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0.31 11:44 / 기사수정 2008.10.31 11:44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축구에서는 골대를 맞추면 패한다는 속설이 있다. 골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운이 좋을 때는 골대를 맞은 공이 아슬아슬하게 골라인 안쪽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운이 없을 때는 골대를 맞고 튕겨나오기 일쑤다. 더구나 수문장이 자리를 비웠어도 마찬가지다. 골대가 골키퍼의 역할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야구에서는 병살타와 실책이 그렇다. 병살타가 많다는 것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는 말이 되고 실책이 많다는 것은 실점위기를 넘기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득점 기회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실점 위기에서 실점을 막지 못한다면 당연히 어려운 경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시리즈 4차전이 펼쳐졌던 지난밤 경기에서 두산이 그랬다. 두산의 실책은 곧바로 SK의 득점으로 연결되었고 기회 때마다 터진 병살타는 공격의 맥을 끊어놓고 말았다. 1차전 김광현과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따냈던 선발투수 랜들이 2008 포스트시즌에서 첫 번째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는 활약을 보였지만 승운이 따르지 못했기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SK가 강했다기보다는 두산이 병살과 실책으로 자멸했다는 시각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두산의 선발 투수 랜들은 할 만큼 해줬다. 1승2패의 불리한 상황에서 경기에 나서야했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이 어깨를 누르고 있었지만 7이닝 동안 8안타로 3실점에 그쳤다. 볼넷은 1개에 불과했고 삼진은 5개를 잡아냈다.
랜들은 2008 포스트시즌에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다승왕이자 삼진왕인 SK 김광현도 못했고 나란히 12승을 올렸던 롯데의 선발 삼총사(손민한, 송승준, 장원준)도 못해낸 기록이었다.
그러나 두산의 불운은 야수의 실책에서 시작되었다. 1회초 포수 채상병의 2루 악송구는 SK에게 선제점수를 내주는 결과가 되었고 7회초에는 병살성 타구를 2루수 고영민이 1루에 악송구하면서 2점차로 벌어지는 빌미가 되었다. 9회초에는 세 번째 투수 이용찬의 폭투로 한점을 거저 주다시피 했다.
공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톱타자 이종욱의 좌익선상 타구는 번번이 좌익수 박재상에게 잡혔고 올 시즌 리딩히터 김현수의 타구도 3루수 최정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다. 3회말 이종욱의 빗맞은 타구가 SK 2루수 정근우의 호수비에 걸리면서 더블아웃 당했고 4회말에는 김현수의 잘 맞은 타구도 최정에게 걸리면서 더블아웃 당했다.
7회와 8회에는 연속으로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으나 7회에는 대타 이대수의 직선 타구가 최정에게 정면으로 날아갔고 8회에는 유재웅이 쓰리볼에서 스트라이크 3개를 흘려보낸 탓에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물론 축구의 골운이나 야구의 승운이라는 말은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신중하게 경기에 임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두산은 벼랑 끝에서 5차전을 치르게 된다. 9회말 1사 만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한 점 차 패배를 당했던 3차전의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겠지만 이제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과연 이 시간, 두산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또 다시 지난해 흘렸던 통한의 눈물을 다시금 흘리게 될 것인가. 그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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