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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순, 행복을 찾는 '최투지'의 그라운드-①

기사입력 2009.01.02 16:54 / 기사수정 2009.01.02 16:54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최투지' 이 별명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그는, 그라운드 밖으로 나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순한 양으로 변모한다. 그러나 2008시즌, 프로 3년차의 그는 스스로 플레이가 너무나 맘에 들지 않았다.

순한 양은, 더 이상 어디에도 없다. K-리그 시상식장에서 만난 그는 "내년엔 진짜 다 보여 줄 거예요. 두고 보세요."라고 말했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두고보라'는 그 말만큼은 독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약속 장소에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또 힘이 잔뜩 들어간 각오를 내뱉었다. 누가 듣길 바라서 하는 말이 아닌 자기 자신을 다그치는듯한 인상이 강했다.

프로에서 벌써 3년을 지냈다. 그동안 자기 자신이 해낸 것이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다. 아버지와 둘이서 공을 찰 때가 가장 행복했다던 최철순은 다시, 공을 차며 행복해지고 싶다.


지난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최: 못 받을 줄 알고 있었다. 전원 참석이고 하다 보니까 갔다. 차례차례 이름이 불리는데 역시 내 이름이 없었다. 많이 느꼈다. (무엇을?) '더 많이 잘하고 싶다. 완성된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올 시즌 내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자꾸 생각이 많이 늘고 그러니까 경기력이 안 좋아진 것 같다.

그래도 지난 3월엔 성인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 성인 대표팀에 들어가서도 플레이가 잘 안된다고 생각했다. 패스나 킥, 공격능력 전술이해도까지 전반적으로 내 플레이에 만족하지 못했다. 프로 3년 찬데 '뭘 했지.'라는 생각을 했다. 마냥 열심히만 뛰었던 것 같다.

차라리 올림픽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을 때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대표팀에 갈 수 있는 실력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최종 명단에 오르지 못하니까 실력이 모자라다는 사실이 확 와 닿았다. '나보다 좋은 선수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에 대한 자책이 크게 느껴진다.

최: 처음 올림픽 대표에 갔을 때 '난 못하는 선수구나. 내가 잘못 배웠구나.'라는 걸 느꼈다. 기본기 훈련에 좀 더 치중하고 킥, 드리블 훈련을 했더라면 여기 와서 이런 고생을 안 했을 텐데, 좀 더 다부지게 배웠어야 한다.

매번 개인 훈련을 하더라도 많이 뛰려고만 하고, 수비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주로 했었다. 압박을 타이트하게 붙는 것이라던가, 수비 타이밍 찾는 운동을 많이 했는데, 기본기를 좀 배웠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렇게까지 힘들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공격 가담 시 크로스가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있다.

최: 맞다. 크로스가 부족하다. 왼쪽은 왼발로 올리지 않다 보니까 더 부정확한 것 같다. 오른쪽이 더 편하다. 크로스를 하면 킥이 감아서 강하게 들어가는 게 아니라 붕 떠서 들어가니까 크로스라기보단 킥이다. 오른쪽도 마찬가진데 내년부터는 골이 안 들어가도 시도는 해볼 생각이다. 실수하는 게 무서워서 크로스를 안 올렸다. 더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 

그럼 제일 먼저 고치고 싶은 자신의 플레이는 어떤 것이 있나?

최: 일단 난 공격 능력이 부족하다. 공격과 수비 선에서 전체적으로 경기 조율하는 능력도 부족하고…. 다 보여주고 싶다. 지금까지 보여준 플레이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공 오는 걸 겁냈었다. 그렇다고 공을 피하진 않았는데, 정말 안 될 때는 진짜 가끔 공을 피해다닌 적도 있었다. 안되더라도 도전해서, 오는 공 더 받고, 더 달라고 하고 다른 것보다 자신감 있게 하려고 한다.

그리고 효율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다. 공격 나가서 '효율적으로' 크로스를 올려서 골이 났다. 그런 게 좋은 건데 최철순이 많이는 뛰는데 골이 안 난다. 이건 아니다.

엄청나게 뛰는 걸로 유명한데, 피로는 어떻게 푸나?

최: 사실 많이 뛰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완벽하게 해결을 하고 내려오면 쉴 시간도 생기고 좋은데, 공격하러 올라가서 실수를 해버리니까 차단을 당하고, 그러면 내 수비 위치로 빨리 백코트를 해야 된다. 그러다 보니까 많이 뛰는 것처럼 보인다.

피로는 잘 먹고 잘 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생각보다 피로를 잘 푸는 편은 못된다. 코치 선생님도 회복능력이 떨어진다고 말씀하신다. 나 자신도 그런 것 같고. 체력은 별로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체력보다는 정신력으로 뛰는 편인 것 같다. (힘들지 않나?) 어쩌겠나. 당장 다음 경기 뛰어야 되는데.

좋아하는 별명이 있나.

'최투지'라는 별명을 좋아한다. 그 별명을 들으면 힘이 난다. '투지' 하면 멋있으니까. 투지라는 말에는 자신이 가진 한계까지 써서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의미가 있지 않나.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데 그 자체가 내 별명이다.

그 '투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자. 판정에 관한 어필도 많은 편이다.

최: 수비수다 보니까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어필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전진하려는 걸 저지를 하려면 몸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데, 그 상황이 전부 파울은 아니지 않겠나. 물론, 파울일 수도 있지만, 심판이 잘못 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니라는 제스처는 보여줘야 한다. 다음 플레이가 나왔을 때 어떻게 봐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하는 플레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주장하다 보니까 어필이 잦아지는 것 같다.

2편에 계속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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