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03 11:50 / 기사수정 2008.11.03 11:50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10월의 마지막 밤, SK는 환호했고 두산은 분루를 삼켜야 했다.
2007년에 이어 SK와 두산의 리턴매치로 벌어졌던 2008 한국시리즈는 시즌 초반부터 독주했던 SK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두산은 첫경기를 따낸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내리 4경기를 내주면서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2008 한국시리즈를 정리하며 다섯가지의 명장면들을 뽑아보았다.
1. 10월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 5회말
올시즌 SK는 막강전력을 자랑했다. 2위 두산에게 13경기나 앞서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4월 20일 이후에는 단 한번도 선두자리를 내준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10월 5일 이후 한국시리즈를 기다리며 20여일 동안 실전없이 쉬었던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선수들의 실전감각을 최단시간내에 끌어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펼쳐졌던 한국시리즈 1차전.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4번타자 김재현은 두산의 선발투수 랜들을 상대로 선취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출발이 좋았던 것이다. 그러나 5회초 두산은 채상병의 내야안타와 포수의 패스트볼, 이종욱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더구나 올시즌 다승왕인 SK 선발투수 김광현은 포스트시즌 들어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한듯 볼넷을 남발하고 있었기에 SK로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운 경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1차전의 승부처는 5회말이었다. 1사 1루와 3루의 득점기회에서 1루주자 조동화가 투수 랜들의 견제에 걸려 1루와 2루 사이에서 협살(런다운)에 걸리고 말았다. 1루주자가 2루와 1루 사이를 오가는 사이 3루주자 최정은 홈으로 뛸까말까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결국 3루주자 최정은 홈으로 내달리지 못했고 1루주자 조동화는 태그아웃되었으며 타자 정근우는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추가득점을 올리지 못했던 SK는 2대5로 첫경리를 두산에게 내주고 말았다.
2. 10월 27일 한국시리즈 2차전 김동주와 오재원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두산은 4개의 실책을 범했다. SK에서도 1개의 실책이 나왔지만 특이한 것은 두산의 실책 4개가 모두 3루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2개는 김동주가 범했고 나머지 2개는 김동주와 수비위치를 맞바꾸었던 오재원이 기록한 것이다.
두산의 3루수 김동주는 3회말 정근우의 땅볼과 4회말 최정의 땅볼을 처리하면서 연속으로 1루에 악송구를 던졌다. 기온이 떨어지기는 했어도 백전노장 김동주의 실책은 분명 정상적인 모습으로 보기에는 어려웠다. 결국 두산 벤치에서는 1루수 오재원과 3루수 김동주의 수비위치를 맞바꾸는 강수로 맞섰다. 김동주로서는 1998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1루수로 경기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오재원도 블랙홀로 변해버린 3루의 저주를 풀어내지 못했다. 5회말 SK 선두타자 정근우를 잡아내지 못했던 오재원의 실책으로 결승점을 헌납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결국 이날의 승부는 SK가 5대2로 두산을 물리치면서 시리즈전적 1승1패가 되었다.
3. 10월 30일 한국시리즈 4차전 김현수와 최정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유격수 박진만의 수비시프트로 꽁꽁 묶였던 김현수가 한국시리즈에서는 3루수 최정에게 막히고 말았다.
4회말 선두타자 고영민이 볼넷으로 만든 무사 1루에서 김현수의 타구가 허공을 가르며 좌익선상을 타고 날아갔다. 시리즈 전적에서 1승2패로 뒤지고 있었고 4차전에서도 1대2로 뒤지고 있었기에 김현수의 한방이 간절했었고 무엇보다 1차전에서의 안타 이후 단 한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고 있었던 김현수였기에 이번 한방으로 그의 부활이 시작될 수도 있는 잘 맞은 타구였다.
하지만 김현수가 친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3루 베이스쪽으로 붙어있던 3루수 최정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간 탓이다. 경쾌한 타구소리와 함께 2루로 달렸던 고영민이 급하게 1루로 돌아섰지만 최정이 던진 공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결국 병살로 끝이 났고 두산은 더이상의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한채 1대4로 패하고 말았다.
4. 10월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 8회말 홍성흔과 오재원
첫경기를 따낸 이후 내리 세경기를 내준 두산은 이제 벼랑 끝에 몰렸다. 지난해에는 6차전에서 두팀의 명암이 갈렸지만 올해는 5차전이 마지막이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두산의 투수 김선우와 이재우가 2점으로 SK 공격을 막아냈지만 두산은 아직 점수를 올리지 못한채 0대2로 끌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8회말 무사 1루와 2루의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차근차근 1점씩만 따라붙어도 최소한 동점까지는 바라볼 수 있었다. 두산 5번타자 홍성흔의 타구가 좌중간을 가르며 날아갔다. 1점은 충분히 들어올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러나 SK 중견수 조동화는 엉덩이로 미끄러지며 홍성흔의 타구를 잡아냈다. 좌익수 박재상과 충돌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던 것이다.
계속된 1사 3루와 1루에서도 SK의 그림같은 수비는 또 나왔다. 6번타자 오재원의 좌익수 앞 짧은 타구를 이번에는 박재상이 다이빙 캐치로 잡아낸 것이다. 이 2개의 멋진 플레이로 두산은 점수를 올리지 못했고 8회말 2사 만루의 찬스도 살리지 못했다.
5. 10월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8회말 무사 1루와 2루, 2사 만루의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두산이었지만 9회말 무사 만루라는 또다시 천금과도 같은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최승환이 볼넷으로 출루한 이후 김재호의 내야안타와 이종욱의 좌전안타가 연거푸 터지며 무사 만루의 기회가 온 것이다. 하늘이 두산을 버리지 않은듯 보였다. 집중력 부족과 결정력 부재가 시리즈내내 따라다녔지만 이번만큼은 승운이 함께하는듯 보이기도 했다. 끝내기 안타 혹은 최소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동점타가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산으로서는 고영민이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을 때만해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3차전 9회말 1사 만루에서 김현수가 2루수 땅볼 병살로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그런일이 절대로 없으리라 기대했었다. 한방으로 전세를 뒤집고 승부를 6차전까지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랬었다. 하지만 올시즌 리딩히터 김현수에게는 데자뷰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투수앞 땅볼로 병살. 무사 만루와 1사 만루의 기회가 무득점으로 무산되면서 결국 한국시리즈는 막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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