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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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쏜 수원대, 그 중심에 선 김한욱 감독 - ②

기사입력 2008.11.12 18:38 / 기사수정 2008.11.12 18:38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Q. 수원대는 흙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A. 물론 아직 잔디는 없다. 그래서 아기자기한 패싱 게임이라던가, 골 결정력 부분에서 조금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지금 우리가 쓰는 흙 운동장이 다른 팀들이 쓰는 어설픈 인조 잔디보다 좋은 흙이다.

학교에서 땅이 좋지 못해 당장 인조잔디는 시공하기는 어려워, 복토작업을 해 몇천만 원을 들여 마사토를 깔았다. 학교에서는 엄청난 투자를 한 거다. 사실, 리그를 치르거나 말거나 학교에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이렇게나 도와주는 것이다.

또 리그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침 9시부터 준비를 한다. 축구 부장님이 나오셔서 경기장 라인 긋기, A보드판 설치 등 모든 것에 관여를 하시고 12시 이전에 끝내 놓으신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상대팀을 맞는 거다.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있겠나.

Q. 선수들도 고마워할 것 같다

A. 학교의 이런 노력으로 인해 선수들도 자만하지 않고 항상 열심히 한다. 운동이 부족하다 싶으면 저녁에 웨이트도 따로 하고,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고 강의 다 챙겨 듣고, 그 중엔 또 공부를 더 많이 하는 애들도 있고, 내가 보기엔 이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학원 스포츠의 방향인 것 같다.

'공부하는 축구' 수원대가 지향하는 가장 큰 이 목표가 요즘 학원 축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이기도 하다. 김한욱 감독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꽤 많이 들려왔던 이름 중 하나가 수원 삼성의 차범근 감독과 최만희 코치였다.

사실 수원대는 차범근 축구교실의 연장과도 같다. 실제로 20명의 수원대 축구부원 중 10명이 차범근 축구교실 출신이다. 그로 인해 수원대는 알게 모르게 심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김한욱 감독은 차범근 감독, 최만희 코치에 대한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A. 최만희 코치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현대 축구에서 요구하는 패싱이라던가, 카운트 어택에 대해 아직도 지도를 많이 해주신다. 프로에서 활동하시면서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상세히 알려주셔서 많은 도움이 된다.

학원 축구라는 틀을 깨고 유럽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것도 다 그런 가르침에서 배우고 느낀 것이다. 사실 선수들을 다 강의에 들여보내는 것도 우려가 많았다. 심지어 학부형들조차도 애들 공부를 시키면 운동하는데 방해되지 않느냐고 했다. 우리가 U리그에서 10팀 중 9위를 했다.

물론, 좋은 성적은 아니다. 그런데 창단한 지도 얼마 안 됐고, 공부와 축구를 병행하는 상태에서 이 정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기 내용에 있어서도 5-0, 6-0 이렇게 차이 나게 진 것도 아니고 비슷하게 싸우다가 역시 후반 들어 체력문제에 봉착하면서 무너지게 된 건데, 우리 위 순위에 있는 팀 중 아마 7위 팀도 5승 정도 밖에 못했을 거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진 것만도 아니고 이긴 경기도 있고 비긴 경기도 있고 그렇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연대에 3-0으로 이기다 3-3으로 비긴 경긴데, 보통 3-0이면 다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날 경기를 치르는데 누구는 갑자기 부상을 입어서 나가게 되고, 계속해서 쉬지 않고 뛰다 보니 체력이 떨어져 어지러워서 못 뛰겠다고 나가고 이러니까 결국 경기가 우왕좌왕 흘러가게 돼 버렸다. 그러다 보니 인저리 타임에 3-3으로 비겨버렸다.

대표팀이 친선 전에서 요르단에게 2-0으로 이기다가 2-2로 비긴 적이 있지 않은가? 그 경기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되나. 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주인공이 된 거다. 그 땐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그렇고 속도 상하고 그랬었는데 생각해보면 그게 다 큰 경험이 된 것 같다.

발전하는 수원대

Q. 이번 졸업반은 몇 명인가

A. 세 명이 졸업한다. 세 명 모두 드래프트를 신청했는데 연습생이라도 프로에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수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이제 (최)재필이는 수비형 미들인데 주장으로서 리더십도 강하고 경기를 읽는 눈이 좋다. 공격형 미들을 보는(김)두교는 왼발잡이로 우리 팀에서 프리킥과 코너킥의 전담 키커로 활약했다. 당연히 킥이 정확하고 좋으니까 전담 키커로 썼던 거다. 패스를 보는 시야도 참 좋고. 사이드 풀백을 보는(양)은혁이는 수비수인데 크로싱이 무척 정교하다.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해서 경기를 볼 줄 아는 능력이 있다.

다 나에겐 하나같이 소중한 아이들이라 모두가 프로팀에 갔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항상 불만 없이 열심히 운동하던 애들이라 기회만 온다면 그 기회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프로에 가기만 하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애들이니까.

