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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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야 놀자] (6) 메이저리그의 리그(?)

기사입력 2008.12.26 10:08 / 기사수정 2008.12.26 10:08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MLB야 놀자’는 메이저리그를 '타킷 유저(target user)'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끔 하자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메이저리그를 잘 모르는 일반 대중들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친근하게 미 프로야구를 접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역사’라는 측면에 고개를 돌려보았습니다.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를 살펴보면서 야구의 탄생과 메이저리그의 탄생을 먼저 언급하고, 그 사이에 등장했던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통하여 메이저리그를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의 깊은 역사에 스며든 이야기를 몇몇 선수들의 소개에 의지해야 된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많이 남았습니다. 투수편에서의 사이 영(Cy Young)과 월터 존슨(Walter Johnson), 타자편에서의 베이브 루스(Babe Ruth) 등을 포함하여 메이저리그를 이야기 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선수들이 너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수박 겉 핥기’에 불과하더라도 ‘이러저러한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수놓았다’는 사실을 전달할 수만 있다면 이 또한 부질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시리즈의 마지막인 ‘메이저리그의 리그(?)’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많은 리그의 접합체인 메이저리그에는 얼마나 많은 리그들이 존재하는지 알아봄으로써 우리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고안해야 한다는 점에 그 기획의도를 잡고 싶습니다.

1편 '메이저리그의 탄생과 그들만의 프라이드'
2편 '마이너리그의 눈물 젖은 빵'
3편 '박찬호라는 존재의 의미'
4편 '메이저리그 이모저모(투수편)'
5편 '메이저리그 이모저모(타자편)'
6편 '메이저리그의 리그(?)'

따라서 본 주제에 대해서도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메이저리그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나 readers@xportsnews.com으로 편하게 문의를 해주십시오. 성심성의껏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일렬 횡대’로 헤쳐모인 많은 리그들

미국은 봄에서부터 겨울까지 365일 야구할 수 있는 곳이다. 지역별로 일년내내 사시사철이 다른 대륙국가라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당연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본 등 동양권 국가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미국을 예로 들지 않아도 적도 인근에 자리잡은 중남미 국가들이 일년 내내 여름이라는 기후 특성을 살려 야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 SK 투수 김경태를 비롯하여 롯데 최향남 등으로 잠시나마 유명세를 탔던 도미니카의 겨울리그의 존재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하여 메이저리그는 봄부터 겨울까지 수많은 리그들이 존재한다. 스프링캠프를 통하여 펼쳐지는 시범경기에도 ‘리그’의 칭호가 붙는 만큼 그들은 수십년간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지금의 리그체제를 정립하기에 이르렀다. 년 단위로 살펴보는 리그의 종류는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 일년 내내 야구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축복이다.

정규시즌에 펼쳐지는 각 리그별 경기(네셔널리그 매치, 아메리칸리그 매치)를 포함하여 크고 작은 리그들이 수십개 존재한다. 특히, 흥행을 위해 도입된 인터리그(Inter League)의 경우 네셔널리그의 팀과 아메리칸리그의 팀들이 맞붙는 재미가 더해져 구름관중이 몰려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같은 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지만, 다른 리그를 치루는 시카고(컵스, 화이트삭스), 뉴욕(양키스, 메츠), LA(다저스, 에인절스)의 경우 인터리그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1997년에 처음 도입된 인터리그는 해당 리그의 홈구장에서 펼쳐지는 규칙을 따른다. 즉,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아메리칸리그 홈구장에서 경기를 펼칠 경우 지명타자를 쓰게 되고, 내셔널리그 팀 홈구장에서 인터리그가 펼쳐지면 지명타자 없이 진행되는 것이다.

인터리그와 함께 정규시즌의 별미라 부를 수 있는 것이 ‘한여름의 고전(Summer Classic)‘이라 할 수 있는 올스타 리그다. 올스타전은 팬투표와 감독 추천선수로 선발된 각 리그의 최고 인기 선수들을 한데 모아놓은 ‘별들의 전쟁’이다. 그러나 일부 선수들의 올스타전 참여 기피로 인하여 버드 셀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올스타전 승리 리그에 월드시리즈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각 리그 선수들의 책임감이 커진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또한 올스타전 MVP에게 주어지는 상의 이름을 ‘테드 윌리엄스 상’으로 명명하여 2002년 사망한 ‘최후의 4할 타자’를 기리기도 했다.

