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송승헌이 '가을동화' 이후 '블랙'으로 17년 만에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고아라도 송승헌과 좋은 연기합을 보여줬다. 다만 허술한 결말은 명작이 될 뻔한 드라마에 옥에 티로 남았다.
10일 방송된 OCN 토일드라마 '블랙' 마지막 회에서는 블랙(송승헌 분)이 천계 최고형인 무(無)의 형벌을 받고 강하람(고아라)에게 평범한 인생을 선물해주는 결말이 그려졌다. 강하람은 블랙의 존재를 잊고 살다가 생의 마지막 순간 블랙과 재회했다.
송승헌은 블랙을 만나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으로 언급되는 '가을동화'(2000) 이후 송승헌은 줄곧 멋진 캐릭터를 맡았다. 지고지순한 순정남이거나,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맡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중들에게 기억되는 송승헌은 그의 잘 정돈된 헤어스타일처럼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블랙은 달랐다. 소위 말하는 '병맛' 연기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내장탕을 보며 군침을 삼키는 익살맞은 연기도 송승헌을 달리 보게 했다. 자칫 뜬금없어 보일 수 있는 로맨스 연기도 고아라를 리드하며 적재적소에 설레는 기운을 불어넣었다. 이런 변주 속에서 카리스마 있는 연기가 대조효과를 통해 더욱 강한 색깔을 갖게 됐다. 저승사자라는 설정 때문에 인기 드라마 '도깨비'와 비교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송승헌은 이동욱과 또 다른 매력적인 저승사자 캐릭터를 만들며 시청자를 매료했다.
송승헌, 고아라의 활약과 각본의 힘으로 '블랙'은 2회 연장해 16부에서 18부가 됐다. 그런 만큼 탄탄한 마무리가 되리라 기대했다. 최근 시청자들은 무작정 해피엔딩을 바라기보다 슬픈 결말일지라도 완성도와 개연성이 담보되길 선호하는 추세다. '블랙' 전개로 봤을 때 블랙과 강하람의 이별이 예견됐다. 어떻게 설득하느냐의 문제였다.
하지만 '블랙' 마지막 회를 본 많은 시청자가 허무함을 토로하고 있다. 17회까지 짜임새 있던 각본은 18회에서 갑자기 허술해졌다. 블랙이 '무의 형벌'을 선택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는 전개는 '도깨비' 김신을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에 블랙이 다시 나타난 것 또한 의문점을 남겼다. 또 마지막에 늙은 강하람과 레오가 대화하는 장면 역시 몰입을 헤치는 연출이었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한편 '블랙' 후속으로는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가 16일부터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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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