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채정연 기자] "스스로 확신을 가지라고 말했다."
두산의 상승세가 뜨겁다. 삼성을 격파한데 이어 서울 라이벌 LG까지 잡으며 파죽의 5연승을 내달렸다. 시즌 초반의 어려움을 딛고 디펜딩 챔피언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두산이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투수 마이클 보우덴의 부상 이탈, 주전 포수 양의지, 외야수 민병헌의 사구 여파로 인한 부상 등 1군 전력에 공백도 많았다.
그러나 양의지, 민병헌이 부상으로 1군에서 이탈한 사이, 박세혁과 정진호가 그 자리를 채웠다. 다년간의 경험과 실력으로 무장한 베테랑에 미치지 못할지언정, 박세혁과 정진호는 단순한 '백업'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며 팀 전력 손실을 최소화시켰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이 무더운 여름에도 상승세를 타며 3위까지 치고 올라설 수 있던 이유로 백업 선수들의 활약을 꼽았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어느 팀이나 주전들의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지만, 두산은 제 역할을 확실히 해 준 백업 선수들의 활약으로 큰 공백 없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전 양의지의 자리를 훌륭히 메운 박세혁의 활약이 돋보였다. 지난 6월말부터 7월까지 주전 포수 마스크를 썼던 박세혁은 양의지가 이탈해 있던 18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를 기록했다. 안방마님으로 투수 리드에도 힘썼다. 보우덴의 복귀로 다시 5인 선발진이 갖춰졌고, 박세혁은 포수로서 이들을 잘 이끌며 경기를 운영했다.
물론 아직 발전할 부분이 많이 남았다. 그러나 이번 여름은 박세혁에게 값진 성장의 시간이었다. 김 감독은 무엇보다 박세혁의 달라진 점으로 '자신에 대한 확신'을 꼽았다.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다면 투수를 리드할 수 없다"고 조언을 건넨 김 감독은 "포수는 이렇게 하면 (상대 타자에게) '맞을까?'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본인에게 확신을 가지라고 말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평했다.
양의지라는 걸출한 산이 있지만 박세혁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포수 왕국' 타이틀을 지닌 두산의 명성을 이제 박세혁이 이어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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