올스타전의 종료는 곧 마이너리그의 정규시즌 종료를 의미하기도 한다. 대체로 8월 말에 끝나는데, 이 시기에 마이너리그 월드시리즈가 열린다. 또한 이 때에는 메이저리그 로스터가 25인에서 40인으로 확대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15명의 선택받은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은 이 시기에 메이저리그의 ‘맛’을 보기도 한다. 이때 훌륭한 활약을 펼친 유망주들은 다음 해의 풀타임 메이저리거를 보장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올스타전과 비슷한 풀타임 리그가 야구 초창기에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1914년 우수선수들을 중심으로 탄생한 페더럴 리그(Federal League)가 그것인데, 6개 팀으로 구성된 이들은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의 슈퍼스타들을 모두 모아 한때 흥행에 크게 성공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금부족으로 결국 2년 만에 해체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 2009년 올스타전은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이와는 별도로 대부분의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은 9월 초순 이후에는 할 일이 없어진다. 이들은 이듬해 개막전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는데, 이를 보완하고 각 팀의 최고 유망주들이나 부상선수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차원에서 생긴 리그가 바로 애리조나 가을리그(Arizona Fall League)다. 1992년부터 시작된 이 리그는 그 동안 무려 1천여 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함으로써 명실공히 ‘최고 유망주들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애리조나 가을리그 출신의 대표적인 선수로는 1992년 원년 맴버인 마이크 피아자(前 LA다저스), 토드 헬튼(콜로라도 로키스) 등이 있으며, 박찬호와 최희섭도 이 리그를 거쳐 빅리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994년에는 농구를 잠시 그만두고 야구에 뛰어든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이 리그를 거쳐가는 바람에 그의 엄청난 유명세에 힘입어 톡톡히 각광을 받기도 했다.

애리조나 가을리그와 더불어서 유망주들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리그가 바로 ‘교육리그(Instructional League)’다. 교육리그는 메이저리그 팀들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특별리그로써, 자신들에 속한 어린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경험과 교육기회를 부여하고자 이와 같은 리그를 만들어 투자하고 있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처럼 결국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이 미래의 메이저리그를 이끌어 갈 주역이라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이렇게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는 동안 메이저리그에서는 본격적인 ‘가을의 고전’, 월드시리즈를 위한 전초전이 펼쳐진다. 디비전시리즈(5전 3선승제), 리그 챔피언쉽 시리즈(7전 4선승제)를 거친 양대 리그 우승팀이 만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을 가려낸다. 1903년부터 펼쳐진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는 양대 리그를 통틀어 현재까지 가장 많은 우승(총26회)을 차지한 팀으로 남아 있다.


▲ 애리조나 가을리그는 마이너리그 선수들 중 알짜배기 유망주들만을 모아놓은 리그다. 2008 네셔널리그 MVP 알버트 푸홀츠 역시 이 리그를 거쳐갔다.

오프시즌(Off season)이 오프시즌이 아닌 이유

월드시리즈까지 끝마치면 메이저리그의 공식 일정은 끝이 난다. 그리고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는데, 이를 ‘오프시즌(Off Season)’ 이라고 한다. 그러나 영단어 Off(휴식, 휴가)를 곧이 곧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프시즌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오프시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프런트를 살펴보자. 프런트는 오히려 오프시즌에 더 바쁘다. 계약이 만료되는 선수를 파악하여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함은 물론 자유계약시장(Free Agent)에 나오는 선수들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각 단장들과 애이전트들이 모여 자신들에게 필요한 선수들에 대한 회의를 하는데, 이를 윈터미팅(Winter meeting)이라고 한다. 오프시즌중 일어나는 대부분의 트레이드는 이 윈터미팅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빅리그 선수들의 행보에 대해서는 구단이 자율권을 준다. 이에 선수들은 트레이너를 고용하여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시할 수도 있고, 중남미 겨울리그에 참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구단에서 실시하는 ‘불시 체력검정’에서 탈락하면 바로 방출을 당해야 하는 내부규약이 있다. ‘자율을 주되, 선수로써의 책임은 확실히 일깨워주는’ 스포츠맨쉽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선수들이나 프런트나 오프시즌에도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수입이 안정되어 있고, 팀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베테랑 빅리거들은 대부분 자율훈련을 선택한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왔다 갔다 하는, 주전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일부 선수들은 겨울리그에 참가하여 자신의 기량을 점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겨울리그에는 메이저리그 출신을 포함하여 여러 국가의 선수들이 참여한다. 롯데의 카림 가르시아가 맥시코팀으로 겨울리그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으며, 최향남, 김경태 등도 도미니카 겨울리그에 참가중이다.

