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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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소녀시대' 종영①] '응답'·'써니'와 달랐던 1979년 대구 청춘일기

기사입력 2017.10.04 07:00 / 기사수정 2017.10.04 02:38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1979년 대구 여고생의 풋풋한 사랑과 우정,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시대극이자 청춘물, 로코물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3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는 1979년 고등학교 2학년인 이정희(보나 분)가 사랑을 깨닫고, 가족의 문제를 발견하고, 우정을 다지며 끝을 맺었다.

처음 '란제리 소녀시대'가 드라마로 나온다고 했을 때, 과거를 다룬다는 점과 주인공이 사투리를 쓴다는 점에서 '응답하라 시리즈'를 여고생들의 이야기르 다룬다는 점에서 영화 '써니'(감독 강형철)의 아류일 거란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란제리 소녀시대'는 이들 두 작품과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먼저 '란제리 소녀시대'는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됐지만,사랑이야기에만 치중하지는 않았다. 끈나시(란제리)로 대표되는 1979년 여학생들이 꿈꾸는 자유와 그 자유를 실현하지 못하는 억압을 위트있지만 진중하게 다뤘다.

가족 내에서는 쌍둥이 오빠 봉수(조병규)와 차별받는 정희의 삶을 통해 당시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보여줬다. 식모 이모(박하나)와 불륜을 저지르는 아빠(권해효)와 그를 보고도 부끄러운 마음에 숨기려는 엄마(김선영)의 모습은 지금은 답답하게 느껴질 지언정 당시 시대 사람들에게는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는 향수를 불러왔다.

또 시국 선언 후 빨갱이로 몰리는 대학 교수나 연좌제로 학교에서 찍힌 딸 혜주(채서진). 그리고 그 혜주가 이성 교제를 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잘리는 과정 또한 댱시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했다.


그러나 마냥 시대상을 재현하는것에만 충실하지는 않았다. 주인공 정희의 감정선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공감을 사기 충분했다. 정희는 아버지의 가부정적 사고에 늘 반발했고, 사랑에 있어서도 솔직했다. 자신도 빨갱이로 몰려 근신을 받아도 부당하게 학교를 떠나는 친구 혜주를 위해 방송까지 할 수 있는 용기있는 여학생이었다.

그런 정희를 사랑하는 배동문(서영주)은 '어남뿔'(어차피 남편은 뿔테)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정희를 향한 일편단심 사랑을 보여줬다. 정희가 동문을 좋아하기까지의 과정도 세밀하게 그려졌다. 결국 동문이가 자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동문이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고 그를 찾아가는 정희의 모습은 현대극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여주인공의 매력을 십분 살려냈다.

비록 '란제리 소녀시대'는 방영 내내 4%대의 시청률을 유지했지만, 이 드라마를 시청한 4%의 시청자들에겐 수치화 할 수 없는 만족을 선물했다. 8회만에 떠나보내야하는 이른 이별이 아쉽게 느껴지지만, 그 아쉬움이 이 드라마를 더욱 오래 기억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KBS 2TV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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