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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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①] 싱어송라이터→귤 농사꾼→저자 '루시드폴'

기사입력 2017.10.30 07:00 / 기사수정 2017.10.28 14:12


[엑스포츠뉴스 전아람 기자] 가수 루시드폴이 정규 8집 앨범이자 첫 에세이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들고 돌아왔다.

30일 0시를 기해 공개된 정규 8집 앨범이자 첫 에세이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는 루시드폴의 지난 2년간의 삶을 그대로 옮겨 '에세이뮤직'으로 불리는 이번 수필과 노래의 컬래버레이션이다.

특히 타이틀곡 '안녕' 뮤직비디오는 루시드폴과 그의 아내가 슈퍼 8mm 무비 카메라로 꾸준하게 기록해 온 영상들을 한 데 모아 무려 2년동안 제작했다. '안녕, 그동안 잘지냈나요'라는 나지막한 목소리를 배경으로 그가 사는 제주의 자연 속에서 마주한 생명들과 빛나는 순간들은 물론, 그가 직접 일구는 무농약 인증을 받은 감귤 과수원에 귤꽃이 만발하는 계절부터 수확의 시기까지 사계절을 두루 느끼게 하며 장면마다 자연스럽게 보는 이들을 제주도 한 가운데로 데려간다.

앞서 루시드폴은 '안녕' 및 수록곡 '볼레로를 출까요?', '바다처럼 그렇게'의 육필 가사 원고지를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루시드폴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원고지에 가사를 쓴 이유와 함께 제주도 귤 농사꾼으로 삶과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삶을 모두 털어놨다.

Q. 원고지에 가사를 쓴 이유가 무엇인가.

"보통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쓰는데 나는 노트나 A4용지에 쓴다. 가사를 원고지에 정리를 한 이유는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는 아니고 내가 목디스크가 있다. 목과 어깨가 뭉치면 안 좋지 않냐. 노트북으로 책을 쓸 자신이 없더라. 나도 평소 펜 쓸 일이 너무 없었는데 예전에 팬들이 선물해준 만년필이 꽤 많더라. 그걸 죄송하게도 한 번도 안 썼더라. 만년필을 꺼내 원고지를 주문했다. 그렇게 쓰게 됐다. 가사는 녹음하기 직전까지 계속 바뀐다. 한 번 정리를 하고 싶기도 해서 곡이 완성된 날짜와 가사를 적은 것을 출판사에서 책으로 쓰셨다."


Q. 스튜디오를 직접 지은 이유가 있나.

"난 건축가도 아니고 집을 짓는 것에 로망이 있는 사람이 아닌데 현실적으로 필요했다. 과수원에 창고가 없다. 내가 (농사를 지은지) 5년차가 넘어가는데 첫해와 두번째 해는 다른 밭을 빌려서 농사를 지었다. 땅 살 돈이 없어서 빌려서 했는데 집에서도 멀고, 거기도 창고가 없는 곳이었다. 심지어 농수도 잘 안 나오는 곳이었다. 다음에는 창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과수원도 창고가 없다. 창고를 짓기는 해야하는데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마침 제주도 내려가서 알게 된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같이 간단하지만 한 달이면 지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분들은 작은 집을 지어본 분들이라 도움을 받았다. 과수원 공간이 별로 없어 4평 정도 나왔다. 창고는 사실 크면 클수록 좋다. 4평짜리로 창고를 짓고 위에 조금 더 크게 8~9평 정도 지었다. 녹음도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 공간에서 녹음도 하고 곡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스튜디오처럼 완벽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곡을 쓰고 녹음도 했다. 잘 들어보면 벌레소리도 들린다. 7월 넘어가면 풀벌레 소리가 굉장히 많이 들린다. 바로 옆 밭으로 넘어가면 제초제를 뿌리기 때문에 벌레가 없다. 그 소리가 예뻐서 문 두 개를 열어놓고 마이크로 녹음했다. 이건 음반 하시는 분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까 싶어 피아노만 들어가는 노래 한 곡이 수록됐다."

Q. 과수원에서 작업하는 소감.

"육체적으로는 더이상 힘들 수가 없는 일이다. 목소리도 힘들고 위험했다. 특히 나무를 피해서 건물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나무도 다치면 안되고 목수들도 다치면 안되기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타임으로 비가 안 오면 일을 계속 했다. 비가 5일동안 연속으로 안오면 일하고 하루 쉰다는 원칙으로 일을 했다. 눈꺼풀이 떨리더라. 병원에서 마그네슘을 먹으라고 해서 먹었는데 안 낫더라.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었지만 정말 행복했다. 친구들과 함께 정말 열심히 일을 했고, 같이 뭔가를 했다는게 행복했다."

