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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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래셔' 정영삼, 좀 더 과감해져라

기사입력 2008.10.08 01:04 / 기사수정 2008.10.08 01:04

최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원주 동부와의 연습 경기가 열린 지난 7일. 4쿼터 종료 후 벤치로 돌아온 정영삼에게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득점도 못 하고, 돌파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수비도 안 되고… 오늘 네가 한 게 뭐야? 동료들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비단 이때만이 아니었다. 경기 내내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정영삼에게 계속 지적이 이어졌다. 이 날 정영삼은 거의 풀타임을 출장했지만, 별다른 활약은 보이지 못했다. 덩달아 팀도 100-75로 대패했다.

물론 연습 경기라 양 팀 모두 100%의 전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모비스와의 연습 경기에서 패배한 데 이어 2연패. 기분이 좋지만은 않을 일이다. 휴식 시간에 전창진 감독이 전자랜드 벤치에 "왜 이렇게 전력을 숨기냐?"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지만, 전자랜드 입장에서는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나타난 슬래셔'

지난 시즌 전자랜드는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펼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으나 아쉽게 7위로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네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하는 불명예를 쓰고 말았지만, 소득은 있었다. 29승 25패로 근래 들어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젊은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며 미래를 밝게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신예 정영삼이 있었다.

정영삼의 기세는 지난 7월에 열린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도 이어졌다. 슬로베니아, 캐나다와 펼친 두 경기에서 날카로운 돌파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좋은 활약을 했다. 비록 올림픽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팬들은 '허재 감독 이후 오랜만에 제대로 된 슬래셔가 나타났다.'라며 그의 활약에 흥분했다.

이와 함께 올 시즌 전자랜드에 대한 전망도 밝아졌다. 주태수의 기량 발전이 두드러졌으며 특급 신인 강병현과 1순위로 지명된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포웰도 가세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결장한 고참급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전자랜드의 전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평가였다. 지난 시즌 잘해준 정영삼마저 한층 더 성장했으니 거칠 것이 없었다.

날카로운 돌파력의 실종…슬럼프를 겪다

그러나 최근 정영삼의 플레이는 다소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느낌이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날카로운 돌파는 무뎌졌고, 슈팅 감각도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경기에서는 최희암 감독의 지적대로 돌파, 슈팅, 수비에서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신인 강병현과 플레이 스타일이 겹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두 선수 모두 공격적이고 빠른 스피드를 주무기로 삼아 코트를 휘젓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활동 반경이 중복된다는 것. 실제로 이 날 정영삼과 강병현은 많은 시간을 함께 출장했고, 최희암 감독은 정영삼에게 '왜 (공격 시에)가만히 서 있느냐?'라는 지적을 여러 차례 했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이나 올림픽 예선을 통해 보여줬던 과감한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의 정영삼은 수비수를 달고도 날카롭게 치고 들어가 외곽으로 공을 빼주거나, 결국은 상대의 파울을 얻어내는 과감성이 돋보이는 선수였다. 요즘은 돌파 시도 자체가 줄었다. 정영삼다운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영삼에게 주어진 숙제

물론 이런 정영삼의 슬럼프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누구나 일시적인 침체를 겪기 마련이고, 그에게는 바로 지금이 그런 시기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시적인 침체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잘 극복하는가' 하는 것이다.

팀 내의 주전 경쟁도 그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전자랜드의 스윙맨 자원이 유독 풍부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최희암 감독은 '실력이 우선이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정영삼 역시 예외라고는 할 수 없다.

팀의 숙원인 플레이오프 진출 역시 중요하다. 구단 측은 최근 분위기가 좋아 5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자신하는 분위기이나,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다. 많은 전력 보강이 있었지만, 팀이 어려울 때 해결사 노릇을 해줄 선수는 필요하다. 정영삼이 바로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오랜만에 나타난 슬래셔' 정영삼. 그는 지난 시즌을 통해 전자랜드의 최고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이제는 기대가 아닌 능력을 증명해야 할 때이다. 조금의 부침이 있을지언정 더 과감하고 강해져야 한다. 정영삼은 더 이상 '전자랜드의 기대주'만이 아닌, '한국 농구의 기대주'이기 때문이다.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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