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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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선진 구단 행정의 실험장

기사입력 2005.03.06 04:52 / 기사수정 2005.03.06 04:52

woodroof 기자
작년 3월 김현식 대표이사가 부임한 이후로 포항 스틸러스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송라 클럽하우스와 전용구장, 국내 최고의 훈련시설, 체계적인 유소년 클럽시스템 등 K리그 13개팀 중 가장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던 포항 스틸러스가 더 앞선 구단 행정을 위해 진화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김현식 사장, 개혁을 시작하다.

김현식 사장이 부임을 하자마자 가장 먼저 간 곳은 다름 아닌 일본. 경기력 부분에서는 한국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J리그이지만 리그 운영과 구단 행정에 있어서는 선진축구 못지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현식 사장은 그 곳에서 진정한 '프로구단'의 모습을 발견했다.

"의미가 있는 방문이었다. 오이타는 진정한 시민 구단으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세레소 오사카는 예전 실업팀 시절의 '얀마 디젤'과 '일본햄' 두팀이 합해진 팀인데, 지금은 두 팀의 지원을 50% 이하로 줄여서 탈기업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포항 스틸러스는 포스코 산하에서 독립을 했다. 시민 구단으로의 변신을 시도했던 것이다. 시민주 공모는 하지 않았고, 포스코를 비롯한 포스코 단지 내에 있는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김현식 사장은 이러한 변화가 별로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프로구단이면 기업구단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변화를 추구하고자 한다. 포항은 아직도 포스코 구단이다. 예산면에서 이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지난해에도 포스코가 포항 재정의 80% 이상을 지원했다."면서 가시마 앤틀러스를 예로 들었다.

"가시마 앤틀러스는 포항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포항이 포스코를 모체로 태어났는데, 가시마 팀은 스미토모금속이라는 제철사를 모태로 태어났다. 가시마는 현재 100% 기업팀에서 탈피했다. 연간 예산이 35억엔 정도인데 그중 스미토모 금속 지원액은 광고료로 지불하는 5천만엔이 전부다. 모기업의 재정 지원에서 완전 탈피에 성공했다. 그런 점을 보면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기업에 의존하는 구단은 프로 구단이 아니다.

김현식 사장은 우수한 선수들을 돈으로 긁어모은 수원 삼성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도 해왔다.

"포항은 한국에서 그나마 프로에 가까운 방향으로 가고 있는 편이다. 먼저 구단이 독립 법인으로 존재하고, 국제적인 클럽 하우스와 연습장이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절반 정도의 타구단은 모기업 산하에 하나의 부서로서만 존재한다. 이는 프로팀이 아니라 기업팀이라고 봐야 한다. 수원의 경우 TV 아나운서가 경기 중계 시 수원이 아니라 삼성이라고 했는데 삼성팀이 맞다. 한국 수준으로 봤을 때 포항이 자생적인 프로팀의 방향으로 정도를 걷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팀적인 면이 많아 이를 우선적으로 개선하려고 한다."

"회사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서 강한 팀을 만들 수는 있다. 삼성전자의 회사 방침일 수는 있겠지만 그건 진정한 의미의 프로구단이 아니다. 수원삼성이 프로팀이 아니고 기업구단이어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포항도 옛날에 그랬다. 국가대표 출신 선수 반 정도 모아놓고 화려한 팀을 운영했다. 하지만 그게 프로냐 하면 그렇지 않다. 지역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생력도 없고 방향도 틀리다. K리그를 발전시키는 데는 옳지 않다. 삼성전자의 홍보 도구로서는 몰라도 프로팀으로서는 맞지 않다. 각자의 처한 상황과 특성이 있겠지만 우리도 우리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


김현식 사장은 진정한 프로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구단의 재정적인 독립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광고와 운동장 수익, 그리고 상품 판매가 각각 삼분의 일씩 차지하는 일본과 TV중계권 수익이 60%인 남미와 유럽 축구팀과 같이, 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고 수익을 얻어내야한다는 것이다. 

포항의 작년 평균 관중은 9900명. 스틸야드가 2만명 정도를 수용하는 비교적 작은 구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좌석이 50%정도 찼다는 것이다. 이 관중들로 부터 벌어들인 일년 수익은 7억원. 50억 정도의 일년 예산을 사용하는 포항 구단 재정의 10분의 일도 되지 않는 미미한 금액이다.

김현식 사장은 운동장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입장료 가격을 인상했다. 반발도 있었지만, 많은 팬들이 포항 구단의 입장을 이해해 주었다. 팬들도 포항 구단의 발전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프로다운 구단, 기대해본다.

포항의 팬으로서 상당히 기대가 된다.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클럽이고 가장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클럽이기 때문에 서포터로서는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재밌는 축구를 강조하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연예인 공연 등 축구 외적인 일회성 이벤트를 과감히 버리는 등 그 외에 서포터들의 의견도 반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클럽이 앞선 구단 행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한국 축구의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임에 분명하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구단 행정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아니, 어떤 후진국도 하지 않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국가의 축구 문화수준은 리그에서 엿볼 수 있는데, 실업리그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던 K리그가 이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포항 스틸러스가 있다.


woodro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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