Q. 농사로는 육체적, 곡작업으로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3월경 마무리가 되면 곡작업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해야하는 일이 정말 많았다. 3월도 사실 추운데 곡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언제 해야할지 시간을 못 잡겠더라. 보통 음악하는 사람들은 밤에 작업하는데 새벽에 자면 낮에 농장 일을 못하기 때문에 결국 새벽 3시쯤 일어나서 농장에 가면 3시 반이 됐다. 집에서 먹을 것을 싸와서 먹고 난로 키고 그때부터 곡작업을 했다. 아침 9~10시쯤 되면 곡 작업이 안 된다. 트랙터 소리 등이 들린다. 그렇게 낮에는 일 하고, 새벽에 작업을 했다. 사실 평소 밤에 작업하는 것에 비해 곡잡업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전처럼 줄담배 피고, 술을 마시고 할 수가 없었다. 멀쩡한 정신으로 했다. 이렇게 해본 것은 음악 시작하고 처음이었다. 이렇게 곡작업하고 음반을 만들 수 있을까 걱정했다. 곡작업이 끝나고 나서 걱정도 됐다.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결을 잘 모르겠더라. 처음 해보는 녹음이었기 때문에 녹음도 문제였다. 다행히 기대했던 것처럼 나무집이고 적당히 울림이 있고, 기타와 노래를 녹음하기 좋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운드가 있었기 때문에 어떤 악기는 내가 직접 샀다. 그렇게 녹음이 끝나고 안테나 공연이 시작됐는데 눈 앞이 깜감하더라. 유희열에게 전화가 와서 '알쓸신잡'을 꼭 해야된다고 했는데 내가 음반도 있고 농장일도 있어서 거절을 했다. 정말 죄송했는데 '안테나 공연은 할거지?'라고 해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회사 구성원으로 당연히 해야하는데 그렇게 죽음의 스케줄이 시작됐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힘들었다. 무사히 마치고 나온 것이 꿈만 같다."

Q. 귤 농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과일이 한 해는 많이 열리고 또 한 해는 적게 열리는 편차가 있다. 그걸 '해거리'라고 한다. 여기가 해거리가 심하더라. 사실 책과 음반, 귤까지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봄에 꽃이 피는데 나중에 귤이 된다. 꽃이 피는 걸 보니 작년과 다르더라. 올해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Q. 귤 농사에 이어 레몬 농사도 짓고 싶다고 했다.

"이번 뮤직비디오에 깨알같이 귤 꽃 장면이 나오고, 보라색 순이 자라있는 꽃봉오리 컷이 2~3초 나온다. 그게 레몬이다. 레몬 수는 보라색이다. 꽃이 피면 하얀색이다. 접목 시킨 것이 2년 전 봄에 접목 시켰다. 접목된 순이 잘 자라면 3년 후부터 수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 20개 정도밖에 접목하지 않았다. 지난해 태풍 영향으로 순이 많이 뽑혔다. 우여곡절 끝에 잘 자라고 있는 나무는 있다. 내년에 레몬까지 열릴지는 모르겠다. 지금처럼 잘 자라주면 레몬도 나올 것 같다."

Q. 농부의 삶은 어떤가.

"농부로서 아직 갈 길이 먼 사람이다. 조금은 손에 익었다 할 정도다. 1년을 한 사이클로 봤을 때 4번째 지나니까 이 달에 뭐를 해야하는 구나 정도의 감이 온다. 처음에는 사실 귤이 언제 익는 줄도 몰랐다. 학교로 치면 초등학교 4학년이다. 뭘 알겠나. 하하."

Q. 귤 농사가 음악을 창작하는데 어떤 도움을 주나.

"노래나 글들을 이 공간에서 작업하는데 시골에 살지 않았으면 못 나왔을 것 같다. 어떻게든 농사 일을 하고 나무나 새, 벌레, 관객들을 부대끼면서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바꿔나가고 있다. 몰랐던 내 모습을 찾아가면서 음악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나는 굳이 말하면 잡종인가보다 생각했다. 노래도 그렇고 지금 만들어진 공간에서 앞으로 앨범 작업을 할 것 같다. 큰 문제가 있어서 떠나지 않는 한 조심스럽게 다음 앨범 생각을 하고 있다."

Q. 앨범과 에세이집은 같이 낸 이유가 무엇인가.

"처음부터 책이랑 같이 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단순한 이유인데 고민의 시작은 지금 음반이 어떤 의미, 어떤 가치가 있을까였다. 예전처럼 CD나 LP를 구해서 내가 갖는다는게 요즘엔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봤는데 의미가 별로 없더라. 지난 앨범도 그렇지만 읽을 거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음반을 사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음반만이 느낄 수 있는 걸 드리고 싶어 책과 CD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저번에는 우리가 책을 만들었는데 전문적인 사람이 아니니 불필요한 것들까지 만들었다. 그래서 다른 곳과 함께 하게 됐다. 책 콘셉트는 완전히 열려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계속 찍어놨던 사진이 있었고 뭔가를 쓰기 위해 원고지를 앞에 두고 펜을 들었을 때 한 페이지를 다 썼다. 에세이 형식으로 쓸때마다 편집자에게 우편으로 보냈다. 그러면 편집자가 못 알아보더라. 다시 받아서 연필로 가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알아보는 문자는 다시 받았다. 그렇게 작업했다. 그렇게 글이 모아져서 책이 됐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kindbelle@xportsnews.com / 사진=안테나

전아람 기자 kindbell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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