겨울리그가 끝나면 본격적인 스프링 캠프가 시작된다. 메이저리그의 스프링 캠프는 크게 두 리그로 나뉜다.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 주 지역에 동계훈련장을 차리고 시범경기를 치르기 위해 모여든 메이저리그 팀들을 일컬어 ‘그레이프푸르트리그(Grapefruit League)’라고 부르며,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 주 지역에 모여든 팀을 일컬어 ‘캑터스리그(Cactus League)’라고 부른다(그림 참조)


플로리다가 동계훈련장으로 본격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888년이다. 당시 워싱턴 네셔널스가 따뜻한 플로리다를 택하면서 본격적인 그레이프푸르트 리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레이프푸르트는 ‘자몽’이라는 뜻인데, 플로리다의 명물인 이 과일이 플로리다를 대표한다고 하여 ‘그레이프푸르트 리그’가 됐다.

동부지역에 그레이프푸르트 리그가 있다면 서부지역에는 캑터스 리그가 있다. 이 리그는 종전까지 ‘애리조나 스태이트 리그’로 더 잘 알려져 왔으나, 1954년부터 선인장의 한 종류인 ‘캑터스’라는 말이 닉네임으로 통용되기 시작하여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서부지역에 속한 대부분의 팀들이 이곳에 스프링캠프를 차리지만, 중부지구에 자리잡은 팀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저조하여 그레이프푸르트 리그보다는 참가팀 숫자가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 프로팀들이 보고 배워야 하는 부분

많은 리그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척박한 환경에 처한 한국 프로야구계에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물론 우리나라도 ‘서머리그’라고 해서 특별한 리그전을 펼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네셔널리그처럼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등 특별한 노력은 아직까지 보여지지 않고 있다. 또한 단일리그로 치러진다는 특성상 인터리그의 적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제는 야구팬들도 야구를 보는 안목이 많이 높아졌다. 야구를 위해서라면 어디든 가겠다고 말하는 마니아층 숫자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애리조나 가을리그, 도미니카/멕시코 겨울리그에 유망주들을 파견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안목을 키워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오프시즌에 ‘제주리그(가칭)’를 만드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다. 다만, 여기에 참가할 수 있는 선수는 2군리그의 유망주들과 1군리그의 벤치맴버로 한정하여 ‘미래의 주전선수들’을 보게 할 수도 있다. 즉, ‘퓨처스 리그’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하면 좋다.

일본 프로팀과 연계한 ‘오끼나와 리그(가칭)’를 가정해 볼 수도 있다. 이미 몇몇 프로구단들이 따뜻한 오끼나와에 캠프를 차리고, 이에 따른 시범경기를 치룬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를 정식 겨울리그로 발전시키되, 중국과 대만 프로팀 참가까지 유도하여 규모를 크게 할 수도 있다.

어쨌든 각 구단이 머리를 싸매고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모든 일의 시작은 ‘벤치마킹(benchmarking)’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포함하여 스프링캠프까지 보고 배워야 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가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운영팀 과장을 파견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매우 고무적이다. 보다 나은 시스템 정착을 위한 노력을 기원한다. (完)

에필로그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종주국을 배우는 목적은 자국의 스포츠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종주국과 자국의 스포츠 수준차이를 좁히게 되는 것이 최종 목적일 것입니다. 유도의 종주국이 일본이라고는 하나 이미 유도는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어 국내 수준이 오히려 일본을 앞서는 체급도 많았고, 우리나라가 태권도의 종주국이라고는 하나 많은 유럽국가들이 종주국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100년 넘는 야구역사를 자랑하지만, 미국은 이미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쿠바, 캐나다에 무릎을 꿇기도 했습니다. 이는 그만큼 야구를 제1의 스포츠로 여기는 국가들의 수준차이가 많이 줄었음을 의미합니다. 미국이 자국리그에 대한 상당한 자부심으로 많은 횡포를 부리기도 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을 전 세계에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메이저리그를 일반 대중에게 소개했던 것도 우리나라 구기스포츠의 제왕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야구를 조금 더 깊게 이해시키고자 함에 있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하여 국내에서 보고 배워야 할 부분도 제시하고도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미국의 사이 영, 베이브 루스와 같은 대선수들이 배출되었으면 합니다.

이와 같은 목적을 안고 출발한 ‘MLB야 놀자’ 시리즈는 이것으로 마감하겠습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깊은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에 대한 ‘속편’을 계속 집필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필자주] 

[사진(C)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쳐]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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