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25 09:02 / 기사수정 2008.11.25 09:02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등번호 '47', 그 거룩한 계보'
바로 그는 '야생마' 이상훈이었다. 투수 교체시 느긋하게 천천히 올라가는 다른 투수들과는 다르게 '삼손'이라는 별명답게 정돈되지 않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마운드로 뛰어올라가는 그의 모습에 수많은 팬이 열광했고, 그가 나오는 날이면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마운드에서도 절대로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않았다. 맞더라도 한가운데 정면승부를 고집했고, 파이팅 넘치는 그의 기개에 상대 타선은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더 이상 팬들은 지켜볼 수가 없다.
그러나 그를 대신하여 LG를 구원하기 위해 등번호 '47'을 달고 온 선수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봉타나' 봉중근이다.
지난해 국내에 복귀해 LG 유니폼을 입은 봉중근은 6승 7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봉미미'라는 별명까지 얻는 수모를 당하며 한국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직 메이저리거답게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한 봉중근은 '메이저리거'라는 꼬리표를 뗀 채 한국식 훈련에 응하며 담금질을 했다. 화려한 변화구와 제구력을 지닌 그였지만, 직구스피드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한국 타자들의 매서운 방망이를 피할 수 가없었다.
겨우내 하체훈련과 체력훈련에 집중한 봉중근은 2008시즌 LG의 새로운 에이스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하체가 안정되자 직구의 스피드는 140 중후반대로 올라왔고, 변화구의 각은 더 예리해졌다.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직구와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는 서클체인지업, 그리고 폭포수 같은 너클커브 까지 장착한 그의 투구에 상대 타선은 침몰했다.
체력훈련에 집중한 까닭에 올해 186.1이닝을 던져 최다이닝 수 1위를 기록하며, '이닝 이터'로의 진면모를 과시했다. 완급조절능력까지 겸비하여 140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탈삼진 3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올 시즌 기록은 11승 8패 2.66의 평균자책점. 투타 모두 무너지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LG의 '외로운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팀내 최다승이며, 최다이닝을 책임졌다. 타선의 지원을 좀처럼 받지 못하여 이 정도였지, 충분히 15승 이상의 성적을 기록할 수도 있는 투구내용이었다.
최하위 LG의 자존심으로서 활약한 봉중근은 팀이 어려울 때마다 항상 등판하여 '스토퍼' 노릇을 하기도 했다. 팀이 9연패의 수렁에 빠졌던 5월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괴물' 류현진과의 상대 매치에서 8.1이닝 동안 4안타 1실점만을 허용하는 짠물 투로 팀의 연패를 끊었고, 역시 9연패의 사슬에 묶여 있던 6월 26일 대구 삼성전에서 5이닝 4안타 1실점으로 20:1 대승을 이끌며 팀에 공헌한 바가 있다.
자신의 목표는 탈삼진왕이 아닌 '최다 이닝' 수성이라고 공언하며, 겨우내 피와 땀을 흘리며 열중한 체력훈련의 맛을 톡톡히 봤다.
그러한 봉중근이 2009시즌 다시 불어올 '신바람 야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봉미미'에서 '봉타나'로 거듭나며 새로운 LG의 에이스 자리를 꿰찬 그가 2002년 준우승 이후, 가을 야구에 목말라 있는 LG 팬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줄 청량음료가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C) 봉중근 (LG 트윈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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