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났던 두 팀이 이날 경기에 다시 만났습니다.
그 땐 컵대회 결승전이었고,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K-리그 무대입니다. 그날 당시 수원이 컵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전남은 0-2 패배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쳐야 했지요. 그 후에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두 팀. 전남은 그때의 설욕전을 별러야 했고, 게다가 아슬아슬하게 남아 있는 6강행 막차에 올라타기 위해서라도 이날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습니다. 수원 역시 1위를 탈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경기였고요.
당연히 초반부터 격렬한 분위기였습니다.
초반은 수원의 공격이 우세했습니다. 몇번의 기회를 아쉽게 놓칠 정도였지요.
그러다 전반 33분, 곽태휘가 부상으로 교체아웃되면서 전남의 수비가 잠시 흔들렸던 사이.
마치 장난처럼, 수원의 배기종이 골을 넣으며 앞서갑니다. 전남 선수들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허탈한 모습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격을 재개하는 전남. 하지만 전반부터 뭔가 답답했던 경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결국 별다른 기회를 내지 못한 채 전반전을 끝냅니다.
전반이 끝나고 선수들이 다 들어간 후에도 잠시 그라운드에 서 있던 박항서 감독.
후반전, 전남은 다시 공격력이 강화되는 듯 했습니다. 계속 수원의 골문을 노렸지만 안타깝게도 수비에 막히거나 하는 등의 될 듯 말듯한 순간들이 있었지요. 하지만 수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또 먼저 웃은 쪽은, 수원이 되었습니다.
후반 24분 백지훈이 두번째 골을 넣으며 달려갔을 때에도, 전남은 흔들림 없이 경기를 재개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빗나갔던 공격 기회. 허무하게 날려버렸던 공격 기회. 수비진들에게 막혀 사라졌던 공격 기회들은 전남을 괴롭혔고, 급기야 후반 34분 서동현의 쐐기골로 전남은 할 말을 잃은 듯 했습니다.
그 후 경기는 더 격렬해졌고, 결국 경기는 그대로 종료되었습니다만 수원은 에두가 막판에 퇴장을 당하는 뒷맛이 씁쓸한 경기로 남게 되었지요. 전남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이번 경기에서 패배했을 뿐만 아니라,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있었던 6강행 막차까지 놓쳐버리는 불운을 겪어야 했습니다.
경기 내내 따라다녔던 골결정력 부족, 끊임없이 기회를 날렸던 패스미스 등 이번 경기에서 전남이 보여준 약점들은 너무나도 강렬했습니다. 심지어 후반 인저리 타임에 날렸던 회심의 슛이 골대를 맞는 등, 보는 사람마저 안타깝게 했지요. 전남을 철저하게 뚫었던 수원의 공격력이 빛을 발했고, 그것을 완고하게 막지 못했던 전남의 수비가 아쉬웠던 경기였지요. 특히나 전반에 교체아웃되어 나간 곽태휘의 빈 자리도 컸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시 수원을 만나 컵대회 결승전 때의 설욕을 하려 했던 전남.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아마 그것보다도, 이겨서 6강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전남이 지금 이루었어야 할 일이었을 겁니다. 이로써 누군가에겐 계속될 시즌이 이번 경기로 끝나버린 전남은 경기가 끝난 후 주저앉아 말로 할 수 없는 허망함과 허탈감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습니다. 컵대회 결승전, 패배했던 그 악몽이 다시한번 재현되었던 이날. 전남에게는 참 기억하기 싫은 날이 될 듯 합니다.
김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