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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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잔인한 10월에 대한 고언(苦言)

기사입력 2008.10.30 03:01 / 기사수정 2008.10.30 03:01

장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지영기자] 어차피 하위권 팀의 시즌 막판 뒷심저하야 한두 번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의 대구가 보여주는 후반 뒷심부족은 단순히 하위권 팀의 그것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할 말이 너무 많다.

최근 몇 라운드 동안 대구가 보여준 성적만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대구는 현재 컵 대회를 포함해 홈에서만 4연패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 컵 대회를 제외한다 하더라도 10월 한 달 동안 홈/원정 포함 4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9월에 기록한 2승이 모두 원정 전에서 거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홈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 벌써 2달째에 접어드는 셈이다.

올 한해 공격축구의 색채를 잃지 않던 대구 FC. 그들의 시즌 막판 추락의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역시 9월로 접어들면서부터 가속화되어온 전력 누수 현상. 그리고 그 절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24라운드 전북전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이미 부상으로 결장을 이어가고 있던 에닝요 뿐만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 진경선과 중앙수비 레안드로마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게 된 것이었다. 특히 3명의 용병중 2명이 빠지게 된 타격은 예상 이상의 것이었다.

에닝요의 결장으로 이미 공격의 위력이 반감된 가운데 그나마 근근이 버티고 있던 수비마저 완전히 축이 무너진 셈이었으니 말이다. 이달 경기에서 대구는 하대성의 한 골이 아니었다면 골득실차에 -3을 더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전력 누수 현상이 다른 시즌과 비교했을 때 팀 경기력에 끼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보인다는 점. 살뜰한 용병농사로도 이름 높은 대구는 2004년 노나또-훼이종 콤비를 시작으로 산드로-찌아고, 루이지뉴-에닝요로 이어지는 용병전력을 선보여왔다. 용병 변동이 심했던 2006년을 제외하면 거의 매년 좋은 결과를 얻어온 셈.

 그러나 예상외로 그 용병들에 대한 의존도는 낮은 편이었다. 용병들이 워낙에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였다고는 하지만 2003년 송정현-홍순학을 시작으로 이후 2005년 오장은이 합류하면서 미드필드에 형성된 황금라인이나 현재까지도 팀 내에서 다득점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장남석 등 국내 전력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던 것.


하지만, 올해는 심각할 정도로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양상을 이어가고 있는 대구다.

그중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이 에닝요. 현재 정규리그 8골, 컵 대회 9골을 기록하며 시즌 통산 17득점으로 실질적으로 팀 내 최다득점자의 자리에 올라있는 이 선수는 도움 역시 정규리그 6개, 컵 대회 2개를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쳐왔다. 그러나 지난 10월 2일 수원전 당시 부상 이후 근육에 물이 차는 증세로 10월 한 달간 결장하기 시작하면서 대구의 경기력은 본격적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팀 내에서 미드필드에서부터 경기를 풀어나가던 에닝요의 빈자리를 메울만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 오히려 연이은 대표팀 차출로 부재가 잦은 이근호에 대한 의존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에닝요의 최대 강점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움직임에 있다. 반 박자에서 한 박자 정도 빠른 움직임을 바탕으로 패스와 슈팅, 돌파를 시도하다 보니 대구 공격의 물꼬를 틔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도맡아왔던 것. 그러나 결장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그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대구의 선수는 단 한 명도 없고, 덕분에 대구 특유의 공격력도 한풀 꺾인 상황.


 그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움을 더하는 것이 하대성이다. 이근호와 부평고 동기로도 잘 알려진 하대성은 시즌 초 변병주감독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며 빠른 상승세를 선보여왔다. 하지만, 시즌 중반이 넘어서면서부터 그 상승세가 한풀 꺾인듯한 모습이다.

최근 하대성의 플레이는 의욕이 너무 지나쳐 스스로 발목을 묶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중이다. 특히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시즌 중반을 넘기면서 '지나치게 공을 끄는데다 패스를 너무 이근호에게 몰아주는 것 같다.'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비록 꾸준히 득점과 도움을 더하고는 있다지만 심한 경우에는 팀 공격 전체의 발을 묶는 듯한 플레이까지 선보이고 있는 상황. 조금만 더 욕심을 버리고 모두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필요하다.

한편, 수비진의 경우에는 더욱 처참하다.

어차피 시즌 초부터 무시무시한 득점만큼이나 무시무시한 실점을 선보이며 백민철 골키퍼를 올 시즌 최다 실점 골키퍼의 위치까지 올려놓은 대구의 수비라고는 하지만 레안드로의 합류 이후 눈에 띄게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레안드로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용병에 대한 강한 의존 탓인지 알 길은 없지만 10월 한 달 동안 대구 수비진의 움직임은 지극히 제한적이기까지 하다.

최근 대부분의 실점 상황이 '눈뜨고도 당하는' 양상인 것도 이런 탓. 레안드로의 수비력이 반갑긴 하지만 이런 반작용이 발생하니 대구로선 마냥 레안드로를 좋아할 수는 없다.

당장 시즌 초의 움직임과 비교해도 이런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전북과의 마지막 대결에서는 미드필드 싸움에서는 이겨놓고도 공격은 상대의 수비를 뚫지 못해 골을 만드는 데 실패하고, 수비는 상대의 공격을 길목에서 차단하는 데 실패해 대량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는 시즌 초 전북과의 첫 대결 내용과 비교해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11월 5일로 예정된 하나은행 FA컵 8강전 경기를 낙관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제 대구에게 남아있는  정규리그 경기는 단 2경기. 지난 2007년에는 정규 리그의 마지막 경기에서 강호 서울을 잡으며 6강 판도를 새로 짜는데 공헌, 6강 진출 여부에는 상관없이 마지막까지 K-리그에 재미를 더하는 역할을 도맡았던 대구. 그러나 단 두 경기만을 남겨놓은 지금, 그들은 4연패 행진을 이어가며 속만 태우고 있다.

이제는 마냥 다음 시즌을 기약만 할 것이 아니라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들부터 해치워야 하지 않을까. 냉정하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한풀 꺾인 공격축구의 힘을 되찾기를 바란다.


[사진=(C) 엑스포츠뉴스 임우철 기자]



장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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