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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명이 똑같은 두명의 산드로

기사입력 2005.03.12 10:15 / 기사수정 2005.03.12 10:15

이상규 기자
이름은 같은데 사람이 서로 다른 경우, 우리는 이들을 가리켜 동명이인(同名異人)이라고 부른다. K리그에는 동명이인들이 여럿 있다. 일부 축구팬들은 이들의 이름을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가령 전북과 전남에는 모두 김태영과 김현수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있고, 서울과 수원의 이기형 등을 들 수 있다. 심지어 K리그의 디펜딩 챔피언 수원에는 김동현 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2명 있다.

그런데 용병들의 이름이 똑같은 경우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이름은, K리그에서 활약하는 등록명이다. 등록명은 선수 이름 그대로 활약할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름이 변형되기도 한다. 등록명이 본래의 이름과 다르게 변형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불리거나 또는 앞으로도 잘 기억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지난해까지 수원에서 활약한 루마니아 출신 가브리엘 포페스쿠(현 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의 등록명은 '가비'였다. 포페스쿠의 등록명은, 스페인의 명문 발렌시아 시절의 애칭이었다.

22년의 역사를 간직한 K리그에는 조란이라는 등록명으로 활약한 선수가 4명 있었고, 샤샤라는 등록명으로 활약한 선수가 3명 있었다. 그 외에도 등록명이 똑같은 경우가 더 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Souza'라는 이름을 가진 브라질 출신 용병이 두명 있었다. 한명은 쏘우자(전 서울)이라는 등록명으로 서울의 수비진을 튼튼히 지켰고, 다른 한명은 수호자(전 울산)라는 등록명으로 오른쪽 측면에서 개인기를 통한 돌파를 즐겼다. 'Carlos'도 마찬가지. 한명은 카르로스(현 울산)라는 등록명으로 K리그 정상급 공격수가 되었고, 다른 한명은 까를로스(전 포항)라는 등록명으로 포항의 전기리그 우승 멤버가 되었다.

▲ 수원의 산드로
ⓒ2005 수원삼성 블루윙즈
그런데 올해는 'Sandro'라는 이름을 가진 브라질 출신 용병이 두명 있다. 공교롭게도 등록명이 서로 똑같다. 그 주인공이 바로 수원의 산드로(25)와 대구의 산드로(26)다. 모두 팀에서 공격수를 맡고 있다. 수원의 산드로는 주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였지만, K리그에서는 공격수로 활약했다. 게다가 모두 브라질 국적이다. 다만 대구의 산드로는 일본계 브라질 교민 3세다.

브라질 청소년 대표(U-17) 출신의 수원 소속 산드로는 2000년대초에 K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각광 받았던 선수다. 2000년 여름에 테스트를 거쳐 수원에 입단한 산드로는, 그 해 11경기에 출전하여 5골 4도움을 기록했다. 33경기 출전한 2001년에는 17골 3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약 2경기당 1골을 넣은 셈이다. 2001년 정규리그에서는 득점왕을 차지했다. 29경기 출전한 2002년에는 10골 2도움을 기록했다.

산드로는 2001년 아시안 클럽 선수권 대회 결승전인 주빌로 이와타전, 2002년 FA컵 결승전인 포항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수원의 우승(1:0)을 결정적으로 이끌었다. 상대팀 문전에서 강력한 돌파와 개인기를 활발히 구사하고, 뛰어난 골 결정력을 발휘했다. 빠른 순발력까지 갖춰, 팀의 기동력까지 높일 수 있다. 고종수(현 전남), 데니스(귀화명 이성남, 현 성남)와 함께 '고데로 트리오'를 형성하여 수원 공격력을 책임졌다. 또 '대전킬러'로 불릴 정도로, 특히 대전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2003년 부터 2년간 일본 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에서 맹활약 펼쳤지만,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다. 지난해 말에 20대 여성에게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뒤, 올해 2월초에 일본 법정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것이다. 그리고 3월초, 산드로는 수원 선수로 정식 등록을 마쳤다. 일본에서 다시 수원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직까지 수원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고, 수원에서는 공격수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진가를 뽐낼 것이다.

수원의 산드로와 마찬가지로 브라질 청소년 대표(U-17)경력이 있는 대구의 산드로는, 올해 K리그 그라운드를 처음 밟는 신입 용병이다. 2003년에는 UAE의 알 자지라에서 활약했고, 지난해에는 브라질 1부리그에 속한 과라니에서 활약했다. 2003년 이전에는 브라질 1부리그에서 비교적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쳐왔다.

▲ 대구의 산드로
ⓒ2005 대구FC
올 시즌 컵대회 초반부터, 팬들의 주목을 받아가고 있다. 2경기 출전한 산드로는 각각 1골씩 기록하여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고, 오는 13일 인천과의 홈경기에서는 3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박주영 데뷔전'으로 축구계에서 엄청난 주목을 끈 지난 9일 서울전에서는 결승골을 기록하여, 지명도를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지속적으로 좋은 활약 펼칠 경우, K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발돋움할 수 있다.

공격수로서 날카롭고 정확한 골 결정력을 갖추었고, 드리블을 통한 돌파를 활발히 구사한다. 상대팀 선수들에게 공을 쉽게 빼앗기지 않을 정도로, 공을 잘 지키는 편이다. 경기의 흐름을 읽는 집중력이 강하고, 돌파시에는 순발력이 빨라지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대구의 공격수로서 맹활약 펼치다가 올해초 타팀으로 임대된 노나또(서울)와 훼이종(성남)의 공백을 잘 메꾸고 있다.

수원의 산드로는 몇년전에 K리그를 주름잡은 용병 공격수고, 대구의 산드로는 올해 컵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용병 공격수다. 수원의 산드로가 앞으로 K리그 경기에 출전하여 2000년대초 처럼 뛰어난 공격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대구의 산드로가 변함없이 맹활약 펼친다면, 두명의 산드로가 올 시즌 K리그를 빛내게 된다.

수원과 대구는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에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서 맞대결 펼친다. 잘하면 수원의 산드로와 대구의 산드로가 나란히 경기에 출전하여, 서로의 공격력을 뽐내는 보기드문 장면이 많은 관중들 앞에서 연출될 수도 있다. 일부 관중들 사이에서는, 산드로를 다른 팀의 산드로로 헷갈리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린이날 경기에서는 산드로와 산드로의 맞대결이 흥미거리다. 등록명이 똑같은 두명의 산드로 때문에, 올 시즌 K리그 보는 재미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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