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1.20 16:14 / 기사수정 2009.01.20 16:14
※ '줌 인 레플리카'는 축구 유니폼에 관련된 엑스포츠뉴스의 새로운 브랜드테마입니다. 축구의 경기외적인 재미와 공동체적 의미가 가장 잘 드러나는 레플리카의 세계에 대해서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궁금한 점이나 제보하실 것이 있으시다면 [readers@xportsnews.com]로 메일주세요 (편집자 주)
[엑스포츠뉴스=이순명 기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아마도 모든 것을 함께하고 싶을 것이다. 같은 취미를 가지고 싶고, 같은 곳에 다니며, 같은 것을 먹으며 점점 공유하는 부분을 확대해 나가지 않을까. 심지어 버릇까지도 서로 닮고 싶을 것이다. 이렇듯 서로 같다고 느끼는 부분이 커질수록 그에 비례해 둘 사이의 친밀도도 커질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만이 이런 것은 아니다. 한 개인과, 어느 집단 또한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아이돌 그룹 카라의 팬들이 자신들이 응원하는 가수를 위해 고무장갑을 착용한 채로 안무를 따라하는가 하면, 최근 컴백한 그룹 소녀시대의 팬들은 방송용으로 쓸 수 없을 정도로 크게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듯 적극적인 관심은 적극적인 행동으로 반영된다. 어떤 행위를 하는지, 어떤 것을 입는지에 따라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기자가 특정 업체의 17가지 성분이 들어간 차를 유난히 많이 마시는 것처럼.
눈을 돌려보면 보이는 익숙한 엠블럼
대한민국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나이키나 아디다스 매장에도 '레플리카'라는 것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한국에서 발매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함부르크나 마르세이유 같은 팀들의 유니폼까지도 이제는 매장에서 맞이할 수 있다. 세상이 많이 변한 것이다.
K-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으면 이제는 홈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한 가지 색으로 통일된 웅장한 모습의 N석뿐만이 아니라, 일반석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사람들도 유니폼을 챙겨입는 사람이 생겼다. 아빠 손을 잡고 온 자라나는 아이들도 색색 자신의 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경기장뿐만일까? 대학교 교정을 거닐거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를 나가면 유니폼 입은 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날씨가 쌀쌀한 요즘 같은 경우에는 유명 클럽의 엠블럼이 새겨져 있는 자켓이 눈에 띈다. MLB 유명팀들을 머리 위에서 만나 볼 수 있다면, 유명 축구 클럽은 가슴에 새겨져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같은 클럽들의 엠블럼은 이미 우리의 눈에 익숙하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 지도 7년이 되었다. 그때 힘차게 불었던 축구 열풍은 사그라지었지만, 축구에 대한 사랑은 생활이 되어서 사람들 곁에 남았다. 유럽의 예처럼 자기 팀의 로고가 새겨진 이불을 끌어안고 자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에 닿는 곳에 축구를 상징하는 것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물론 아직까지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익숙한 한국사회는 아니지만, 이런 것들이 하나씩 늘어난다면 훗날의 분위기는 어떨지 모르는 일이다. MLB모자를 쓰는 것이 패션 코드가 된 것처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한정판 모자를 자랑하고, 성남 일화의 노란색으로 번쩍거리는 레인자켓이 유행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K-리그, 유럽 모두 마찬가지
앞의 예들에 갸우뚱 한다면 좀 더 개인적인 예를 들어보도록 하자.
보스턴에 살고 있는 유지만씨는 바이에른 뮌헨의 팬이다. 그는 미국 사람들이 축구를 잘 안보는 사실에 대해서 안타까워 하고 있다. 살기 위해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모자를 쓰고 다니는 그이지만 그의 점퍼에는 바이에른 뮌헨의 로고와 별 세 개가 박혀있다.
왕십리에 거주하고 있는 김유준씨는 수원 삼성의 팬이다. 그는 운동할때 수원의 트랙탑을 입고 다닌다. 생활 속에서 언제나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유니폼 보다는 트랙탑이 더 좋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이건 무슨 그림이야?'라며 가슴에 박힌 엠블럼을 물어보면 당당하게 수원이라는 답변을 한다. 그런 말 할때 기분이 좋다고 한다. 자신의 팀과 자신의 일체감을 느낀다며.
대구에 태어난 이승엽(가명)씨는 아스날 07/08시즌 서드 유니폼을 구매하고 잠을 못잤다고 한다. 배송되는 시간의 기다림이 좋았다고 한 그는 차마 로시츠키의 이름을 박지 못하고 있단다. 혹시나 삐뚤게 박으면 어떻게 하나 하며. 그래도 방에 걸어놓은 자색으로 빛나는 유니폼을 보면 마냥 기분이 좋다고 한다. 요즘 성적은 안좋지만.
안산에 살고 있는 김경주씨의 옷장을 열면 노란색 빛이 쏟아져 나온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녀에게는 성남의 노란색이 브라질의 노란색 보다도 예쁘다고 한다. 한번은 신촌에서 있었던 지인들의 모임에 성남 유니폼을 입고 나간 적이 있는데, 그녀의 유니폼 앞면의 '맥콜'을 보고 사람들이 웃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팀의 유니폼인걸.
축구, 좋아하시나요?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공통점은 바로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축구라는 스포츠가 좋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어떤 특정 나라가 좋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팀이 있는 사람, 잘생긴 선수를 좋아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다양한 이유의 핵심이 바로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이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닮고 싶은 것처럼, 축구를 좋아하면 축구를 닮아간다. 자연히 생각하는 것과 행동양식이 비슷해진다.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단순한 패션의 표출을 넘어서 자기 '표현'의 단계라는 것이다. 울긋불긋해서 놀림을 받는 옷이라도, 당당하게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좋아한다면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자. 판매샵에 걸려있는 유니폼들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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