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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꼴찌가 반란을 꿈꾸기 시작했다

기사입력 2008.10.10 11:34 / 기사수정 2008.10.10 11:34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삼성이 또 이겼다. 전날 12대 3의 대승으로 적지에서 귀중한 1승을 챙긴데 이어 지난밤에도 안타 9개로 4득점 하는 집중력을 과시하며 롯데를 2연패 수렁에 몰아넣었고 자신은 2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5전 3선승제로 열리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은 1승만을 남겨두었지만 롯데는 대구에서 열리는 2경기와 사직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최종전까지 3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열렸던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삼성의 선동열 감독은 "누구나 2승하고 싶지, 2패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원정경기니까 1승1패만 해도 홈에서 편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여유를 보였지만 은근한 욕심도 곁들어 있었다.

올 시즌 패넌트레이스에서 두 팀의 상대전적은 10승 8패로 롯데가 앞섰다. 더구나 롯데는 팀타율 2위(0.282), 평균자책 2위(3.64), 홈런 2위(93)로 공수에서 고른 성적을 보였지만, 삼성은 타율 6위(0.258), 평균자책 5위(4.40), 홈런 3위(92) 등 대부분의 기록에서 롯데에 뒤져 있었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8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팀과 12년 연속으로 진출해왔던 팀과는 경험차이만 있을 뿐 오히려 롯데의 우세를 점쳐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경험의 차이를 간과할 수 없었다. 삼성의 선수들은 서두르지 않았고 여유를 보인데 반해 롯데의 선수들은 어딘지 모르게 경직되어 있었고 조급해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경험의 차이는 1차전을 12대 3이라는 의외의 결과로 이어졌고 2차전에서도 12개의 안타를 쳤던 롯데가 9개의 안타에 그친 삼성에 덜미를 잡히고야 말았다.

물론 지난밤의 승부는 첫날처럼 일방적이지는 않았다. 삼성이 2회초에 채태인의 2루타와 조동찬의 적시타로 먼저 앞서가자 곧바로 롯데는 3회말에 김주찬과 이인구의 연속안타와 이대호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4회초 삼성 채태인의 홈런이 터지자 롯데도 5회말에 곧바로 1점을 따라붙었다. 7회초 1사 만루에서 안타가 없었던 박진만이 좌익수를 넘기는 2루타로 2점을 추가 삼성이 4대 2로 앞서가자 롯데는 9회말 김주찬의 2루타로 1점차까지 추격해왔다.

초반에 승부가 기울어졌던 첫 경기에 비해 지난밤에는 마지막까지 승부를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삼성의 특급 소방수 오승환을 상대로 1점을 뽑아냈고 1사 2루의 상황에서 최소한 동점과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역전까지도 가능하리라는 소망을 이어갔지만 전 타석까지 4타수 4안타의 맹활약을 보여줬던 이인구가 아쉽게도 삼진으로 물러나고 주장 조성환도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승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올 시즌 삼성은 마운드가 붕괴되고 타선이 터지지 않아 시즌 내내 어렵게 순위를 지켜와야 했다. 시즌 초반 5연승을 달리며 선두에 나서기도 했지만 4월 8일부터 2위로 내려앉았고 4월 15일부터는 3위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4월 23일부터는 한화에게 밀려 4위로 떨어졌고 잠깐 3위로 오르기도 하더니 두산의 비상과 함께 5월 7일에는 5위로 추락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7월 15일 마침내 전년도 최하위 팀인 기아에게도 추월을 허용하며 6위로 내려앉았다. 5위 기아와 6위 삼성의 승차는 1경기 차였고 7위 히어로즈에게도 2경기 차로 쫓기는 상황이었다. 12년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이고 창단 이후 최악의 순위표를 받아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삼성의 자존심은 그렇게 무너지지 않았다. 7월 24일부터 롯데와 4위권을 놓고 경쟁하기 시작했고 8월 29일부터는 한화와 공방이 이어졌다. 그리고 9월 6일 한화를 밀어내고 4위 입성에 성공한 후에는 한차례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고 끝내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과업을 이룰 수 있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은 최하위다. 비록 3위와 4위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기에 순위는 의미가 없다지만 어쨌든 막판까지 두산과 플레이오프 직행을 다투었던 롯데에 비하면 힘겹게 막차로 4강에 합류했던 삼성이 힘겨워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삼성이 전통의 명가이기는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그들의 위치는 최하위였던 것이다.

이제 꼴찌가 반란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매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도전이 아름답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감할 것이다. 내일 대구에서 펼쳐지게 될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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