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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순, 행복을 찾는 '최투지'의 그라운드-②

기사입력 2009.01.02 17:52 / 기사수정 2009.01.02 17:52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1에서 계속) 내내 자신에 대한 자책과 질타가 이어졌다. 후회가 가득한 프로 생활이지만, 그래도 그에게 축구는 재밌는 존재다.

프로 3년차가 느끼는 아마추어와 프로는 차이가 있나?

최: 아마추어 시절과는 확실히 달랐다. 아마추어 때 프로와 붙었던 거와는 차이가 많다. 각자 자신의 색을 가진, 그러니까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다. 그 선수 개인마다 한가지씩은 다 잘한다. 그러니까 프로에 있는 것 아니겠나. 게임을 뛰는 동안 어느 한 선수에게서 그 선수의 장점을 보게 되면, 그 장점을 빼앗아 오고 싶어진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럼 가장 배우고 싶은 선수는 누구인가?

최: (장)학영이 형이나 (최)효진이 형이나, 그런 사이드 어태커 형들이 목표다. 목표라고 하니까 뭔가 배우고 싶다. 라는 이미지가 있을 거 같은데, 그런 것보다는 이기고 싶다. 더 강하게 말하면 물리치고 싶다. 사이드 어태커라고 하면 단박에 '최철순'이라는 내 이름이 떠오르게 하고 싶다.

효진이형 같은 경우는 공격을 어릴 적에 배워왔기 때문에 공격적인 플레이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수비밖에 못해봐서 그런 플레이를 못했다. 그래서 그런 점은 배우고, 또 이기고 싶다.

제일 배우고 싶은 선수는 (박)진섭이 형이다. 지금 내 플레이에 진섭이 형의 센스 있는 플레이를 배우고 싶다. 나도 그 형도 수빈데, 그 형은 수비할 때 자기 공격수를 보는 게 아니라 나를 보고 한다. 그러니까 다시 얘기하자면, 자신과 같은 포지션을 보고 게임을 뛴다.

게임을 뛰면서 제일 많이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 수 두 수 먼저 본다. 내가 조금 더 나오면 그 뒤로 주거나 아니면 앞으로 나올 때를 대비해서 그 앞으로 주던가, 하는 플레이가 정말 좋다.

가장 어려운 공격수는 누군가?

최: 우리 팀에 있는 (김)형범이 형이다. 자체 게임 뛰면서도 형범이형이 제일 어려웠고, 연습게임 뛸 때도 지칠 정도로 괴롭힌다. 연습 게임인데도 너무 힘들다. 내 쪽으로 안 왔으면 좋겠다. 다른 팀이었으면 뭔가 조치를 취했을지도 모른다.(웃음) 그래야 그 형을 이길 수 있을 거다. 내가 앞에 있으면 그 형은 자신감이 두 배로 올라간다.

내 단점을 다 아니까. 내가 조치를 취해도 형범이 형은 어떻게든 날 이기려고 할 거다. 아니, 이길지도 모른다. 형범이 형을 상대하면서 많이, 아니 조금 보완했다. 아주 조금. 형을 먼저 지치게 하는 수밖에 없다. (웃음)

축구 외에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본 적 있나?

최: 축구를 직업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당장 내일, 축구가 내 인생에서 재미가 없어진다면 아무 미련 없이 툭툭 털고 그만 둘 생각도 있다. 근데 지금은 정말 축구가 재밌다. 강하고 잘하는 사람도 많고 이겨야 할 사람도 정말 많다.

넓게 잡으면 죽을 때까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강한 사람들을 만나서 경기를 치르고, 그 강한 상대를 이겨간다는 자체가 즐거움이다. 나는 1이라는 숫자보다 2를 좋아한다. 1등은 더 이상 따라잡을 무언가가 없지만, 2등은 1등을 따라잡아야만 한다. 따라잡으려다 보면 내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명을 위에 놓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만두려야 그만 둘 수가 없다. 못해도 호날두 한 번 잡아보고 그만둬야 되지 않겠나? 호날두랑 맨투맨 한번 붙어봐야지. 호날두를 눈앞에 딱 뒀을 때 형범이형보다 나을까? 형범이형보다 날 더 많이 괴롭힐 수 있을까? 이런 상상을 가끔 한다. 이런 상상 때문에라도 축구는 재밌다. 어떻게 그만 두겠나.

평소에도 축구를 잘 보나?
 
최: 축구를 잘 안 본다. 보고 있으면 뛰고 싶으니까. 근질근질하다. 부상을 입거나 해서 쉴 때는 운동하는 사람 자체를 안 봐야 된다. 너무 하고 싶어지니까.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만큼 스트레스 받는 건 없다. 남들이 미쳤다고 그런다. (웃음) 아픈 놈이 정신 못 차린다고.
 


