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1.22 12:52 / 기사수정 2009.01.22 12:52
[엑스포츠뉴스 = 박종규 기자] "여러분은 지금 한국 프로농구 사상 최초의 5차 연장전이 벌어지는 현장에 계십니다"
스포츠팬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종목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래서 농구가 좋아!', '역시 야구가 최고야!' 등의 표현으로 그 종목만이 가진 매력을 설명한다. 프로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팬의 존재는 그러한 매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21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와 서울 삼성의 경기는 농구가 주는 묘미를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대개 1차 연장전에서 끝나고, 조금 길어져도 2차 연장전에서는 끝나곤 했던 농구가 5차 연장전까지 이르며 농구팬들을 매료시킨 것이다. 스포츠가 가진 의외성이 역사에 남는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한국 프로농구 대회요강 제3절 39조 1항에는 'KBL 공식경기는 10분 4쿼터제로 시행하며, 4쿼터 종료 시 동점일 경우 승패가 결정될 때까지 5분간씩의 연장전을 시행한다.' 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한 마디로 '끝장 승부' 를 규정해놓은 것이다. 농구에서 무승부란 없다.
야구, 축구, 배구의 끝없는 승부에 비춰본 농구의 연장전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단 1초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야구의 연장전은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경기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타자들의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득점이 쉽지 않다. 수비에 더욱 치중하면서 상대의 실책을 틈타 득점기회를 잡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농구의 연장전은 여유가 없다. 상대를 끝까지 쫓아가서 골대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아야만 한다. 농구에 있어 1초의 방심이란 실점을 의미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지난 2008 시즌에 처음 도입한 끝장 승부가 '반짝 시행' 으로 마무리 된 것은 선수 보호 탓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루해지는 탓도 있다. 경기가 4시간을 넘어 5시간에 다다르면 승패를 떠나서 빨리 끝내고 싶은 의지만 커진다. 반면에 3시간 13분이 걸린 이날 경기는 숨 가쁜 순간들만이 이어졌다.
'승부 던지기' 란 없다
축구에서는 전통적으로 승부차기라는 제도가 있다. 단 한점의 득점으로도 이기는 경기가 비일비재한 축구경기에서 골을 넣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기약 없는 일이다. 그래서 축구의 묘미인 승부차기는 경기 막판 색다른 긴장감을 제공한다.
축구의 승부차기를 농구에 적용한다면 자유투로써 승패를 결정하는 '승부 던지기' 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농구에서 승부 던지기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데, 양 팀의 체력 싸움도 중요한 요소임을 안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또한, 축구에서는 반칙으로 인해 퇴장당한 선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는 반면에 농구에서는 5반칙 퇴장 시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5명이 뛰는 농구에서 1명이 빠진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농구에서 벤치 멤버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시간은 간다
배구에서는 '듀스' 라는 원칙이 있다. 양 팀 모두 일정한 득점을 한 이후, 한 팀이 2점을 앞서는 시점에서야 경기가 끝나는 것이다. 한 점을 내준다는 것은 큰 영향을 가져오기에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지켜보게 된다.
듀스가 없는 농구에서는 연장전 5분이라는 시간 안에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게다가 이날 경기의 연장전에서는 한 골이 터질 때 마다 동점과 역전이 거듭됐다. 배구의 듀스를 연상시키는 스코어의 변화에 시간제한까지 더해진 이날 승부는 두 종목의 긴장감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스포츠의 감동이 지배했다
한국 프로농구 사상 첫 4차 연장전과 5차 연장전이 벌어졌던 잠실 실내체육관. 그곳은 스포츠의 감동이 지배했다. 최초, 초유라는 말로는 감히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었다.
역사의 순간에 얻은 감회를 글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현장에 있었던 이들만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갈 때까지 가봅시다", "여러분은 지금 한국 프로농구 사상 최초의 5차 연장전이 벌어지는 현장에 계십니다" 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외침은 아직도 귓가를 맴돌고 있다.
[사진 =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던 잠실 실내체육관 ⓒ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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