드 시대에 마지막 양심으로 남았던 선수마저 기대를 저버린다면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겠을 것입니다. 애틀랜타에서의 활약 여부에 따라 그리피 주니어의 말년은 특별해질 전망입니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611홈런을 기록한 그리피는 "이제 통산 홈런을 경신하는 것보다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끼고 은퇴하는 것을 더 바라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홈런 신기록을 세우며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마크 맥과이어(전 세인트루이스)와 새미 소사(전 시카고 컵스), 그리고 배리 본즈와는 달리 쓸쓸하게 600 홈런 축하 이벤트를 가진 그리피 주니어가 이들 선수보다 먼저 명예의 전당에 올라갈지의 여부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약물 복용 문제에서 자유롭고 월드시리즈 우승반지까지 차지한다면 그리피 주니어는 그 누구보다 명예롭게 유니폼을 벗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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