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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발야구를 도와준 삼성의 수비

기사입력 2008.10.16 22:55 / 기사수정 2008.10.16 22:55

김영환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영환 기자]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 올해 189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두산의 발야구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삼성의 주장 진갑용의 답은 이랬다.

"빠른 주자는 출루를 시키지 않는 게 최고다."

그러나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이 기록한 출루는 총 18개. (안타 11개, 사구 5개, 에러 3개, 최형우의 에러는 1안타 1에러) 진갑용의 말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에이스 배영수와 불펜 에이스 정현욱-권혁까지 이어던지기를 했지만 삼성의 투수진으로 출루를 원천봉쇄하기는 힘들었다.

왜 두산의 기동력을 봉쇄하는 데에 대한 질문을 진갑용에게만 했을까. 사실 도루는 포수의 책임이라기보다는 투수의 책임이 크다. 도루에서 중요한 것은 마지막 발(슬라이딩)보다는 첫 번째 발(스타트)이기 때문이다.

같은 질문에 선동열 감독은 다양한 인터벌로 도루 타이밍을 뺏겠다는 대책을 세웠다. 삼성의 이러한 방비는 초반까지만 해도 먹혀들어가는 듯싶었다. 2회에 이대수가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잡혔고, 3회 전상열도 1루에서 배영수의 견제구에 횡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산의 발야구가 무서운 것은 단지 도루 때문만은 아니었다. 단타에도 한 베이스를 더 가려는 잔야구가 두산의 리그 평균대 장타율을 보완하며 짜임새 있는 야구를 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4회 말 두산의 공격. 무사 1,2루의 찬스에서 4,5번 김동주와 홍성흔이 외야에 진루타와 희생타를 만들어내며 1점을 쫓아간 상황에서, 삼성은 위기를 그럭저럭 막아내는 듯했다. 2사 1루에서 2개의 슬라이더로 2스트라익을 잡은 배영수는 다시 슬라이더를 던졌고 고영민이 방망이를 툭 갖다 댄 타구는 절묘하게 파울라인 안쪽으로 떨어졌다.

우익수 최형우가 도저히 잡을 수 없는 타구였으나 펜스까지 굴러갈 타구 역시 아니었지만 최형우는 공 쪽으로 달려들었다가 자신의 옆을 스쳐 펜스까지 구르는 공을 뒤쫓아서 잡아야 했다. 이 사이 고영민은 3루까지 진루에 성공했고 이어 터진 이대수의 짧은 안타 때 홈까지 밟을 수 있었다. 4-3 턱밑까지 추격을 당한 삼성은 리드를 지키기 위해 정현욱을 마운드에 올려야 했다.

불운은 계속 됐다. 최형우는 6회 이대수의 2루타성 타구를 외야에서 또 한 번 험블(fumble)하며 이대수를 3루까지 보냈다. 결정적 장면은 7회에 나왔다. 4-4 팽팽한 상황에서의 무사 만루. 안지만은 두산의 4번 타자 김동주를 2루수 조금 뒤쪽의 플라이볼로 유도해냈다. 사실상 홈에 태그업하기 어려운 상황. 그러나 최형우는 낙구지점을 잘못 포착, 뒤로 한발 물러나며 공을 잡았고, 그 미세한 틈을 놓치지 않은 이종욱은 결승점을 득점했다. 정상적으로, 뒤에서 한 발 앞으로 내딛으며 포구한 후 송구를 했더라면 홈에서 충분히 승부가 가능한 상황이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이어 현재윤은 3루로 뛰는 오재원을 잡으려 했으나 송구가 파울라인으로 치우쳐 두산의 1,2루 주자에게 한 베이스씩 더 헌납하고 말았다. 홍성흔의 타구도 조동찬이 한 번에 잡았다면 홈 승부가 가능했겠지만 공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한 점을 더 내줬고, 이어 박진만이 공을 놓치고 고개를 숙이느라 2루 주자 김현수의 홈 대시를 미처 보지 못해 1점을 더 주었다.

지난 8월 5일 쿠바와의 평가전. 1회 정근우의 짧은 중견수 타구에 2루 주자 이종욱은 홈을 파고들었으나 쿠바 중견수 두베르겔의 정확한 홈 송구에 아웃이 되었다. 6회에는 1루 주자 이대호가 우익수 쪽 타구에 홈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 3루까지 질주하다 아웃이 되기도 했었다. 이 두 개의 보살 플레이는 곧바로 그 위력이 증명되었다. 8회 1사 1루에서 1루 주자 이승엽은 큰 바운드로 1-2루 간을 꿰뚫은 김현수의 타구에도 2루에서 멈춰서고 만 것이다.

물론 출루가 봉쇄되면 뛰는 야구를 손쉽게 막아낼 수 있다. 그러나 삼성 투수진의 올 시즌 WHIP(이닝 당 출루 허용률)은 1.42. 가장 뛰어난 WHIP을 보여주는 오승환마저도 0.85의 기록이 있다. 출루를 봉쇄하는 야구는 퍼펙트게임이다.

그렇다면, 출루한 선수는 어떻게 막아내야 할 것인가.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두산의 발야구를 막는 것은 배터리를 포함한 그라운드 안의 9명의 선수 전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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