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3라운드도 벌써 마지막 한 주만을 남겨놓은 2008-20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시즌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거의 절반을 소화한 상태이건만, 여전히 순위의 윤곽은 쉽사리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선두권에 올라선 이후 줄곧 안정적인 전력을 과시하던 울산 모비스, 원주 동부, 안양 KT&G 세 팀은 나란히 부진하면서 중위권과의 격차가 좁혀졌다. 2주 전까지만 해도 하위권을 맴돌던 서울 삼성은 이번 주에도 3전 전승으로 시즌 최다인 8연승을 달리며 이제는 선두권까지 위협할 태세이다. 이 밖에도 각 팀들의 '롤러코스터 행보'는 이번 한 주에도 여전히 유효했다.
전체적으로는 1위부터 9위까지의 승차가 단 5게임에 불과해 선두권이나 중위권, 하위권과 같은 구분은 다소 무의미한 느낌이다. 10위 부산 KTF는 유일한 10승 미만 팀으로 현재로서는 6강권에서 멀어진 듯하지만, 충분히 선두권을 잡을 저력을 갖췄고 시즌도 아직 절반 이상이 남아있어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상태이다.
치열한 순위 다툼과 함께 방학 시즌을 맞아 관중 동원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추운 겨울 날씨와는 반대로 순위 경쟁으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프로농구, 지난 한 주를 되돌아본다.
▲선두권 게 섰거라…삼성의 역습
이번 한 주 최고의 이슈는 역시 삼성의 8연승. 연승 이전에 8위 언저리를 맴돌던 삼성은 8연승과 함께 어느새 단독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공동 선두와의 격차는 이제 1.5게임. 새해 첫날 예정된 KT&G와의 경기에서 9연승 도전과 함께 본격적인 선두권 도약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나름대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던 애런 헤인즈는 이번 주 득점력을 폭발시키며 연승의 직접적인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다.
'롤러코스터 행보'의 대표 주자인 대구 오리온스도 3전 전승을 달렸다. 2주 전에는 2전 전승, 지난주에는 3전 전패를 하더니 이번 주는 다시 3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는 것. 특히 상대 전적 8연패 중이던 천적 동부를 잡아내면서 기분 좋게 공동 5위로 복귀했다. 들쭉날쭉한 기세와 함께 팀 성적도 요동치고 있기에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난주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인천 전자랜드와 전주 KCC는 나란히 주간 2승 1패로 만족할 만한 '트레이드 효과'를 누렸다. 서장훈 영입한 전자랜드는 선두권의 모비스와 KT&G를 격파하며 탄탄해진 전력을 과시했고, KCC 역시 지긋지긋한 8연패를 끊으면서 추승균과 강병현 등 국내 선수를 중심으로 팀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 SK는 두 경기를 치러 1승 1패를 기록했다. '크리스마스 매치'에서 KT&G를 잡아냈으나 최고의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는 삼성에 패배, 연승을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성적은 반타작이었지만 두 경기 모두 무려 8000명에 가까운 관중 동원에 성공, 흥행 면에서는 '만점 활약'이었다.
▲희미해진 '과거의 영광'
공동 선두인 모비스와 동부는 나란히 3전 전패와 2전 전패로 체면을 구겼다. 6할을 웃도는 승률과 공동 선두의 순위는 여전히 지키고 있지만, 턱밑까지 쫓아온 중위권의 위협이 이제는 남 일이 아니게 됐다. 동부는 최근 5경기에서 1승 4패로 최악의 부진, 모비스 역시 시즌 첫 3연패가 너무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야말로 잘 나가던 행보가 한낱 '과거의 영광'으로 흐려질 위기에 처하고 만 것.
이들 두 팀뿐 아니라 3위 KT&G와 지난주까지 4위였던 창원 LG 역시 1승 2패로 저조했다. 지난주까지 '4강'이던 팀이 나란히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LG는 팀 순위마저 공동 5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새해 첫 경기인 전자랜드와의 일전에서 패한다면 7위로 추락할 위기에 몰렸다. KT&G는 조나단 존스의 영입으로 반전의 기회가 오는 듯했으나, 불안한 경기력은 여전한 모습이다.
최하위 KTF 역시 1승 2패하며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강팀을 상대로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전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으나, 언제나 막판 집중력의 부족으로 고개를 떨구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하루빨리 분위기 전환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자칫 최하위로 굳어져 버릴 위험도 있기에 접전 상황에서 힘이 될 집중력 보완이 시급한 과제이다.
▲대형 트레이드 그 후…양 팀에 미친 효과는?
지난주 있었던 전자랜드와 KCC의 대형 트레이드. 이후 양 팀은 각각 달라진 팀 컬러로 나란히 2승 1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트레이드 효과'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먼저 서장훈을 영입한 전자랜드는 높이를 통해 안정적인 전력을 보유하게 됨과 동시에 서장훈으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공격 루트를 얻게 됐다. 되살아난 황성인의 리딩과 함께 주득점원인 리카르도 포웰의 행동반경이 넓어졌다는 점 또한 플러스 요인. 세트 오펜스가 강화되면서 자연스레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KCC는 그간 공격에서 중심으로 떠오르지 못했던 '소리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이 만점 활약으로 공수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추승균뿐만 아니라 외곽에 국내 선수들의 활용 폭이 넓어졌고, 더불어 '거인' 서장훈과 하승진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그간 지적받던 느린 스피드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이 상승세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트레이드로 잃게 된 것도 있다. 전자랜드는 팀 내 활력소 역할을 하던 정영삼의 좁아진 입지가, KCC는 그간 익숙지 않았던 빠른 농구로의 급격한 전환이 이뤄지며 높이가 가져다주던 안정감을 잃은 것이 불안 요소이다.
▲위클리 MVP : 애런 헤인즈(서울 삼성) 3경기 평균 27득점, 9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 1.3블록슛
삼성의 애런 헤인즈는 적응 기간을 끝마치고 활발한 득점포를 가동, 팀의 연승을 이어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 마른 체격 때문에 골밑 플레이와 수비에서는 불안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돋보이는 센스와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험 등은 과거 뛰었던 에반 브락의 그것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 다른 국내 선수들의 역할과 행동반경 역시 전보다 더 폭넓어졌다.
지난 28일 SK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36득점을 폭발, 서울 라이벌전을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14개의 리바운드까지 곁들이며 골밑에서 테렌스 레더의 부담까지 덜어주는 등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창출해낸 것이다. 헤인즈 합류 후 팀 성적도 9경기에서 8승 1패. 그야말로 '복덩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오리온스의 크리스 다니엘스는 주간 3경기 평균 25득점, 9.7리바운드와 2.3개의 블록슛으로 역시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들쭉날쭉한 오리온스의 경기력은 불안한 모습이 남아있지만, 골밑을 든든히 지키는 센터 다니엘스의 존재가 부침을 거듭하는 팀에게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