그의 얘기를 듣던 중 최철순의 아버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고 한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함께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그는 보이지도 않는 아버지에게 크게 손사래를 치며 "창피해서 뵐 면목이 없다."라고 했다. 궁금해져 살짝 건넨 질문에 충북대 정갑석 감독이라며 자신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 은사님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의 휴간데, 대학 은사를 찾아뵙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최: 프로 오고 나서 대학 때 보여줬던 모습이 조금은 있는데,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숨은 모습이 좀 있긴 한데, 그때만큼의 자신감이 없어서 죄송해서 뵐 수가 없다. 선생님께서 날 최고로 띄워주셨던 분이다. "축구에 대한 열정은 널 따라가는 선수가 없다. 좀 더 배우고 노력하라."라고 말씀하셨다. 잘 안되더라. 프로에 와서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만큼 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죄송스럽다. 


 
대학 이야기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는 불쑥,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얘길 꺼냈다.

최: 보인 정산고 출신 친구들이 잘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축구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아빠랑 같이 운동장에서 공 찰 때였고, 제일 재밌었을 때는 고등학교 때였다. 상대편이어도 좋고, 우리 팀이어도 좋고 어떻게든 프로에 와서 같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서)상민 한 명뿐이다. 친구들이 정말 잘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중학교 때는 게임을 못 뛰었다. 고등학교를 거의 딸려가다시피 했는데, 고등학교 가서는 정말 미친 듯이 했다. 그래서 살아남은 애들이 지금 친구들이다. 그때 가진 자신감을 가지고 운동을 했으면 지금 나보다 더 유명해졌을 수도 있을 텐데…. 느낀 게 많다.

나는 지금도 가끔 아빠랑 여전히 공을 차고 있고 가끔 연락해서 친구들끼리 차기도 한다. 꼭, 선수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되든 축구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에이전트나, 기자나 뭘 하든 축구계에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 돕고 지내고 싶다.

서상민과 동기다.

최: 사실 그렇게 친한 편은 아니다. (웃음) 3년 동안 한 번도 연습이다, 패싱이나 뭘 하든 간에 같은 편을 한 적이 없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 단체로 모여서 놀더라도, 사람 수가 많아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룹이 나뉘지 않나. 항상 상민이와는 다른 그룹이다. (웃음)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는 생각을 하나.

최: 내 생각엔 자신감이 축구의 70. 혹은 그 이상이다. 가끔 너무 힘들 때는 상상을 한다. 내가 축구에 자신감이 있었을 때 어떻게 플레이를 했었나. 사실 생각은 많이 하는데, 문제는 그때와 지금의 포지션이 다르다. 그때는 스위퍼였는데 지금은 사이드 어태커니까.

'사이드 어태커' 최철순의 목표가 있다면? 

최: 일단 내 자리에서 게임을 뛰는 게 제일 첫 목표다. 그래야, 내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 들어가면 최고의 모습을 팬, 코칭 스태프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고. 올해보다 좋은 플레이를 보여야겠고, 남한테 뒤처지지 않을 기술 개발을 해서 더 선보여야 될 거 같다. 아, 친구들이 실망하지 않게끔 노력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웃음)

사실, 난 나랑 친구 먹었다. 경기 중에도 발이 안 나갈 때가 있다. 정말 힘들 때마다 스스로 말을 건다. "아, 철순아, 이건 좀 뛰어 줘야 돼." "한발만 더 뛰자. 이렇게 하자. 응?" 이런 말들을 건네곤 한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먼저다.

골을 허용한다는 건 내 판단이 틀렸다는 증거다. 한 발만 더 뛰면 뺏을 수 있는데 그걸 못 뛰어서 기회를 뺏겨서 골을 먹는 거니까, 사실 수비에는 공식이 없다. 이 선수가 오른발을 내밀면 내가 왼발로 뺏고, 이런 건 전혀 필요 없다. 100% 내 판단으로 '아, 이렇게 치겠구나.'라고 생각을 해서 대응을 한 건데, 뚫고 들어가서 골을 넣었다면 틀린 것 아닌가. 내 판단이 100% 맞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

그리고 대한민국 사이드 어태커? 하면 '최철순'이라는 이름이 제일 먼저 떠오르게 하고 싶다. 지금은 이영표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 않나. 그 이름을 내 이름으로 바꾸고 싶다. 그만큼 난 지금 사이드 어태커의 매력에 빠져있다.

아버지와, 그리고 친구들, 자신의 이름을 생각하며 그라운드를 달리는 최철순의 다리에는 '투지'외에도 '희망'이 가득 실려 있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부족함만 바라봤던 지난 3년과는 달리, 자신의 진가를 알 수 있는 앞으로의 3년, 그 이상이 되길 얘기를 마치고 배시시 웃는 예의 그 순한 양같은 그의 미소를 보며 바라보았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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