선수들에게 고맙다. 최선을 다해줘서. 다들 프로도 가고 대표팀에도 가고 싶은데 당장은 아니고 우리 애들하고 성장해서 아이들도 인정받고 그러면 나도 인정을 받고, 꿈이 거기니까 지금은 내년을 준비하고 동계 훈련을 잘 준비를 해야겠다.

어느 팀 지도자가 자신의 제자들을 프로에 보내고 싶지 않겠나. 선수들도 모두 일단은 프로가 목표인데 그래서인지 이번에 모두 프로에 꼭 보냈으면 한다.

Q. 졸업하는 학생이 있으면 신입생도 있을 텐데

A. 내년에 7명이 입학한다. 이제 24명이 된다. 4명이 늘어나 한숨 놓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기쁘다. 아직 훈련을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모두가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 희망을 가지고 훈련을 하고 있다.

사실 이도 많은 건 아니다. 선수단은 최소 35명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전체 선수 중 10%는 부상으로 안고 가고, 또 10%는 부상 후 재활, 10%는 경고 누적과 컨디션 저하를 생각해야 한다. 가용 자원은 전체 선수단의 70%밖에 되지 않는다.

Q. 선수들에게 특별히 주문하는 것이 있나

A. 한 걸음에 모든 것을 얻을 순 없다. 너희가 노력하는 만큼 학교에서도 노력할 것이다. 우리가 한꺼번에 연, 고대처럼 될 수 있겠나. 그건 욕심이다. 이 팀을 맡은 지, 채 1년도 안됐는데 시행착오도 겪고 있지만, 항상 그렇게 말한다. 나는 너희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거다. 나 혼자만, 그리고 너희만 혼자 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함께하는 운명체니까 서로 노력하자고 말하곤 한다.
  
Q. U리그가 수원대에 도움이 되었나?

A. 물론이다. 순위는 9위였지만 수원대가 나름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뻤다. 처음 리그에 참가할 때는 리그를 마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했고, '전패하라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는데 끝나고 나니까 아쉽다.

선수들에게도 작년보다 배 이상의 경기를 치를 수 있었던 지라 그게 큰 도움이 되었다. 연습경기 말고 본 경기를 많이 뛰어봐야 선수들의 실력도 늘어난다. 우리가 언제 고려대, 연세대 이런 명문 팀하고 경기를 해보겠나. U리그를 치르다 보니 그런 팀과 1년에 두 번씩은 꼭 붙게 된다. 우리한테는 그런 모든 경기가 득이 된다.

올해 U리그만 해도 18경기였다. 춘, 추계를 뛰고 선수들의 부상으로 연맹전을 포기했는데도 28경기를 뛰었다.

붙으면서 어떻게 해야 저런 명문팀들과 대등하게 경기할 수 있을까. 라는 걸 몸으로 직접 겪는 거다. 그 이후에 평가를 하고 공부를 하는 거고. U리그는 수원대에 긍정의 힘으로 남았다.

Q. 지도자로서 U리그에 바라는 점이 있을 것 같다

A. 지금 12월까지 내년도 U리그 참가 의향서를 받고 있다. 올해 10개 팀밖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내년엔 더 늘어나야 하지 않겠다. 그런데 문제는 대회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는 점이다. U리그를 제외하고도 춘, 추계 대회가 있고, 대학 선수권, 경기도 지역은 체전 예선을 치러야 전국 체전을 치를 수 있다.

체전 예선에만 해도 10팀이 참가한다. 하나의 작은 리그와도 같은 것이다. 1년 내내 경기를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탄력적인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일정은 편한 행정을 위한 것이지 결코 선수들을 위하는 일정이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 선수들은 합숙을 한다. 1년 내내 이렇게 경기를 치르다 보니 선수들이 집에 가 쉴 수도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추석 다음다음날에도 경기가 있었다. 당연히 명절 때 선수들은 집에 가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선수들도 집에는 가봐야겠지 않겠다.

체전 일정 때문에 U리그가 밀려서 U리그 3일 뒤에 선수권 대회가 열렸다. 3일 만에 경기를 또 뛰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 아닌가. 춘, 추계는 워낙 큰 대회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선수권을 미루든 빼든 해서 U리그 자체를 '대학 축구' 하면 생각나는 리그로 만들어야 한다.

협회 측에서 의향서를 받기 전에 내년 일정을 짜서 미리 제시를 해 줘야 팀에서도 파악을 하고 처음이라 그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차차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내내 조용하고 자근자근하게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과 학교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던 그의 지도자 생활의 마지막은 프로에서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그러나 아직 어린 수원대에서 자신을 따르는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금이 더 즐겁고 행복하다.

하나하나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의 순수한 미소가 더욱 편해보였던 이유는, 아마 발전의 열정이 눈앞에 선했기 때문이리라.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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