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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씨의 거인인터뷰] 마무리 훈련 중인 '랜디영식'을 만나다

기사입력 2008.11.06 16:38 / 기사수정 2008.11.06 16:38

최효석 기자

[엑스포츠뉴스=최효석 기자] 2008 시즌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2009년을 준비하는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시즌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내년시즌을 기대하고 선수들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팬들은 야구의 금단현상에 시달리고 있는듯합니다.

비록 준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탈락하긴 했지만 모든 팬들과 선수들의 염원이었던 가을야구를 8년 만에 이룬 롯데 자이언츠.

그 롯데 자이언츠가 2009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다시 뛰기 시작한 마무리훈련에 들어간 사직구장을 찾아 멋진 투구로 팬들에게 사랑받기도 했고 마지막 순간 눈물짓는 모습으로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던 거인의 '랜디존슨' 강영식을 만나봤습니다.

제가 만나본 강영식은 젊은 선수답게 밝은 모습으로 이야기를 잘하고 또 운동선수답지 않은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언제나 자신을 따라다니던 새가슴이라는 별명에서 벗어나 롯데 불펜의 핵으로서 한해를 보낸 강영식 선수의 건강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둠 씨 :
이번에 제가 하고 있는 블로그에서 팬 여러분이 뽑아주신 '올해의 발전상'으로 뽑히셨습니다. 올 시즌 이렇게 달라진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계기라던지 과정을 좀 이야기해주세요.

강 영 식 :


제가 올해로 이제 8년차에 접어드는데 어느 순간 저를 되돌아보니 특별한 목표도 없이 그저 벤치나 팬들에게 욕먹지 않기 위한 투구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특히 삼성시절 지고 있을 때 그냥 이닝을 때우기 위한 투수로 등판하는 일이 많았고 그러면서 언제나 불안하고 스스로 겁먹고 무너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이렇게 있을 수는 없고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작년겨울 도미니카에 갔을 때 많은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때까지는 저 스스로에 대해 의구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도미니카에서는 못한다고 비난할 사람도 없고 편한 마음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마음껏 야구를 했거든요.

평소에 써보지 않던 변화구를 던져보기도 했고 심지어는 빈볼을 던져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서히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상대타자에 대해서 겁부터 먹던 것에서 붙어 볼만 하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 올해 감독님과 아로요 코치님이 오시고 나서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게 해주시니 정말 마음 편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마운드에 섰을 때 이전과는 다른 점이 이전에는 저 스스로 밸런스에만 신경을 썼어요. 분명히 투수는 타자와 승부를 해야 하는데 잘 던지는 날에는 내가 밸런스가 좋아서 그렇다고 생각했고 안 되는 날에는 내가 밸런스가 나빠서라고 생각하면서 항상 타자는 신경을 못 쓰고 제 밸런스에 대한 걱정만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이제야 타자들과 승부라는 걸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신감이 늘어가고 좋아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둠    씨 :
보통 아로요 코치님이 자신있게 투구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렇다면 기술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통해 달라진 부분은 없나요?

강 영 식 :
사실 세세한 동작을 코치해주거나 하는 부분은 한국인 코치님들이 더 자세하게 알려주세요. 아로요 코치님 스타일은 항상 크게 접근을 하십니다.

과정이 어떠했던 일단 막았으면 넌 최고로 잘 한거다 라고 항상 이야기를 하시니까요. 전체적인 밸런스를 이야기하시고 동작 하나하나를 잡아주기보다는 그냥 이런 느낌으로 던져라 이런 식으로 알려주시니 애매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잡생각 없이 강력한 투구를 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성준 코치님은 보는 눈이 대단하셔서 작은 것까지도 잡아주시는 스타일이라서 두 분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전 생각해요.

둠    씨 :
그렇다면, 올해 본인이 생각했던 성과는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강 영 식 :
올해 스프링 캠프 때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2주간의 시간을 줄 테니 자신의 올해목표를 영어로 적어서 내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목표를 적으라는 것도 머리아픈데 영어로 적어 내라니…는 영어가 되지만 생각해보니 정말 막막하더군요.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 끝에 전 첫 번째로 팀의 4강 두 번째로 제가 등판 했을 때 믿음을 주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적어 냈어요. 그리고 시즌이 지나가면서 한 번씩 팬들의 글들을 읽어보면 '강영식이 등판하면 믿음직하다'라는 글도 볼 수 있었고 시즌이 끝난 후 되돌아보니 목표를 이루었더군요. 정말 뿌듯하고 기분 좋았습니다.

둠    씨 :


아무래도 중간으로 나오는 것과 마무리로 나올 때 느끼는 압박감이 다르다고들 합니다.
올 시즌에 마무리로 나온 경기도 몇 번 있었던 걸로 아는데 부담감은 없었나요?

강 영 식 :
제가 마무리로 등판하게 될 때는 올라가기 전에 이미지트레이닝을 많이 했어요. 무조건 막는다, 무조건 막는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그래서인지 많이 떨리고 이런 것보다는 머릿속에 막는다는 생각만 가득해서 던졌던 것 같습니다.


