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20 00:14 / 기사수정 2008.11.20 00:14
[엑스포츠뉴스 = 이동현 기자] '장원삼 사태'가 하루 더 연장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가 결정을 미뤘기 때문이다. KBO는 1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2시간동안 이사회를 열었고, 이어 2시간이 넘게 걸린 자체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그런데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신 총재는 '작전 타임'을 걸었고 결정은 20일 오후 2시로 미뤄졌다.
그야말로 촌극이다. 히어로즈와 삼성 사이의 '장원삼 - 박성훈 + 30억' 트레이드가 정당한지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총재의 직권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을 이사회에 올렸다는 자체가 심각한 넌센스다. 각 구단의 입장을 다시 들어볼 이유가 있었다면 모르지만 이번 사안은 8개 구단의 입장이 확연히 드러난 상태였다. 19일 이사회에서 2-6으로 트레이드 승인 찬반 의견이 갈렸다는 소식은 새로울 것도 없었다.
장원삼의 이적을 둘러싼 잡음이 중재를 통해 해결되리라고 기대한 야구인은 거의 없다. 법적 대응이 논의되고, 경기 보이콧을 거론하는 마당에 원만한 합의를 기대했다면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이다. KBO는 트레이드를 승인하느냐, 마느냐의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솔로몬의 지혜'가 애당초 불가능했다는 점을 KBO와 신 총재만 몰랐던 모양이다.
지난 14일 '장원삼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때 KBO의 최선책은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려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KBO는 이런저런 핑계로 두 차례나 결정을 연기하며 우유부단함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이는 KBO의 향후 결정에 대한 신뢰도를 깎아먹는 자충수였다. 자신들의 판단에 확신이 없다고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심각한 행정력 부재다.
KBO는 어중간한 자세로 합의를 시도하는 대신 확실한 근거로 납득시켰어야 했다. 그게 KBO가 할 일이다. 하지만 총재는 야구판에서도 정치를 하려고 한다. 취임 후 3년 가까이 그래왔듯 말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는 답이 없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항이 없다면 원칙과 명분에 의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고, KBO는 야구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 곧 명분이다. 말로 한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화자의 도덕성마저 의심하게 만들며 KBO가 몇몇 구단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도 심히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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