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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정리, 2008 K-리그를 돌아본다

기사입력 2008.12.10 13:01 / 기사수정 2008.12.10 13:01

장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지영 기자]
수원의 우승과 함께 2008년 K-리그는 진정한 막을 내렸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기록을 쏟아내며 재미를 더했던 2008년의 K-리그, 그 14개 팀이 선보인 한 해를 간단히 돌아보자.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 수원, 서울, 성남

사실 1위부터 5위까지의 다섯 팀은 참으로 한결같이 자신이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중에도 수원, 서울, 성남은 그야말로 치열한 1위 다툼을 선보였다. 수원과 서울은 마지막까지 승점 차를 벌리지 못해 득실차로 1, 2위를 나눴을 정도이니 그 치열함은 더 말할 것도 없을 정도. 플레이오프 진출은 일찌감치 결정 지었지만 정작 1위를 못박은 것은 정규리그가 끝난 뒤에야 이루어졌다.

결국, 시즌 개막부터 무패행진을 이어갔던 수원은 예상대로 4년 만에 왕좌에 올랐고, 서울도 아쉽게 준우승에 그치기는 했지만 시즌 내내 꾸준히 승점을 더하며 3위 내에서 머무르는 저력을 선보였다. 비록 성남이 팀의 노쇠화에 발목을 잡히며 막판 부진 끝에 사령탑 자진사퇴 및 교체라는 진통을 맞이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수원과 성남은 하계 영입시즌을 맞이해 각각 유럽에서 활약하던 이천수와 이동국을 전격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지만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는 보기 힘든 선택이라는 평가만을 받게 됐으며, 한결같이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온 서울 역시 시즌 막판 이청용 논란에 휩쓸리며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실한 이미지 다운을 맞이했다.



조용하게 강하다 - 울산, 포항

울산과 포항, 두 팀은 그런 면에서 조용하지만 확실히 자리를 지켰다. 매년 우승후보에 이름을 올리던 팀답게 올해 역시 시즌 중반을 넘길 무렵에는 나란히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중에서도 울산은 형제인 전북과 더불어 강한 후반 뒷심을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울산이 마지막까지 흐름을 잃지 않고 차분히 6강 진출을 확정지은 끝에 결승전 목전 플레이오프까지 맹위를 떨치었지만, 포항의 경우에는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한 시즌이었다. 지난 시즌 K-리그의 왕좌에 올랐던 포항이지만 이번 시즌은 시작부터 AFC 챔피언스 리그 일정을 함께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친 덕분에 예상에 비해 조금은 저조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게다가 AFC 챔피언스 리그는 일찌감치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고,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했던 컵 대회는 성남과의 악연을 더하기만 한 채 준플레이오프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후 정규리그에서 빠른 상승세를 기록하며 5위로 6강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지만 첫 상대로 울산을 맞이하며 2008년 마지막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예측불허의 한 시즌 - 전북, 인천, 경남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시즌 리그에 재미를 더했던 것은 상위권 팀들이 아니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플레이오프 6강이 확정되지 않았던 덕분에 시즌 종반을 앞두고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에 빠졌던 것. 특히 전북, 인천, 경남은 마지막 라운드까지 하나 남은 6강 티켓을 두고 맹렬한 각축전을 벌여 더욱 눈길을 모았다. 심지어 전북과 경남은 이 시즌 마지막 대결의 상대로 마주해 그 어느 경기보다도 치열한 혈전을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전북이 선보인 무시무시한 시즌 후반 뒷심은 놀라울 정도. 조재진의 전격 영입 등 이래저래 야심 차게 2008년을 시작한 전북은, 기대와는 달리 불안한 경기력으로 정규리그는 중반까지 대 난조를 이어나갔다. 마음먹고 노렸던 컵 대회마저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전남에 무너지며 아쉬움을 남겼던 전북이었다.

그러나 시즌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연이어 역전승을 기록한 끝에 마지막 대결마저 선취골을 내주고도 극적인 역전승을 기록, 기어이 6강 진출을 확정하며 놀라운 저력을 드러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무너졌다고는 하지만 6강 목전에서 고배를 마셔야만 했던 인천과 경남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천은 시즌 중반을 넘기면서 일찌감치 6강을 확정짓는 듯했으나 이후 승점 차를 확실히 벌리는 데는 실패, 마지막까지 득실차와 승점 차에 쫓기며 6위 자리다툼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수원을 맞이하는 불운까지 더해지며 그야말로 눈앞에서 6강 진출 티켓이 사라지고 말았다.

경남 역시 마지막 대결의 대진운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필 상대가 6위 자리를 두고 승점 경쟁을 이어오던 전북이었으니 말이다. 4-2 대승으로 시즌을 시작한 경남은 치밀한 조직력과 단단한 조직력으로 여러 팀을 괴롭히며 중반 이후 눈에 띄는 성장세를 선보였다. 그러나 선취득점 후 철벽 수비로 승점을 지키는 방법이 전북에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1-0으로 전반을 앞서고도 후반에만 3골을 내어주며 역전패당하는 수모 끝에 진출 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2008년보다는 2009년을 - 전남, 제주, 대구

10위권 내에서 시즌을 마무리한 전남은 아쉽기 그지없는 한 시즌을 선보였다. 지난 시즌 FA컵 왕좌에 오르며 포항과 더불어 제철 가의 힘을 보여줬던 전남. 그러나 이번 시즌은 초반부터 불안했다. AFC 챔피언스 리그 일정을 함께 소화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난조를 선보인 탓이다. 다행히(?) 조별 예선 탈락 이후 컵 대회 준우승을 기록하는 등 잠시 상승세를 선보이기도 했으나 정작 정규리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시즌 초 예상과는 달리 20점대 승점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진출권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두 마리 토끼몰이를 하기에는 아무래도 여유가 없었던 탓.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으로 맞이할 2009년의 성적을 더욱 기대할만하다.