둠    씨 :
시즌 중에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강영식선수 개인 홈페이지에 죽고 싶다고 글을 적을 정도로 힘들었던 그때가 LG의 페타지니 선수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했던 그 시점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요.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강 영 식 :
사실 그때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제가 팀에서 가장 좋아하는 민한이형 등판경기였는데 형의 승리를 날려 먹었다는 생각에 너무 괴로워서 밥도 안 넘어가고 불안감에 잠도 안 오고 그러다 보니 3시간 자고 경기에 나서기도 했어요.

그런데 민한이형이 괜찮다고 위로를 해주기도 했고 그때 당시에 제가 읽던 책이 '시크릿'이라는 책이었는데 그 책을 보면서 자신감을 많이 되찾았습니다. 제가 보기와는 달리 책 좀 읽거든요.(웃음)
어쨌든 그 책을 읽으면서 난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난 잘해라는 확신으로 생각을 고쳐가기 시작했죠. 그렇게 그 과정을 이겨냈어요.

둠    씨 :
아쉽게 3연패로 끝난 준플레이오프에서 방송에 나왔던 강영식선수의 슬퍼하는 모습이 많은 팬들을 가슴 아프게 했는데요.  아픈 기억이긴 하지만 그때 심정이 어떠셨나요.

강 영 식 :
사실 2패를 하긴 했지만 대구에서 다시 2승을 하고 뒤집을 수 있다고 믿고 있었어요. 그랬는데 제가 홈런을 맞고 나서 덕아웃에 앉아서 보는데 경기가 뒤집히니 모든 게 다 제 잘못인 것 같고 제가 다 망친 것 같아서 너무 괴로웠죠.

사실 양준혁선수에게 홈런을 맞았던 것보다 앞 타자 조동찬선수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것이 너무 치명적이었어요. 평소에는 그렇게 많이 생각하고 던지지 않는 편인데 그때는 더 잘 하고싶은 생각에 한번 더 생각하고 좀 더 코너워크를 완벽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오히려 엇박자가 난 것 같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었지요….



둠    씨 :
삼성시절에도 포스트시즌의 경험이 있었는데 롯데에 와서 나간 포스트시즌은 좀 다르던가요?

강 영 식 :
아무래도 삼성시절에는 팀의 주축선수가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팀의 주축선수로 출전을 하게 되니 많이 다르더라고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많은 걸 배웠습니다.

둠    씨 :
강영식선수는 해태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삼성을 거쳐 롯데로 왔습니다. 열광적이기도 하고 극성스러운 팬들 때문에 홈에서 롯데의 승률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강 영 식 :
롯데 팬들의 열정은 삼성에 있었을 때도 솔직히 부럽기도 했어요. 그리고 롯데에 와서 우리 팀의 팬들로서 느껴보니 정말 뿌듯하더군요.

그런데 홈 승률이 낮은 것에 대한 이유는 꼭 홈팬들에 대한 부담감 때문만이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게 자이언츠에는 부산에서 혼자 사는 젊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홈에서 있을 때는 혼자서 식사를 해결하는 문제라던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있거든요.

오히려 원정은 제때 시간 맞춰서 식사를 제공하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니 컨디션조절이 편할 때가 있어요. 경기가 끝난 후 만나자는 분들이 있고 하면 혹여 건방져졌다는 소리를 들을까 거절하기도 쉽지 않고 여러 가지 면에서 홈경기는 홈경기대로의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둠    씨 :
그럼 빨리 결혼을 하셔야겠네요.

강 영 식 :
아…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나…어디에도 말한 적 없는데… 전에 사귀다가 헤어진 사람이 있는데요. 서로 좋아했는데 외적인 이유로 인해서 헤어졌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주위에서 소개를 해주기도 하시지만 아직은 쉽게 마음을 열리지가 않네요.
저하고 헤어진 이후에 그 사람은 결혼을 했는데 아마도 그 남자분에게는 저에게는 없는 뭔가가 있었나 봐요.

저에게 없는 그 무언가를 앞으로 채워 나가려고요…그리고 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

둠    씨 :
저도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화제를 돌려서 내년시즌 목표를 좀 이야기해주시죠.

강 영 식 :
올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니 내년에는 한 단계라도 더 발전해서 꼭 플레이오프에는 가고 싶습니다.

올해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느낀 점도 많고 공부도 많이 되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올해보다 더 믿음이 가는 그런 투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둠    씨 :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영식선수를 응원하는 팬 여러분께 한 말씀 해주시죠.

강 영 식 :
내년에는 더욱더 좋은 모습과 발전된 모습으로 팬 여러분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어느 해보다 2008년은 강영식에게 큰 의미가 있었던 한해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올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한해였다는 본인의 말처럼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 시즌에는 좀 더 멋진 모습으로 팬들에게 더 많이 사랑받는 강영식이 되길 빌어봅니다.

그리고 2009년에는 꼭 좋은 인연을 만나길 기원합니다.



최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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