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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김영후가 새로운 전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사입력 2009.02.17 12:48 / 기사수정 2009.02.17 12:48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괴물'이 나타났다고 했다. 경기당 1골이 넘는 득점력을 과시했고, 한 경기에서 3번의 슈팅을 전부 골로 연결하기도 했다. 위치 선점도 몸싸움도 좋았다. 골 감각까지 공격수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무대는 K-리그가 아닌 내셔널리그였다. 내셔널리그 데뷔 해엔 신인상을, 그 다음해에는 MVP를 차지했다. 마지막 3년차에는 공격수의 꿈인 득점왕을 차지했다. 매년 빼놓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더 이상 내셔널리그에서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없었다. 결국, 그의 목표는 K-리그로 변했다.

김영후가 K-리그 무대에 도전한다. 수술을 마치고 쿤밍 전지훈련에 합류한 그는 중국 칭다오팀과의 연습경기에서 해트트릭에 성공하며 여전한 골 감각을 과시했다.

김영후는 '검증된' 신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가 더욱 크다. 그가 뛰어왔던 곳이 대학 무대가 아닌 실업, 즉 성인 무대라는 점 또한 그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축구계가 주목하는 것이 괜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김영후 같은 선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내셔널리그에서 활약을 보이며 K-리그에 진출했던 선수는 꽤 있었다. 하지만, 뒷맛이 좋지 못했다.

이번 시즌부터 다시 수원FC에서 뛰게 된 김한원이 대표적인 예다. 김한원은 05년 당시 K2리그에서 수원시청 소속으로 팀 내 주포를 담당하며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빠른 발과 몸싸움을 즐기는 파이터적인 성격 탓에 국내 선수들만 뛰는 실업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득점왕을 차지한 이듬해 김한원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성하게 됐다. 하위 리그 득점왕 출신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그러나 그는 그 기대에 쉽게 부응하지 못했다.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데뷔전에서 골을 넣으며 관심을 받았지만 5경기에 출장, 1골을 넣는데 그쳤다.

절치부심하며 고향 팀인 전북으로 이적한 그는 겨울 전지훈련에 참가 도중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본인도 잘 모르던 부상이 발견되어 수술대에 오른 것. 그 때문에 겨울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그는 또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나중에는 코칭스태프와의 불화까지 일어났다. 결국, 전북에서 15경기에 출전, 2골을 넣는데 머무른 그는 더 이상 프로에 남지 못하고 짐을 싸 다시 수원FC(전 수원시청)로 돌아왔다.

2008년 번외지명으로 각각 대전과 경남의 유니폼을 입은 김민수와 재일 교포 김굉명의 경우에도 그렇게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김굉명의 경우 부상으로 컵 대회 1경기에 출장하는데 그쳤고 재계약에 실패하며 일본으로 돌아갔다.

김민수는 시즌 초반 계속해서 출전 기회를 잡으며 골을 터트리는 등 주목을 받았지만 시즌 중반부터 부상과 적응 문제로 주전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김민수를 그라운드에서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시즌 시작과 함께 '신인왕' 경쟁에 대해 언급될 정도로 주목받았던 김민수임을 감안하면 첫 시즌은 씁쓸하기만 하다. 김민수는 이번 시즌 인천으로 이적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이러한 예가 김영후에게 적용되지 말란 법은 없다. 내셔널리그와 K-리그의 몇 가지 차이점을 딛고 일어서야 그동안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부상'이다. K-리그는 내셔널리그보다 강한 압박으로 공격수를 대한다. 몸싸움도 잦다 보니 그만큼 부상도 자주 일어난다. 내셔널리그보다 강도 높은 훈련과 스스로 가지는 압박감 또한 선수를 괴롭힌다. 김한원과 김굉명, 김민수 모두 시즌 중 부상으로 인해 그라운드에 나서는 데 무리를 겪었다.

그는 K-리그 입단이 확정된 후 가진 인터뷰에서"축구를 하면서 세 가지 소원이 있었다. 그 중 제일 첫 번째가 K-리그 진출이었는데, 그 목표는 이뤘고, 2~3번째 목표인 K-리그에서의 좋은 활약과 대표팀 승선까지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라는 말로 자신의 목표를 밝혔다.  K-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골 결정력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가 상황적으로 다른 내셔널리그 출신보다 우위를 점하는 것은, 그를 '잘 아는' 또, 그가 '잘 아는' 동료가 있다는 점이다. 강원FC의 최순호 감독은 그가 울산현대미포조선 시절부터 가르침을 받아왔던 스승이고, 이번 강원FC 감독을 맡으면서 김영후는 물론 몇몇 선수를 함께 데려왔다. 물론 다른 새로운 동료와는 충분히 손발을 맞춰야 하지만 그동안 함께해왔던 동료가 곳곳에 포진했다는 점만으로도 김영후에겐 큰 도움이 된다.

부상으로 인해 늦게 팀 훈련에 합류해 당장 K-리그 개막전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김영후는 급하지 않다. 조금 늦게 시작한 만큼 급하지 않게 천천히 자신을 최대한 보여주겠다는 심산이다.      


'괴물'이었지만 같은 출발선 상에 섰다. 내셔널리그에서 활약했다고 해서 K-리그가 그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은 하나도 없다. 남들보다 조금 더 받는 관심이 그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약으로 만드는 것도 독으로 만드는 것도 다 그 '괴물' 김영후의 몫이다.

[사진=중국 쿤밍에서 열린 강원FC와 칭다오의 연습경기에서 헤트트릭을 기록한 김영후가 경기 종료후 웃음을 보이고 있다(C)강원FC 제공/ K-리그 드래프트장에서 인터뷰에 임하는 김영후(C) 엑스포츠뉴스 DB, 김경주 기자]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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