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조은혜 기자] 이범호는 KIA 타이거즈에서 우승이 가장 간절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잘 안풀렸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범호는 가장 중요해진 경기에서, 가장 아름답게 날개를 폈다.
KIA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6으로 승리했다. 1차전을 패했던 KIA지만 2차전을 시작으로 3연승을 거두며 이날 경기 전까지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앞섰고, 이날 승리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 2009년 이후 8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자 통합우승이다.
정규시즌부터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던 이범호였다. 2000년부터 17년 동안 프로 생활을 했던 이범호지만 우승 경험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한화 시절이던 2006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긴 했었지만 삼성 라이온즈에게 막히며 준우승에 만족을 해야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경기는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다. 3차전까지 이범호의 성적은 9타수 무안타. 김주찬과 함께 두 베테랑의 부진은 김기태 감독이 꼽는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개인 성적보다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 앞선 3경기보다 잘해줄거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이범호는 이 신뢰에 부응이라도 하듯 4차전에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그리고 5차전, 우승까지 단 1승 만을 남겨두고 있던 상황에서 이범호는 결정적인 한 방으로 자신의 아쉬움을 날려버렸고, 팀과 자신의 꿈이었던 우승을 완성시켰다.
이날 3루수 및 7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범호는 KIA가 1-0의 리드를 잡은 3회초 2사 주자 만루 상황 자신의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첫 타석에서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이범호는 니퍼트는 초구 129km/h 슬라이더를 그대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쏘아올렸다. 1-0이었던 스코어는 단숨에 5-0이 됐다.
이범호의 만루홈런으로 점수를 벌린 KIA는 이후 두 점을 추가했고, 두산의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리드를 지키고 승리하며 우승을 완성했다. 이범호가 꿈꿨을 우승 그 중심에 자기 자신이 있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잠실, 김한준,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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