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15 01:49 / 기사수정 2008.09.15 01:49
[엑스포츠뉴스=이상엽] 주말이 끼어있어서 학생과 직장인 모두에게 불만스러웠던 추석이 어느덧 끝나가고 있습니다.
평소 자신의 팀을 응원하기 위하여 경기장을 찾던 대부분의 사람은 고속도로의 정지된 차 안에서 짜증스러운 시간을 보내겠지만, 동시에 이번 추석에 받은 부모님의 따뜻함과 별로 변하지 않은 고향의 풍경에 다음 추석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을 시간입니다.
오늘 제가 이야기할 사람들은 위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민족의 대명절 '추석'연휴 첫 날, 축구장을 찾은 '특별한' 관중입니다.
요즈음 '축구장에 물을 채워라'류의 축구 비판 기사나 리그의 위기를 말하는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범람하는 가운데, 우리는 'k-league는 관중 영향이 없다' 라고 말하는 기사들을 보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날의 '특별한' 사람들이 우리가 봐왔던 반박 기사들의 원천이었습니다.
'추석 연휴에 축구장에 온 사람들.' 오늘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평소에 차를 타고 가면 2시간이면 가는 대전을 작은 정체에 밀려 4시간 만에 도착하였지만, 원정 단체 관람 버스 안에서 저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그것은 제가 지지하는 팀이 이기고 그 위의 팀이 졌을 때, 순위가 변동된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오랜만에 그곳에 살고 있는 친한 친구들을 보게 된다는 이유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버스가 휴게소에 섰을 때, 잘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의 레플들을 보며 '과연 축구장에 몇명의 관중들이 오게 될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묘한 감정이었습니다.
축구를 대단히 사랑하는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매주 주말에 티비앞에 모여 익숙한 이름의 축구스타들이 뛰고 있는 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하고는 합니다.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진출이후, 케이블 TV는 대대적으로 유럽의 리그경기들을 생중계하기 시작하였고, 분데스리가, 프랑스의 리그 1, 네덜란드의 에레디비지에 그리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인기 매치들을 봐 왔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서 벌어지는 리그 경기들은 외면하고 수준을 평가절하하며 주변의 K-League팬을 '특이한' 사람처럼 봐온 것이 사실입니다.
휴게소 안에서 사람들의 특이한 사람들 취급을 뒤로하고 버스에 올라탄 채, 음식을 왁자지껄하게 먹으며 떠드는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대학생, 고등학생, 직장인…버스 안의 사람들 모두 어디 하나 빠짐이 없는 이 사회의 구성원이지만, K-League를 본다는 이유로, 한글이 쓰인 레플을 입는다는 이유로 버스안의 사람들은 이상한 눈길을 받았던 경험을 가진 특이한 사람들의 모임이 되고는 합니다.
이 날 대전 구단에서는 특별한 행사를 하였습니다. 한가위를 맞이하여 사과나 배를 가져온 관중에게 표를 교환해주고, 그렇게 모인 과일을 지역의 사회단체에 보내는 것이 바로 이 특별한 이벤트였는데요. 이 뜻깊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는지 제 예상보다 많은 관중이 경기장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저는 뙤약볕 때문에 그늘이 있던 한쪽 면에 가득 몰린 대전의 '특별한' 사람들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경기는 한동원의 두 골과 박성호의 만회골을 끝으로 성남의 2-1 승리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불꽃튀는 접전은 아니었지만 더운 날씨와 어울리는 경기였고, 모두들 평화롭게 지켜보았습니다.
때론 K-League의 팬을 자처하기에는 주위의 왠지 모를 고까운 시선과 비웃음들을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반응들이 K-league의 기반이 아직 탄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유서깊고 훌륭한 리그에 비교되는 우리의 리그는 아직 서른 살도 되지 않은 좌충우돌의 리그입니다.
아직 제도도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고, 팀들도 지속적으로 창단되어 언젠가는 정리가 필요한 리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고칠 점이 많은 리그이지만 그 안의 구성원들은 유럽의 여느 리그와 같이 경기날 하루하루가 지역의 축제가 되기를 원하고 있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탄 버스와 같이 지지팀의 승리를 보기 위해 모인 원정 단체 관람 버스가 전국 각지에서 많이 출발하였습니다. 어디는 밀리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출발하기도 하였고, 제가 탔던 버스는 출발지로 오는 도중의 길이 정체되어 예정보다 40분 늦게 출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출발한 원정팀의 지지자들도, 이들을 맞이하는 홈팀의 지지자들도 모두 리그의 발전을 바라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9월 13일, 이날 각 지역의 축구장에는 많은 관중이 경기를 보기 위해 들어섰습니다. 대전 4387명, 부산 3215명, 대구 7285명, 제주 15695명, 울산 8735명, 인천 6582명, 전북 4937명. 이날의 특이한 혹은 '특별한' 사람들이 현재 K-league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소중한 자원임을 연맹과 각 구단들은 명확히 알고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리그가 '특이한' 사람들이 보는 '특이한' 리그에서 미래에는 모두가 함께하는 '평범한' 리그가 되기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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