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후반기 돌풍을 일으키며 정규시즌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롯데 자이언츠가 준플레이오프를 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롯데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0-9 패배를 당했다.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플레이오프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가을을 일찍 마감하며 아쉬움이 컸지만, 이번 시즌 롯데의 행보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전반기를 뒤엎는 후반기 막판 대질주로 7위였던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렸다. 성과와 과제가 분명했던 한 시즌이었다.
영건+베테랑+외국인 삼박자, 부러울 것 없던 마운드
이번 시즌 롯데가 거둔 가장 큰 성과는 튼튼한 마운드 구축이다. 전반기 히어로는 역시 박세웅이었다. 박세웅은 전반기 2점대 평균자책점과 더불어 9승을 올리며 차세대 에이스로 거듭났다. 또 다른 영건 김원중은 선발로서 제대로 된 첫번째 시즌을 치렀다. 비록 투구에 다소 기복이 있었지만, 7승 8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던 박진형은 후반기 롯데 필승조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특히 9월 한 달간 10경기에 나서 자책점을 기록하지 않았다. 박진형의 이런 '미스터 제로' 본능은 가을에도 이어졌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 나선 박진형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또한 김유영 등 젊은 자원들도 1군에서 기회를 받으며 앞날을 기대케 했다.
베테랑의 부활 역시 큰 힘이 됐다. 지난해 부진했던 송승준이 전반기 5승 1패 평균자책점 3.91로 박세웅과 더불어 토종 선발의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 8월 24일 LG전에서는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하며 KBO리그 역사에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다.
불펜 역시 '베테랑 파워'를 실감했다. 7년 만에 1군 무대에 복귀한 셋업맨 조정훈, 그리고 롯데의 9회를 삭제한 마무리 손승락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나란히 8회와 9회를 책임지며 후반기 타이트한 접전 속에서도 롯데의 승리를 지켜낸 필승조였다.
흉작으로 점쳐졌던 외국인 농사도 결국 풍년이었다. 시즌 시작 전 파커 마켈의 갑작스러운 이탈과 대체 외인 닉 애디튼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3년차 외인인 브룩스 레일리까지 부진에 빠지며 선발진을 꾸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린드블럼, 레일리 외국인 듀오가 재결합하며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레일리는 7월 5경기에서 3승 1.9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여기에 린드블럼이 후반기 시작 후 롯데에 복귀했다. 두 외국인 투수는 도합 18승을 합작하며 롯데가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롯데의 가을야구에서도 3경기를 책임지며 기대에 부응했다.
'무게감 딜레마+뉴페이스 성장' 희망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타선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를 국내로 복귀시키며 타선에 힘을 더했다. 상위 타선의 면면을 살피면 이름값이 화려하다. 전준우, 손아섭, 최준석, 이대호, 강민호, 김문호 등 준수한 타격을 갖춘 선수들이 자리를 채웠다. 수비에서 특장점을 보인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 역시 후반기에는 시원한 타격으로 하위타선의 핵심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점도 남겼다. 분명 타선의 무게감은 다른 팀에 뒤쳐지지 않았지만, 주력이 떨어지는 선수들로 중심타선을 구성한 탓에 병살타의 빈도가 늘었다. 타점을 올리는 대신 땅볼 타구가 늘어나며 찬스가 끊어지는 경우도 빈번했다. 또한 얇은 선수층 탓에 주전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을 때 마땅히 자리를 메울만한 인원이 부족했다. 아직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손아섭, 강민호 등 주전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는다. 롯데가 이들을 잡지 못한다면 내년의 타선은 다시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가파른 성장까지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자원의 발견은 확실한 수확이었다. 외야수 나경민이 대주자 역할을 소화하며 20도루를 기록, 주력을 인정받았다. 롯데가 반드시 득점을 올리고자 할 때 나경민은 그라운드에 나섰다. 내야수로는 김동한과 황진수가 가능성을 보였다. 황진수는 주전 3루수로 나서 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포수 쪽에서는 올해 입단한 신인 나종덕이 포스트시즌에서 안타를 기록하며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2년차의 성장, 그러나 가을은 초보...조원우 감독의 시행착오
이번 시즌 롯데가 3위의 성적으로 마감할 수 있던데는 조원우 감독의 리더십도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 초보 감독으로서 겪었던 실패를 거울삼아 조 감독은 올해 한 층 성장한 팀을 꾸려냈다. 후반기 타이트한 순위 싸움 속에서도 응집력있게 팀을 이끌며 3위라는 쾌거도 이루었다.
그러나 가을야구에서는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플레이오프를 목전에 두었던 5차전에서 예고했던 총력전과는 다르게 투수교체에서 한 박자씩 늦으며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시리즈 전체로 보았을 때 부진한 주전 선수를 꾸준히 기용한다거나 과감하지 못한 투수 교체 등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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