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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타는 목마름으로' 김재현을 그리워하는 이들

기사입력 2008.10.29 18:02 / 기사수정 2008.10.29 18:02

김영환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영환 기자] 2008년의 한국시리즈. 문학 구장에는 특이한 광경이 목격되었다.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LG의 유니폼이 곳곳에 눈에 띠었던 것이다. 2008년 8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올린 LG 팬들을 문학구장으로 불러 모은 선수. 그 선수가 바로 김재현이다.

고교시절 이미 김동주와 함께 '우동주-좌재현'으로 불리며 초고교급으로 평가받던 김재현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LG에 입단, 그 해 신인으로 20-20을 달성하며 유지현, 서용빈과 함께 LG 신바람 야구의 선봉장이었다. 입단 첫 해,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팀으로 이끌며 가장 뜨거웠던 한 해를 보냈고, 1994년은 아직도 트윈스 역사 사상 최고의 해로 기억되고 있다.

매년 LG의 중심타선에서 타선을 이끌던 그에게 시련이 찾아온 것은 2002년 6월 19일 인천 SK전이었다. 슬라이딩 후 통증을 느낀 그는 병원을 찾았고,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고관절이 썩어 들어가 운동선수는커녕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었다.

운동선수에게는 혹독한 시련이었지만 그는 야구를 향한 열정으로 병을 이겨냈다. 하지만,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선수’로서의 능력을 의심한 LG구단과 끝내 FA계약에 협의하지 못했고, 그는 SK로 적을 옮기게 되었던 것이다. LG팬들의 상심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었다.

SK에서도 김재현은 역시 김재현이었다. 이적하자마자 .315의 타율을 올리며 중심타자로서의 역량을 보여주었고, 최악의 해를 보냈던 2007년에도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홈런 2방을 날리며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으며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도 역시 1,2차전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팀 타선을 주도하고 있다.



LG팬들의 김재현에 대한 구애는 그치지 않았다. 올 초에 LG의 김재현 영입에 대한 루머가 돌았고, 김재현이 직접 LG팬 마당인 쌍둥이마당에 해명글을 올린 바 있다. 올 시즌 역시 김재현이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자, FA가 되는 김재현을 잡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재현이 고관절 부상으로 출장을 할 수 없었던 2002년. LG는 KIA를 PO에서 3-2로 힘겹게 누르고 대망의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을 했다. 4위의 성적으로 준PO와 PO를 치르고 온 LG의 한국시리즈 승리를 점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당시 상대였던 삼성은 17승의 임창용을 필두로 김현욱, 노장진이 이끄는 투수진과 양준혁-이승엽-마해영-브리또-김한수-진갑용 등의 막강한 타선을 두루 갖춘 강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LG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5차전까지 3-2의 근소한 리드로 삼성이 앞서고 있던 상황. 6차전이 벌어진 2002년 11월 10일 대구구장의 6회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5-5로 간신히 따라잡은 6회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놀랍게도 시즌을 마감했다던 김재현이었다. 그는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역전타를 터뜨렸다. 1루 주자까지 홈에 들어올 정도로 큰 타구였지만 그가 차지한 베이스는 1루까지였을 뿐이었다. 절뚝거리며 1루까지 간신히 도착한 김재현의 베이스러닝은 그 어느 야구의 풍경보다 아름다운 것이었다.

김재현이 LG로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LG와의 계약과정을 통해 김재현이 받았을 아픔을 극복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그는 SK에서도 핵심선수이다. 설령 돌아온다 하더라도 페타지니와 최동수와 포지션이 겹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그가 어느 포지션에 들어설지 몇 개의 홈런으로 얼마나 팀의 도움이 될지를 염두에 두기 전에 LG팬들은 그저 줄무늬를 입고 타석에 들어서는 그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연일 그가 호쾌한 스윙으로 넘겨버리는 홈런포가 또 어떤 가을의 역사를 쓰게 될지 많은 야구팬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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