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07 01:25 / 기사수정 2008.11.07 01:25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경기 종료 6초 전까지도 예측할 수 없었던 승부는 결국 경험에서 갈렸다.
6일 안양 실내 체육관에서 벌어진 안양 KT&G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 초반에는 전자랜드, 중반에는 KT&G의 우세로 진행됐던 이 날 경기는 후반 들어 한 점 차의 접전이 지속되며 막판까지 승패를 알 수 없었던 명승부였다.
초반에는 전자랜드가 높이의 우위를 바탕으로 리드를 잡아나갔다. 외국인 선수 히카르도 포웰과 도날드 리틀이 힘, 높이에서 모두 상대에게 앞서며 골밑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간 것. 결국, KT&G의 골밑을 지켜야 할 마퀸 챈들러와 캘빈 워너는 외곽으로 겉돌면서 1쿼터에만 5개의 3점슛을 실패, 상대에게 리드를 헌납했다. 리바운드의 열세는 물론이었다.
끌려가던 KT&G는 2쿼터부터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2쿼터 초반부터 조금씩 점수 차를 좁혀들더니 막판에는 결국 역전까지 성공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다. 역전의 원동력은 역시 '수비 후 속공'으로 이어지는 KT&G의 승리 공식이었다. 상대의 장신 라인업에 지역 방어는 효과적으로 먹혀들었고, 이어지는 속공의 힘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2쿼터에만 37점을 쏟아부은 KT&G의 기세는 후반전에도 이어졌다. 전자랜드의 젊은 선수들은 실책을 연발했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KT&G의 날카로운 공격이 파고들었다. 결국, 3쿼터 중반 14점 차까지 벌어지며 승부는 쉽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2연승을 달리던 전자랜드의 힘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4쿼터가 되어 외국인 선수가 두 명 모두 기용된 전자랜드는 1쿼터에 보였던 높이의 우위를 다시 가져가며 상대를 압박했다. 거기에 3쿼터까지 단 한 개의 슛도 성공하지 못했던 정영삼이 고비마다 돌파에 성공하며 어느덧 점수는 1점 차.
워너의 3점슛과 주희정의 레이업 등으로 달아난 KT&G는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전자랜드는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리틀과 정병국의 공격 성공과 주희정의 턴오버로 공격 기회가 오간 후 점수는 100-99, 다시금 1점 차에 남은 시간은 6.7초. 공격권은 전자랜드에게 있었다. 타임아웃 이후 한 번의 공격으로 승패가 갈리는 절박한 순간이었다.
공을 받은 전자랜드의 정병국이 주희정을 제치며 돌파를 시도하는 순간, 주희정이 뒤에서 친 공은 정병국의 손에서 빠져나갔고 이는 이현호의 손에 안기며 길었던 승부가 마무리됐다. 점수는 100-99. KT&G의 짜릿한 승리였다.
정병국-정영삼-강병현으로 이어지는 전자랜드의 젊은 가드진과 주희정이 이끄는 KT&G의 노련한 가드진의 명암이 대비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2년차 정병국은 이 날 27득점에 자유투를 포함한 모든 슛 성공률 100%로 공격에서 맹활약했지만, 막판 결정적인 실책이 뼈아팠다. 패기 넘치는 공격력을 보였음에도 살얼음 승부에서 '경험'은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패한 전자랜드의 최희암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잘해줬다. 패배라는 결과는 물론 아쉽지만, 그 과정에는 만족한다. 큰 경험이 됐을 것"며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경기 외적인 부분에 보강이 필요하다"는 말로 이 날 몇 차례의 판정 시비가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끼쳤을 영향에 대해 우회적인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19득점 7리바운드 8어시스트의 대활약으로 승리를 이끈 KT&G의 주희정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외국인 선수에게 공이 투입되는 것만 막아내면, 국내 선수가 1:1을 시도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 예상이 적중한 것 같다"며 막판 상황을 설명했다.
이 날 승리한 KT&G와 패배한 전자랜드는 모두 2승 1패를 기록, 1위인 대구 오리온스에 이어 공동 2위에 자리하며 계속해서 선두권 진입을 노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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