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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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선의 싸커튜드] 맨유의 한국 방문이 씁쓸한 이유

기사입력 2009.01.15 08:35 / 기사수정 2009.01.15 08:35

문용선 기자



[엑스포츠뉴스=문용선 기자] 세계 최고의 명문구단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지난 14일 마카오에서 2009년 아시아 투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맨유가 밝힌 아시아에서의 일정에는 4개의 아시아국가가 속해 있는데, 그 중 한 곳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입니다.

장소는 정해졌으나 상대는 아직 미정?

맨유가 7월의 한국에서 친선경기를 갖게 되는 것은 축구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맨유는 그 어느 유럽 명문 클럽들보다 유명하고 큰 인기를 누리는 팀이니까요. 박지성의 패스를 받아 환상적인 드리블로 상대를 농락하는 호날두, 그리고 그의 크로스를 발리 슈팅으로 연결하는 베르바토프의 감각적인 모습.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정도는 머리에서 그려 낼 수 있을 정도로 맨유는 한국에서 영향력이 상당합니다.

그런데 이번 맨유의 아시아 투어 계획 발표를 살펴보면 무엇인가 탐탁지가 않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K-리그 팀과 경기를 갖으려 하는데 7월에는 시즌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게다가 장소가 서울로 확정되었는데 홈팀인 FC 서울과는 아무런 합의도 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

이것을 해석한다면 '당연히 우리에게 협조를 해주겠지' 혹은 'FC 서울 말고도 다른 팀과 서울에서 경기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당연히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실제로 맨유는 친선경기의 상대로 2008 챔피언 수원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지사지

수원과 서울은 K-리그에서 정상권에 있는 클럽들입니다. 성적, 관중, 재정, 스타 등 여러 요소를 놓고 생각해봐도 아시아에서 최고 등급에 놓을 수 있는 팀들입니다. 거기다가 양팀의 경쟁 관계 또한 그 어느 팀들보다 치열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맨유의 이번 발표에는 안타깝게도 기본적으로 상대 클럽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수원과 맨유의 친선전이 열린다고 한번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이 그림을 반전시켜 장소를 리버풀로 옮겨 보겠습니다. K-리그 챔피언 수원이 한참 EPL 시즌이 진행 중인 1월에 리버풀에서 맨유와 친선경기를 갖는 것을 추진한다. 아니면 성남 일화가 누캄프(바르셀로나의 홈구장)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친선경기를 한다.

그렇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리버풀과 맨유의 관계,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관계, 그리고 각각의 상대방의 연고지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없는 일이지요.

맨유의 이번 결정도 위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씁쓸합니다.

유럽에서 아시아 축구를 보는 눈 : 시장(Market)으로만 보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이번 맨유의 2009 아시아 투어 계획을 통해 그들의 아시아 축구를 보는 시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 축구가 유럽에서 큰 시장으로 떠오른 것은 꽤 오래 전일이고, 아시아의 상대적으로 많은 인구, 그리고 상대적으로 초토화된 자국리그를 가진 국가가 많다는 점 등은 유럽 구단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시아 축구를 100% 시장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엄연히 리그가 존재하고 연고지를 바탕으로 한 클럽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클럽을 사랑하는 팬들이 있고, 트로피를 들어올리고자 1년 내내 열과 성을 다합니다. 여기서 유럽과 아시아는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진정 유럽구단들이 아시아를 공략해서 큰 수익을 얻고, 아시아에서 성공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자 한다면 우선 아시아 축구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존중의 모습들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엑스포츠뉴스 브랜드테마] 문용선의 싸커튜드는 Soccer(축구)와 Attitude(태도)의 합성어입니다. 축구를 보는 올바르고 건강한 태도를 견지하고자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문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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