그러나 새로이 알툴 체제를 맞이한 제주는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적인 경기력을 갖추며 올해보다는 내년을 더 기대할 만한 팀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중원에서의 압박과 빠르고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는 부천 니폼니쉬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비록 성적은 여전히 아쉬움을 남겼지만 다음 시즌의 희망을 더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한 시즌이었던 셈.

한편, 중위권 대 접전을 선보인 팀들 중 마지막을 장식한 대구는 성적과는 상관없이 이번 시즌 K-리그에 가장 재미를 더했다. 정규리그 43득 56실, 컵 대회 16득 19실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제대로 '골 맛'을 선보인 덕분이다. 득점도 1위, 실점도 1위라는 진귀한 기록을 선사한 대구는 중반까지만 해도 이번 시즌 최고의 다크호스로 자리 잡았지만 고질병이나 다름없는 후반기 부상병동화와 수비불안의 문제를 뛰어넘지 못하면서 후반 대 난조를 선보였다. 올해 떠안은 숙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주목된다.



아쉽고도 아쉽다 - 부산, 대전, 광주

이렇게 11위까지가 시즌 종료까지 엎치락뒤치락 순위싸움을 이어갔다면 12위부터 14위까지는 그야말로 한결같이 자리를 지켰다. 부산과 대전, 광주는 올 한해 그야말로 악몽 같은 한 시즌을 치렀다.

신임 황선홍 감독 체재로 문을 연 부산은 안정환의 전격 영입 등으로 시작부터 눈길을 모았다. 개막전부터 2-1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잠시나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던 부산. 그러나 이후 컵 대회에서의 승승장구와는 달리 정규리그에서는 기복이 큰 경기력으로 아쉬움을 더했다. 막판 대 선전을 펼치기도 했지만 이 역시 다크호스라고 불리기보다는 고춧가루 부대라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 하루빨리 리빌딩을 마무리 짓기만을 바랄밖에.


한편, 대전의 2008년은 가히 대참사라 할만하다. 부족한 재정 덕분에 매년 선수 수급에 난항을 겪어온 대전은 올해 역시 시작 전부터 많은 선수를 팔아치우는 악수를 감행, 또 한 번 부족한 자원에 시달리고 말았다. 여기에 고질병인 부상은 매 경기 발목을 잡아채며 지켜보는 이들이 가슴을 쳤다. 게다가 메인 스폰서인 계룡건설이 물러나면서 스폰서 교체까지 맞이하는 등 재정난과 선수 부족의 문제는 다음 시즌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는 점은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반면 광주는 용케 2008년을 마무리 지었구나 싶을 정도의 상황. 개막전에서 성남을 무승부로 잡는 이변을 연출해 눈길을 모았지만 중반을 전후에 놀랄 만큼 무서운 하락세를 기록했다. 여기에 당장 김승용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공격수 출신은 한 손에 꼽을 정도도 되지 않을 만큼 제대로 공격수 부족에 시달린데다 시즌 종료를 앞두고 전역으로 대거 전력 변동이 일어나면서 이보다 더 아쉬울 수 없는 마무리를 기록했다.

23경기 연속 무승의 불명예도 이런 것에서 기인한 것. 여기에 연고지 문제도 속을 썩이기는 마찬가지여서, 상무는 올해를 끝으로 광주를 떠나야 했지만 연맹과 광주시의 엇박자 행정에 휘둘린 끝에 앞으로 2년을 더 광주에 머무르게 됐다.

이야기 만발 2008

2008년이 그 어느 때보다도 특별했던 것은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없이 쏟아져 나온 기록들 덕분이다. 우성용이 개인 통산 최다 골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통산 200승을 달성한 감독은 두 명이나 나왔고(김호, 김정남), 통산 300경기 출장, 400경기 출장의 대기록도 나왔다. K-리그의 4번째 300승 팀도 나왔고 역대 통산 최다 관중 기록도 갈아치워 졌으며, 비록 자책골이라고는 하지만 K-리그 통산 10,000호 골의 대기록도 나왔다.

그야말로 리그를 지켜보는 이들이게 더없이 풍성한 볼거리를 안겨준 셈. 게다가 시즌 종료를 앞두고 K-리그 15번째 팀인 강원 FC가 정식으로 창단되는 등 즐거운 소식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올해의 K-리그 역시 다양한 구설수와 사건에 시달리기는 매 한가지였다.

당장 개막을 앞두고 터진 병역비리는 일부 팀들의 전력을 요동치게 했고, 하계 이적 시장을 통해 갑작스레 K-리그로 돌아온 이천수와 이동국은 팬들에게 갑론을박의 논란을 제공했다. 여기에 시즌 말미에는 이청용의 비신사적 파울이 터지면서 강경 처벌의 요구가 높아지는 등 그야말로 논란으로 시작돼 논란으로 끝난 한 시즌이 됐다.

온갖 이야기 속에 마무리 지어진 2008년의 K-리그. 시즌 개막 당시 팬들이 가슴에 담고 있던 수많은 궁금증의 대부분이 답을 얻으며 그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제 2009년 새로운 K-리그는 또 어떤 이야깃거리를 안고 찾아올 것인가.



장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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