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5:51

미국 스포츠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 LA 스포츠 박물관을 다녀오다

기사입력 2008.12.04 18:26 / 기사수정 2008.12.04 18:26

한만성 기자

[엑스포츠뉴스 = 로스엔젤레스, 한만성 기자] 본 기자의 거주지인 로스엔젤레스(이하 LA)는 미국 내에서도 ‘문화의 도시’로 통한다. 이곳 특유의 다문화적 역사를 통한 음악, 영화, 각종 공연, 스포츠 등의 여러 요소가 도시의 일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LA에 이번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스포츠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이름하여 LA 스포츠 박물관(The Sports Museum of LA). 미국 스포츠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이 박물관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문을 열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일, LA 스포츠 박물관을 직접 취재한 본 기자는 19세기부터 현대 스포츠의 유물이 전시돼 있는 모습을 모두 지켜보는 행운을 누렸다.

1만 개 이상의 기념품을 전시하고 있는 이 박물관의 크기는 3만 스퀘어 피트에 달하며 모든 유물들의 가치는 총합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 이 거대한 박물관의 주인은 개리 사이프러스(65). 놀라운 것은 LA 스포츠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스포츠 유물들은 오래전부터 그가 취미 삼아 수집해온 기념품들이라는 사실이다. 뉴욕 출신의 사업가인 그는 이제껏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자신의 박물관을 공개했지만, 산더미처럼 불어난 자신의 기념품들을 이제는 스포츠 팬들을 위해 공개하기로 했다고 한다.

미국 야구의 전설 베비브 루스가 1936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당시 입었던 유니폼과 조 디마지오가 선수 생활 시절 마지막으로 입은 유니폼까지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19세기 당시의 초창기 야구 글러브, 배트, 농구 골대까지 전시돼 있었다. 개인이 취미 삼아 수집한 컬렉션이라고 보기에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더불어 LA 스포츠 박물관이 단 하나의 모조품도 없는 순수 진품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매력적이다.

1981년 LA 다저스, 1999년 뉴욕 양키스 등이 차지한 월드 시리즈 우승 트로피로 장식한 진열장을 비롯해 배리 본즈가 534호 홈런을 기록했을 당시 착용한 유니폼과 배트는 물론, 그의 755호 홈런 볼까지 있었다.


1870년대 당시 야구 선수들이 오늘날의 글러브를 대신해 사용했다는 ‘가죽 반장갑’과 현대 농구에서 쓰이는 농구 림의 모태인 ‘과일 바구니’ 역시 돋보였다. 높게 매달린 바구니 옆에는 사다리가 놓여 있었는데, 초창기 농구에는 슛을 바구니 안으로 집어넣은 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볼을 다시 꺼내서 경기를 재개했다고 한다.

NBA의 명 센터들의 실착 유니폼을 전시해 놓은 공간역시 기억에 남는다. 샤킬 오닐의 LA 레이커스 유니폼을 시작으로 하킴 올라주원, 데이비드 로빈슨, 윌트 챔벌린이 직접 사인한 실착 유니폼은 농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볼거리다. 휴스턴 로케츠의 슈퍼스타 야오 밍의 유니폼 역시 위에 언급한 명 센터들의 유니폼과 함께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야오 밍이 직접 입었던 유니폼과 반바지의 어마어마한 실제 사이즈만큼이나 커버린 동양인 센터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이외에도 테니스 라켓의 진화, 종류별 자전거, 프로 아이스 하키 등의 유물까지 전시돼 있는 LA 스포츠 박물관은 문화적 명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 역시 존재한다. 처음 LA 스포츠 박물관에 대한 소식을 접한 본 기자는 사실 이 박물관을 미국 스포츠보다는 LA 지역 스포츠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LA를 대표하는 LA 다저스(MLB), 레이커스(NBA), 킹스(NHL)를 비롯해 과거 LA를 연고한 바 있는 NFL 구단 레이더스 등의 기념품이 제한적이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다만, LA 다저스의 전신인 브루클린 다저스의 유물이 수없이 많았다는 점이 위안거리였다.

특히 축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본 기자는 과거 요한 크루이프, 펠레 등이 활약한 바 있는 NASL(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존재한 미국 프로축구 리그), 그리고 현재는 데이비드 베컴이 몸담고 있는 MLS에 대한 기념품이 없었다는 점 역시 아쉬웠다.

물론 사이프러스의 개인적 수집을 통해 만들어진 박물관인 만큼 처음부터 완벽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LA 스포츠 박물관의 계획이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가능성 역시 크다. LA 스포츠 박물관은 사이프러스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기념품 외에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기증품 등을 통해 전람회를 개최하는 등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 기자를 반갑게 대해준 것은 물론, 편안한 취재를 가능하게 도와준 박물관 관계자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LA 스포츠 박물관은 이곳 '문화 도시'의 또 다른 유명 관광 명소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한만성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