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1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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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홍철이 부르는 '성실함의 노래' - ①

기사입력 2008.10.03 02:20 / 기사수정 2008.10.03 02:20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성남과 포항의 2군 리그 4강전이 열린 성남 모란 종합 운동장에는 평소 2군 리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10월 치고 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성남 팬에게는 계속해서 이어진 포항에 대한 지독한 징크스와 지난해 포항 2군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던 모든 기억까지 되돌려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여겨졌던 지라 그 어느 때보다도 설레어 하는 모습들이었죠. 전반 김연건의 선취골이 터지자 그 분위기는 극에 달했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이기는구나. 했죠. 

그렇게 경기가 진행되던 후반 중반 자신의 이름조차 새겨지지 않은 '53번'의 유니폼을 입은 한 소년이 그라운드로 들어왔습니다. 그 소년이 그라운드에 발을 들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관중석의 반응은 의문의 웅성거림이 아닌 관심의 웅성거림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번의 2군 리그를 통해 자신이 가진 실력을 어느 정도 보여준 터라 그의 등장에 성남 관중은 이 기세가 이어져 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열심히 뜨거운 그라운드를 달리던 그 소년은 풍생고 3학년, 19살 홍철입니다.

딱 봐도 앳되어 보이는 그 소년은 그라운드에 발을 들이자마자 종횡무진 그라운드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언젠가 박지성의 발에 페인트를 묻히고 그라운드를 뛰게 하면 온 그라운드에 페인트가 묻을 것이라는 글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데, 이 소년의 발에 페인트를 발라놔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 성실한 소년을 처음 본 것은 그라운드가 아닌 행사장에서였습니다. 김두현의 프리미어리그 진출 축하연장에 성남의 유스 팀으로 초청된 풍생고 학생들이 있었죠. 그 안엔 홍철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 당시 U-18리그에서 득점 선두를 달리던 김덕일을 한 성남의 골수팬이 찾기 시작했고, 함께 있던 모든 성남 팬들의 시선이 김두현이 아닌 풍생고 선수들에게 꽂혔습니다. 그 중 가장 인기 있었던 김덕일과 한참 사진을 찍겠다며 실랑이를 하던 도중, 풍생고의 코칭스태프가 기자를 보며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얘가 성남의 미래를 책임질 애에요." 무언가 막중한 책임이 가득 담긴 그 말의 주인공은 다들 주목하고 있던 김덕일이 아닌, 테이블에 묵묵히 앉아있던 참 마르고 까만 한 소년이었습니다. 그 거창한 말에 단박에 그 소년에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기자가 반응을 보이자 코칭스태프는 계속해서 소년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습니다. 


계속 된 호기심에 한참을 바라보자 정면만 바라보고 있던 소년은 까만 얼굴이 어느새 새빨개진 채로 고개를 돌려버리더군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미래를 책임진다는 얘기까지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가득해져 결국 참지 못하고 직접 플레이를 보러 나섰죠.

참, 성실합니다. 이 말로 그 플레이를 다 설명해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표현하자면 정말 성실하고 살뜰하게 뛰어다닐 줄 압니다. 똘똘하죠. 자신의 정확한 포지션을 짚어내기 어려울 정도로 여기저기서 눈에 띄더군요. 상대 공격수에게 찰싹 달라붙어 귀찮게 구는가 하면, 어느새 그라운드 가운데서 자신의 동료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해주기도 하는 그 소년을 보며 나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습니다.

보는 사람이 지칠 정도로 달리고 있는데, 뛰는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요. 그래도 힘들다는 내색 한 번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대견하고 예뻐 보였습니다.

홍철은 들러붙어 상대 공격을 귀찮게 하는 끈질긴 수비만큼이나 공격에도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깔끔한 크로스를 올릴 줄 알고 골을 넣을 수 있는 동료에게 예쁜 패스를 넣어 줄 줄 알죠. 실제로 U-18리그에서 도움 랭킹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노력에 비례한 실력이 기자 눈에만 예뻐 보였던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홍철은 지역 연고지인 성남에 우선 지명선수로 뽑히게 되었고, 대학 입학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되었죠.

우선지명 선수 자격이 생긴 홍철은 단국대에 진학을 하게 됩니다. 대학 진학도 물론 설레는 일이지만, 하루빨리 프로에 진출해 여러 선수와 겨뤄보는 것이 더 기대되는 듯 항상 프로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죠.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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