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1.21 00:37 / 기사수정 2009.01.21 00:37
[엑스포츠뉴스=이강선기자] "최고의 공격수를 의미하는 등번호 11번, 이젠 내게 최고인 19번으로 바꿔 달고 날아오르려 합니다."
수원 삼성이 올 시즌 선수단 배번을 확정지었다. 자신의 등번호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선수도, 새로운 번호를 배정받은 선수도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한 선수가 있다. 19번을 단 김대의다.
14일 수원 삼성 서포터즈 그랑 블루 게시판에 '김대의입니다…. 날개를 달았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새로운 번호를 달고 맞는 새 시즌에 대한 감상을 담담히 풀어냈다.
"언젠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가 나타난다면, 꼭 제 스스로 물려 주고자 했던 '최고의 공격수를 의미하는' 11번을 이제는 정말 내려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라는 말로 배번 변경에 대한 이유를 밝힌 김대의는 이어 "제게 있어서 19번은 축구 인생 최고의 번호이며 꼭 다시 달고픈 간절한 로망이었고, 은퇴 후 수원 유니폼에 19번이 마킹되어 있다면 두고두고 영광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꼭 19번을 달고 은퇴하고 싶었다."라는 말로 19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19번이라는 번호는 사실, 축구에서는 그리 큰 의미가 있는 번호는 아니다. 그러나 김대의에게만큼은 그 어떤 번호보다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최고'의 번호다.
성남 일화에서의 4년간의 선수생활 동안 내내 달고 있던 번호가 19번이었다. 이 번호를 달고 3번의 팀 우승을 맛봤고 2002년에는 K-리그 MVP까지 차지했다. 성남의 팬은 그에게 '폭주 기관차'라는 애칭을 붙여 줄 정도로 그의 패기 넘치고 강렬한 플레이를 사랑했다. K-리그 3연패와 MVP. 한 선수가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김대의는 19번을 달고 누렸다.
2004년 수원으로 이적한 김대의는 그토록 아끼던 19번 대신 11번을 달았다. 새 유니폼을 입은 만큼 새로운 각오로 뛰고 싶다는 의지에서였다. 이적 첫 해 그는 11번으로도 달콤함을 맛봤다. 수원의 우승. K-리그 4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린 그에게 11번은 또 다른 영광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영광은 길지 않았다. 김대의는 이후 여러 변화를 겪어야 했다. 어린 후배들의 성장과 팀 전술의 변화로 그가 설 자리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간간이 골을 터트리며 그랑 블루를 열광하게 했지만, 19번 시절의 화려함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1974년생, 36살. 축구 선수로서 더 이상 적지 않은 나이인 김대의는 서서히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끝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시즌, 그는 자신의 마지막 영광이 될 19번의 날개를 다시 달았다.
김대의는 "여러분의 함성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올 한 해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기쁘고 더 많이 얼싸안고 행복해하길 간절히 바란다. 나는 지치지 않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 김대의다."라는 말로 담담한 글의 마침표를 찍었다.
아마, 전성기 시절의 그처럼 화려한 '폭주 기관차'는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19번의 날개를 단 지금 어느 때보다 튼실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꿈으로 전진하는 기관차는 폭주하던 시절보다도 행복한 그라운드를 달릴 수 있을 것만 같다.
편집: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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